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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NOW] 이재명 정부의 ESG 과제…규제에서 국가전략으로


ESG, 규제가 아닌 기회의 언어로 삼아야

올해 9월에 발표된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들은 환경·에너지에서 노동·인권, 기업 거버넌스에 이르기까지 E, S, G 각각의 이슈들을 폭넓게 반영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은 법무법인 ESG센터에서 자체 분석 결과 전체 123개의 국정과제 중 약 21%에 해당하는 27개의 과제가 ESG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정과제에서 ESG를 ‘기업의 자율 이행 영역’이 아닌 국가전략의 한 축으로 통합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과 에너지 전환 정책을 통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법·제도 개편이 추진되고, 탄소중립 산업 전환에 대규모 투자 계획이 포함됐다.

신승국 법무법인 화우 ESG센터장. [사진=법무법인 화우]
신승국 법무법인 화우 ESG센터장. [사진=법무법인 화우]

이는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이 정부 핵심 의제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배출권거래제 강화 등으로 높아질 탄소 비용에 대비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업이나 기후기술 혁신 같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 지원(탄소 감축 설비 투자 지원, R&D 자금 등)을 활용해 저탄소 경쟁력을 확보하고, 에너지 전환을 비용이 아닌 혁신의 기회로 삼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제 ESG는 단순한 국내 환경정책이 아니라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대외무역의 전략적 언어가 되고 있다.

사회 분야에서도 노동·인권 기준의 강화가 두드러진다. 국정과제 중 노동·인권 관련 과제는 7개로 ESG 영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는 근로기준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예컨대 정년 연장 입법 추진, 비정규직 권리 향상, 포괄임금제 제한, 주 4.5일제 검토 등 일련의 변화는 기업의 인력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전망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조직 문화와 HR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임금 체계의 투명성 확보와 근로환경 개선을 통해 조직 내 신뢰와 직원 사기를 높이는 한편, 고령화 시대에 맞춰 인재 확보 전략도 재설계해야 한다.

노동·인권 이슈는 더 이상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만 언급할 사안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에 직결되는 브랜드 자산의 핵심이 되고 있다.

아울러 기업지배구조와 공정한 시장 질서를 구축하려는 정책 변화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자본시장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시 제도 강화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제기준을 반영한 ESG 공시 로드맵이 마련돼 2027~2028년경부터는 대기업을 시작으로 단계적 의무공시가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지침(CSDDD) 등 글로벌 규제에 대응해 국내에서도 공급망 전반의 ESG 실사 체계 구축을 지원할 전망이다. 이는 기업이 자사뿐만 아니라 협력사와 가치사슬 전체의 ESG 수준을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정보 공시, 성평등 임금공시제 같은 새로운 공시제도도 도입돼 기업의 취약한 지점이 투명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한국형 ESG 공시체계는 이제 단순한 보고 체계를 넘어 자본시장 신뢰회복 프로젝트로 발전할 것이다. 아울러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사회 독립성 제고,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등에 대비해 주주 친화 정책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요구된다.

공정거래 강화 기조에 따라 대기업은 협력사와 거래 관행을 재점검하고, 불공정 소지가 있다면 선제적으로 시정해서 상생의 모범사례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거버넌스와 공정성 제고 움직임은 결국 기업들이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을 전략의 중심에 두도록 압박하는 방향이다.

한편, 공공부문의 ESG 경영 의무화도 눈여겨볼 변화다. 새 정부는 공공기관에 ESG 경영 공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정책 입안 단계부터 지속가능성 평가를 적용하는 등 공공 영역에 ESG 원칙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공공조달 시 ESG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에 가점을 부여하는 등 민간에 간접적 압력과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제 도입, 정보공개 투명성 강화 등이 확산되면 민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ESG 경영이 새로운 표준으로 정착되는 흐름인 만큼, 기업들은 정부 정책 동향을 자세히 주시하면서 자사 ESG 수준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에 부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여, 변화하는 정책 환경을 기업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전략적 안목도 요구된다.

이처럼 ESG가 경영 전반에 통합되는 정책 환경 속에서 기업에 요구되는 대응은 단순한 규제 준수가 아니라 전략적 전환이다. ESG를 기업 가치와 직결되는 경영 요소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최고경영진과 이사회 차원에서 ESG를 주도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다. ESG 위원회 설치, 전담 조직 운용, 핵심 성과지표(KPI)에 ESG 목표 연동 등으로 ESG를 경영 시스템 전반에 반영해야 한다.

또한 탄소중립, 노동환경 개선 등에 투입되는 비용을 재무전략과 통합해 장기적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탄소 감축 투자나 인권 강화 조치는 단순 비용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위한 선제적 투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변화 요인을 신사업 기회로 연결하는 혁신 역량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순환 경제, 친환경 기술 개발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 창출을 모색함으로써, ESG로 인한 부담을 성장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ESG 관련 정책 변화는 기업 경영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친화적 생산구조로의 전환, 이해 관계자와 공정하고 투명한 관계 구축,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재설계하는 기업만이 미래에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SG를 규제가 아닌 기회의 언어로 생각해야 한다.

신승국 법무법인 화우 ESG센터장 synn@yoon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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