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이 ‘기후위기 공공의 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당히 그 흐름에서 ‘우두머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14~1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해사기구(IMO) 특별회기에서 해운업이 중장기적으로 내놓은 탄소중립 계획안 채택이 연기됐다. 탄소세를 도입하자는 안건이었다.
지난 4월 IMO에서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중기조치 초안이 극적으로 승인됐다. 이번 14~17일 열린 IMO 특별회기에서 최종 채택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는 IMO의 특별회기를 두고 '녹색사기'를 또 다시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3153c8463a82b6.jpg)
탄소중립을 위한 중기 조치는 선박의 온실가스 집약도에 따라 감축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받고, 달성하지 못하면 탄소세를 내는 조치이다.
해당 탄소세로 조성되는 펀드는 무탄소 연료 전환뿐 아니라 기후위기 취약국의 환경보호와 적응을 위한 지원에도 사용되는 등 공정하고 정의로운 책임 분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중기 조치가 이번 특별 회기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어지지 못하고 1년 뒤 다시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만큼 해운업의 탄소중립 목표는 멀어지게 됐다.
이번 결정에 가장 큰 역할을 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이어 산유국도 미국 의견에 동조하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특별 회기 시작 전부터 미국은 중기 조치 찬성국을 상대로 관세와 비자 제한 등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 지는 17일(현지시간) 관련 보도를 통해 “(이번 IMO의 특별회기와 관련해) 미국은 가격 책정 메커니즘을 지지하는 국가와 개별 공무원에게 관세, 벌금, 비자 취소 등의 위협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개별 공무원에게까지 미국은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일부 석유 국가들도 수년 동안 준비된 이 계획에 반대표를 던지는 국가에 추가적 혜택을 제안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는 IMO의 특별회기를 두고 '녹색사기'를 또 다시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5a07dbf712dfc0.jpg)
‘기후위기는 사기극’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우두머리’ 도널드 트럼프는 IMO 특별 회기 하루 전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IMO가 런던에서 글로벌 탄소세를 통과시키려고 투표한다는 데 격분했다”며 “미국은 해운에 대한 이 글로벌 신종 녹색사기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방식, 형태, 양식으로도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회기가 개막되자 산유국을 비롯한 반대국들은 안건 상정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미국과 산유국들은 이번 안건에 대해 “졸속 추진” “해운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고작 3%”라는 점을 강조하며 반대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결국 중기 조치의 최종 채택 여부를 두고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1년을 연기할지를 두고 표결에 부쳐졌는데 과반의 표가 몰리면서 수년 동안 논의됐던 이번 안건은 끝내 1년 뒤로 미뤄졌다.
국내 기후 관련 단체인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연기는 단순한 일정 조정이 아니며 IMO가 세운 ‘국제해운 2050 탄소중립’과 ‘2030년까지 10% 무탄소 연료 전환’을 향한 제도적 엔진이 한순간에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해운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짧아진 시간 안에 훨씬 가파른 전환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라는 무거운 숙제만 남았다”며 “선사들에게도 한층 더 급격하고 과중한 감축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고 논평했다.
세계 1~2위 조선업과 7위권 해운업을 모두 보유한 우리나라의 장기적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아쉬운 결과라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 측은 “HMM, 현대글로비스, 팬오션 등 국내 주요 선사들은 이미 자체적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업에 절실한 것은 규제의 연기가 아니라 명확하고 일관된 정책 신호”라고 강조했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IMO 사무총장은 이번 결과를 두고 “축하할 일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가 이 회의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할 때”라며 “앞으로의 논의에서는 이 회의와 같은 접근 방식을 반복하지 말아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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