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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에서 '누가, 왜' R&D 예산 삭감했나 [정종오의 질문과답]


‘R&D 삭감’ 아픈 기억 복기해야 하는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질문: “2023년 6월쯤에 2024년 연구개발(R&D) 예산안을 두고 갑자기 원래안(2023년보다 2% 정도↑)을 보류하고 대폭 삭감(2023년보다 약 15%↓)하는 곳으로 급선회했다. 과학 원로 중 누군가 대통령에게 ‘R&D 카르텔’을 언급하면서 나눠 먹기식 예산이 많다고 지적한 게 그 시작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누가,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그런 지적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급조된 정책으로 R&D 삭감 예산안을 만들게 됐는지 그 과정이 궁금하다.”

답: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R&D 삭감 진상조사 TF(진상조사 TF)’를 구성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박인규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조사단장을 맡았다. 혁신본부를 비롯해 다른 국 등 내부 직원들로 TF를 구성했다. 이번 조사는 말 그대로 ‘당시를 복기’하는 데 있다. 내부 진상조사 TF이다 보니 조사에 한계가 있다. ‘급조된 정책’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문서화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는 거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R&D 삭감’의 아픈 기억을 복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023년 6월쯤 잘 만들어지고 있던 2024년 연구개발(R&D) 예산이 갑자기 대통령실의 제동으로 모두 중지됐다. 당시 2024년 R&D 예산안은 2023년보다 약 2% 상승한 규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R&D 예산안은 매년 증가율만 달랐을 뿐 늘어났다.

그때는 달랐다. ‘원래안(2% 정도 상승안)’은 보류됐고 대거 삭감된 예산안을 만들라는 대통령실의 지시와 기획재정부의 주문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달됐다.

과기정통부는 혼란에 휩싸였다. 부랴부랴 정부출연연구소 등 관련 기관에 긴급 ‘파발’을 띄운다. 삭감된 예산안을 반영해 다시 2024년 예산안을 올리라는 지시였다. 일괄적으로 삭감 예산을 만들어 보내라는 주문이었다. 일주일 동안 급조된 ‘R&D 삭감 예산안’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원래안보다 약 15% 이상 감축된 규모였다.

삭감된 예산안이 마련되자, 윤석열정부는 당시 과학기술비서관이었던 조성경을 과기정통부 1차관으로 2023년 7월 임명한다. ‘윤석열 메시지’를 실천할 인물이 필요했던 셈이다. 차관 인사는 보통 부처 내부 승진으로 이뤄지는데 조성경 차관 인사는 목적이 뚜렷해 보였다.

‘R&D 카르텔’이란 이름 아래 자행됐던 ‘윤석열의 R&D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 있어야 했다. 내부 인사로는 불가능하리라 판단했는지 대통령실 참모가 직접 독임 부처 차관으로 내려왔다.

그 과정에서 ‘이건 아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을 무너트리는 짓이다’ 등 과기정통부 직원들의 ‘직언’도 없지 않았다. 다만 그 ‘직언’은 다수의 ‘침묵’ 속에 묻혀버렸다. 권력 앞에 관료가 나서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직언’을 했던 관계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후 좌천 인사로 암묵적 보복까지 당해야 했다.

과기정통부와 윤석열정부에서 이뤄졌던 ‘R&D 삭감 과정’을 두고 진상조사가 시작된다. 이른바 ‘진상조사 TF’를 구성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조사단장은 박인규 혁신본부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관련 주문이 있었고 장관과 혁신본부장이 약속했던 만큼 이번에 관련 TF를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TF가 건드려야 할 조사 항목은 많다. 핵심은 △윤석열에게 ‘R&D 카르텔’을 지적하면서 예산 삭감을 주문한 이는 누구이며 왜 그랬는지 △R&D 삭감 국면에서 조성경 전 차관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졸속은 없었는지, 합법적 절차를 거쳤는지 △삭감되기 이전의 ‘원래 예산안’을 공개할 것인지 등 짚어야 할 게 수두룩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 차관.2024년 2월 퇴임할 때 "미션 클리어!"라는 이임사를 남겨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제는 제대로 된 조사가 될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데 있다. 이번 TF는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직원들도 구성됐다. 감사도 아니고 감찰도 아닌 ‘내부 인사가 윤석열정부에서 진행했던 정책을 두고 내부 인사를 조사하는’ 형국이 됐다.

이미 민간인이 된 조성경 전 차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인지도 의문이다. 조성경 전 차관은 2023년 7월 과기정통부 차관으로 취임한 뒤 2024년 예산안이 통과되자 2024년 2월 퇴임했다. 1년도 채우지 못했다. 그가 퇴임하면서 내놓은 메시지는 뜬금없었다. 제목은 ‘미션 클리어’였다.

조 전 차관은 당시 이임사에서 “미션 클리어! 이제 공직자 조성경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교수 조성경으로 복귀한다”고 썼다. R&D 카르텔에 따른 예산안 삭감 임무를 받아 무사히 제 역할을 다한 뒤 퇴임한다는 것으로 해석됐던 부분이다.

R&D 삭감에 대한 진상조사에 가장 적극적 인물이 박인규 혁신본부장이다. 국회에서 관련 ‘TF’를 만들겠다고 나선 이도 박 본부장이다. 여기에 박 본부장은 지난달 연구개발 예산 브리핑에서 “(진상조사 TF는) R&D 삭감 정책을 추진하면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어떤 것들이 나열됐는가를 사실 중심으로 작성해 내용을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관료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입는 게 대부분이다. 자신의 승진과 전망을 위해 점집을 찾아 선거가 어떻게 될 것인지 물어보기까지 하는 형국이다. 관료들의 영혼은 정권의 빛을 받을 때 빛난다.

과기정통부는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정권이 진짜 바뀌기는 바뀌었구나’를 뼈저리게 느끼는 부처가 된 셈이다. 전 정권에서 발생했던 불미스러운 일을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아픈 기억을 ‘복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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