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식에 앞서 세종대왕 관련 전시물을 참관하고 있다. 2025.9.22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806103646462af.jpg)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여당은 내란특별재판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위헌 논란에 부닥치자 조 대법원장을 사선에 올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내란우두머리 방조 피의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 그리고 정상명 전 검찰총장과 오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 자리에 김충식이라는 인물도 끼어 있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 장모이자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씨 친모 측근이다. 내란 공범 혐의를 받는 총리와 파면당한 대통령의 멘토, 거기에 전 대통령 장모 측근을 대법원장이 왜 만나나. 조 대법원장을 빼고 한 전 총리와 정 전 총장이 만나는 자리에 김씨가 끼었다고 해도 어색하다. 김씨가 뭐라고.
여기에 한 현역 의원이 자신이 제보자라고 나서며 의혹에 힘을 실었다. 유튜브 방송에 나와 자기가 제보했다고 말했다.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의원은 이 의원의 제보가 신빙성이 있어 법사위에서 공론화했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유튜브 방송에서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전 정권 고위 인사라고만 전해들었다'고 했다. 본인도 누구한테 전해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사건이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윤 전 대통령에게 말했다는 의혹 제기도 오락가락이다. 누구는 오찬 자리에서 조 대법원장이 이 말을 했고 이후 조 대법원장이 윤 전 대통령에게도 약속했다고 했다. 그런데 누구는 1년 전 조 대법원장이 윤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원조와 신장개업, 누구 말이 맞나.
여당은 이 의혹 역시 제보에 따른 것이란다. 그런데 그 제보라는 것도 실체가 묘연하다. 처음에는 제보자가 현역 여당 의원이라고 했다가 이 여당 의원이 '과거 보수정권 민정라인이자 여권 고위 인사로부터 들은 것'을 제보했다고 했다. 전언의 전언이다.
당 대표가 당장 내란 특검이 조 대법원장을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강경파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조희대 탄핵'을 앞다퉈 주장했다. 여당의 한 핵심인사는 조 대법원장이 '12·3 비상계엄'에 협조했을 '확률'이 있다며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수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정보는 없다고 했다. 이런 식이다. 그러는 사이 '조희대 오찬' 의혹 제기는 쑥 들어갔다.
여당이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출처 불명의 제보에 천착하는 목적은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다. 헌법은 재판의 독립과 법관의 신분 보장을 천명하고 있다. 대법관과 대법원장의 임기도 헌법으로 정했다. 조 대법원장은 모든 의혹을 일축했다. 그가 스스로 사퇴할 일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여당으로서는 탄핵 외에는 방법이 없다. 헌법상 법률이 정한 공무원의 탄핵 사유는 '그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이다. 여당에서 내란 특검더러 조 대법원장을 수사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아쉬운대로 검찰이라도 있다면 맡기겠으나 검찰청 폐지법안이 여당 주도로 곧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특검법으로 설치된 내란 특검팀은 특검법이 정하면 수사해야 한다. 내란 특검팀은 여당에게 공을 넘겼다. 지난 17일 "해당 의혹이 우리의 수사 대상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앞서 특검법상 '관련사건'이라는 규정이 모호하다고 판단해 이를 명확히 해달라는 요청을 국회에 보낸 바 있다"고 했다. 아직 여당에서 조 대법원장 관련 의혹 사건을 수사하라는 내용으로 특검법을 개정하겠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그 끝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여당 법사위원들은 오는 30일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5명을 증인으로 불러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제보 출처인 유튜브 채널 관계자는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사법부 조리돌림', '대법원장 찍어내기'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여당은 "의혹을 국민들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내란특별재판부법도,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도 당론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더 크게 주목받고 실제로도 그대로 가는 양상이다. 맨 앞에서 이를 주도하고 있는 의원들 대부분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당 내 강경 지지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어 공천을 받기 위한 경쟁 중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 명령"이란다. 지도부도 한 발 걸치고 있다. 집권여당 국민은 따로 있나. 이러니 여당이 집권 석달만에 각자도생으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정부 집권 후 국가는 빠르게 정상화 되고 있다. 실제로 외교관계 정상화와 코스피 고공행진 등은 일견,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평가다. 정부 각 부처도 제 기능을 찾아 가고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는 대통령 보다 여당 강경파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작은 선출권력들이 큰 선출권력을 압도하는 모양새다.
사법부는 한 국가를 지탱하는 한 축이다. 입법부와 사법부, 선출권력과 임명권력이라는 잣대 안에서 우위를 가려 재단할 수는 없다. 축 하나가 기울면 그 국가는 무너진다. 국민들이 마지막에 기댈 수밖에 없는 곳도 사법부다. 자기 편 보라고 봉화 올리겠다며 함부로 베어다 쓰는 땔감이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의 대통령이라면, 여당도 국민의 여당이어야 한다. 국민의 명령으로 대법원장을 사퇴시키려거든 국민은 물론 본인도 수긍할 만 한 근거를 대야 한다. 부실한 제보를 근거로 의혹만 던져 놓고 '네 죄를 네가 알렷다'라는 '원님 재판'식의 공격은 민주적 소양마저 의심케 한다.
사법부도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내란사건 재판에 내실과 속도를 기하는 안을 최근 내놨지만 만시지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고법이 예고한 '3대 특검 기소 사건, 집중심리 재판부 운영'안은 주목된다. 재판 배당의 독립성을 확보하면서도 여당이 주장하는 전담재판부의 장점을 그대로 살렸다. 내란 사건 재판을 가운데 둔 여당과 사법부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만 하다. 여당이 이를 수용할지가 문제지만.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