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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NOW] AI 기반 근태 관리, 효율성 vs 프라이버시 사이


적절한 보호조치 마련해야

얼마 전 기업 고객과 식사하면서 들은 이야기이다. 해당 기업에서는 직원들 컴퓨터의 마우스 움직임이나 키보드 입력이 일정 시간 동안 없으면 회사로부터 경고 메일이 온다는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사무실에는 아직 이러한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일선 기업의 이러한 움직임을 듣고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디지털·AI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앞선 예와 같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반의 근태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이다.

얼굴 인식부터 키보드 입력 추적까지, 첨단 기술이 직장 내 감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집중 근무와 효율성 증대라는 명분 뒤에 숨어 있는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조준오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ESG센터). [사진=법무법인 화우]
조준오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ESG센터). [사진=법무법인 화우]

국내 한 AI 기업은 얼굴인식 AI 기술로 출퇴근을 인증하는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이는 출퇴근 대리 인증과 같은 부정행위를 원천 차단하고 지문 인식의 한계를 극복한 혁신적 기술이다.

특히 제조업 현장에서 안전모나 보호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정확한 인식이 가능해 작업자들의 편의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에는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의 아마존 로지스틱스는 직원의 활동을 지나치게 세밀하게 모니터링 했다는 이유로 프랑스 당국으로부터 2024년에 32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받았다. 정밀 스캐너 데이터로 비활동 시간까지 측정하는 등 업무 중단을 추적하는 시스템이 ‘과도하게 침해적’이라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과도한 감시는 직원들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 있다. 미국의 한 설문 연구를 보면 직장 내 감시가 강화되면 직원 6명 중 1명은 퇴사 의향을 보였고, 다른 조사에서는 9명 중 1명이 감시 때문에 실제 퇴사 경험을 응답했다.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은 직장 내 직원 모니터링에 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 개인 데이터는 반드시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처리돼야 하며, 근로계약을 이행하거나 법적 의무를 준수하는 데 필요한 범위로만 수집·활용될 수 있다.

특히 GDPR은 근로자가 프로파일링에 반대할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기업이 자동화된 데이터 처리 결과만으로 인사 관련 결정을 내리는 것을 제한한다. 이러한 규제는 기업들이 인사 관리 영역에서 AI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보호법은 폐쇄회로(CC)TV 등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에 대해 공개된 장소와 비공개된 장소를 구분하여 규제한다. 근로자참여와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은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 설비 설치를 노사협의회의 협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시설물 보안을 위한 목적이더라도 다수 근로자의 근로 현장을 촬영하는 것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중대한 제한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규제 준수를 넘어선 전략적 접근이다. 성공적 모니터링 정책의 핵심은 투명성과 비례성에 있다. 실무적으로는 개인정보 영향평가를 적극 실시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전 개인정보 처리가 근로자 권리에 미치는 위험을 평가하고 적절한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수집되는 데이터는 업무 관련 활동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명확한 보관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 자동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인간의 개입 메커니즘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기업들은 감시가 아닌 지원의 관점에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AI 기반 근태 관리는 직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 많은 대기업이 직원 근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 현재, 기술과 인권의 균형을 찾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무엇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규제 대응을 넘어 임직원으로부터의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명확한 정책 수립, 투명한 운영, 지속적 소통을 통해 효율성과 프라이버시가 조화를 이루는 근무환경을 구축해야 할 때다. 이는 단순히 법적 리스크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ESG 경영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본다.

조준오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ESG센터) jojo@hwaw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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