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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대 칼럼] 위기의 시대, 김대중에게 길을 묻다


"대미 관세·국내 경제·남북 경색 위기인데"
"정치권, 대결에만 매몰돼 국민 신뢰 잃어"
"DJ, 결단·신뢰·포용·비전으로 IMF 극복"
"이재명 정부, '용기·통합' 좇아야 희망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500억 달러 현금 요구'라는 전례 없는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적 대결과 경제적 난관으로 대한민국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이 같은 복합위기 앞에서 필자는 지난 28일,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거친 파도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서였다. 작은 섬의 소박한 농가에서 출발해 민주주의와 평화를 열어간 그는, 가난과 고립을 넘어 도전과 희망의 길을 개척한 지도자였다.

오늘 우리가 직면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김 전 대통령이 보여준 서민과 민생에 대한 애정, 그리고 국난극복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지금 이재명 정부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대미 관세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국내 경제는 활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남북관계는 여전히 막혀 있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끝없는 대결에 매몰돼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3500억 달러 현금 선불'을 요구하며 압박을 지속하고, 정부가 추진 중인 통화스와프도 성사되지 못한 채 위기의 파고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김 전 대통령의 국난극복 리더십은 분명한 교훈을 준다.

첫째, 결단의 리더십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뼈아픈 구조조정을 결단했다. 취임사에서 구조조정을 호소하며 울먹이던 장면은 국민에게 고통을 요구해야 하는 지도자의 고뇌이자, 반드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결연한 다짐을 보여줬다.

당시 국민과 함께한 금 모으기 운동은 단순한 모금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하나 되어 위기를 극복하는 통합의 상징이었다. 오늘 한국이 직면한 금융 불확실성과 대외 압박도 협상 기술만으로는 풀 수 없다. 국민과 함께하는 신뢰와 연대 위에서만 근본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둘째, 포용의 리더십이다

김 전 대통령은 영남 출신 김중권 비서실장을 기용하며 동서 화해의 길을 열었다. 이는 지역주의를 넘어선 포용의 리더십이었다. 오늘의 정치도 편 가르기에 매몰되지 말고 영남·충청·호남·수도권을 아우르는 국민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지도자의 힘은 적대가 아니라 포용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 새겨야 한다.

셋째, 평화의 리더십이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비록 북핵 문제의 근본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대화와 신뢰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지금 남북관계가 교착 상태라 하더라도 대화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은 지도자의 길이 아니다.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평화 어젠다를 재구성하고, 철도·경제 협력 같은 실질 의제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넷째, 미래의 리더십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식기반사회’를 주창하며 IT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웠다. 당시 생소했던 인터넷·정보통신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오늘날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만든 초석이 되었다. 이는 단순한 위기 수습을 넘어 미래를 내다본 혜안의 결과였다.

지도자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미래 성장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바이오산업 등은 미래를 향한 중요한 도전이 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IMF 극복 과정에서 공공·금융·기업·노동 등 4대 부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한편, 실업자 지원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했다. 고통을 요구하면서도 국민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은 지도자였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국가와 국민을 우선시했기에 그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시대의 리더'로 기록될 수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삶은 곧 국난극복의 역사였다. IMF 위기에서 국민과 함께 눈물을 닦아내며 극복했고, 지역 갈등을 넘어 통합을 이끌었으며, 남북 대결의 벽을 대화와 화해로 넘어섰다. 하의도의 작은 농가에서 출발해 민주주의·평화·민생의 길을 열었던 그 정신은 오늘도 우리에게 살아 있는 교훈을 준다.

오늘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도전 앞에서, 하의도의 교훈은 분명하다. 극난을 극복하는 길은 국민과 함께하는 용기와 통합의 리더십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이 길을 따를 때 우리는 다시 한번 위기극복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경기 광명시장 [사진=양기대 전 의원 제공]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경기 광명시장 [사진=양기대 전 의원 제공]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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