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가 내연차에 여전히 집중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자동차 시장에서 ‘자멸의 길’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24일 이재명정부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무공해차 세제 혜택을 신설하고 2035년 내연차 판매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자동차 업계는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목표가 비현실적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곧바로 쏟아냈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소속 11개 단체 관계자를 모아 2035 NDC에 따른 무공해차 보급목표가 업계 규제 부담을 높이고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시장 잠식을 가속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NDC를 다시 생각해 달라는 건의서를 정부·국회에 제출했다.
![벨기에로 수입된 중국산 전기차들이 주차돼 있다. 배터리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이 매우 크다고 기후환경 단체들은 강조했다. 내연차에 머물러 있다가는 '자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a59391a2067182.jpg)
녹색교통운동,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그린피스, 플랜1.5 등 기후환경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위한다는 자동차 업계의 주장은 결국 국내 미래차 산업을 후퇴시키고 몰락의 길로 가져가는 모순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자동차 업계가 미래차 전략을 소홀히 한 결과, 우리나라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2030년까지 국내 전기·수소차 보급 목표는 450만대였다. 2025년 8월 기준 85만대에 그쳤다. 자동차 산업에 한참 늦게 출발한 테슬라, 지리그룹, BYD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발주자들이 관련 시장을 장악하는 사이, 한국 자동차 업계는 내연기관차에 머무르며 전기차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는 급격한 전동화 전환이 국내 부품 생태계와 자동차 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기후환경단체들은 “산업 전환을 늦춰야 국내 자동차 산업이 생존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2024년 상위 10개 제조사 중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 1, 2위는 BYD(27.6%), 테슬라(12.2%)이고 현대기아차(3%)는 10위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속도 조절을 주장하며 전환의 흐름을 거스른다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후환경 시민단체들은 “전기차 전환은 단순한 차량 교체가 아니다”라며 “배터리·반도체·전력망·충전 인프라 등 다양한 산업 생태계를 포함한 구조적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내연기관차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고, 전기차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중심국으로 도약할 잠재력이 그 어느 나라보다 크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제때 전환을 이뤄 앞서간다면 전기차 산업은 국내에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소기업과 신생 스타트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환경단체들은 “자동차 산업의 전환 필요성은 이미 13년 전부터 제기됐다”며 “수송부문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허용 기준’은 자동차 제조사·수입사별 연간 판매 차량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해 저배출 차량의 생산과 판매를 유도하는 제도”라고 부연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2030년부터 10인승 이하 승용·승합차량의 약 85%를 무공해차로 전환해야 하며, 2035년부터 중대형 등 일부 차량을 제외한 대부분의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이 요구된다.
기후환경단체들은 “NDC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원칙의 문제”라는 점을 강고한 뒤 “자동차 업계가 지금 시점에서 ‘달성 가능한 수준’만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감축 의지가 없는 것이며,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 동력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8년과 비교했을 때 2024년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률은 1.3%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로 분야가 수송부문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자동차 업계는 그동안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온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기후환경 시민단체들은 “전기차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위기 대응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송부문 최선의 전략”이라며 “국가 경쟁력의 문제와도 직결되고 한국이 지금 전환 속도를 높이지 않는다면 해외 전기차 기업에 내수와 수출시장을 모두 내줄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전환은 생존과 미래를 위한 국가 전략이며, 한국이 전환 흐름에 뒤처진다면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산업 경쟁력 확보에서도 모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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