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기자수첩] 컵값 200원에 脫플라스틱?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소비자·자영업자 부담 우려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정부가 '탈(脫)플라스틱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을 검토 중인 '컵 따로 계산제'를 둘러싼 논란이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컵 따로 계산제는 100~200원가량의 일회용 컵 가격을 음료값과 분리하는 제도로, 정부는 소비자가 플라스틱 사용에 따른 추가 비용을 인식해 다회용컵 사용을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책 의도와 달리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부담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0~200원의 비용 부담이 소비자의 카페 이용 방식을 바꿀 충분한 유인으로 작동할지도 미지수다.

가격 인상 우려에 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컵 따로 계산제는 음료 가격에 포함돼 있던 일회용컵 비용을 영수증에 별도로 표시하는 제도"라며 "소비자가 현재보다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총 결제 금액이 같더라도 체감 가격 인상과 현장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주문 과정에서 음료와 컵을 구분해 계산해야 해 업무 시간이 늘어날 수 있고, 응대 과정에서 소비자와의 마찰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컵 제공과 세척 등 추가적인 업무 부담도 불가피하다.

이 같은 부담은 가격 인상 가능성으로도 이어진다. 실제로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이 점주 16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7%가 “제도 시행 시 판매 가격을 올리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 업계가 정부의 플라스틱 저감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전에도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제도가 반복적으로 등장했고, 그 부담은 늘 카페가 먼저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전격 도입했지만 소비자들의 불편이 끊이지 않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종이빨대 업체들도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역시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됐지만 회수·관리 비효율 논란 끝에 무산됐다. 컵따로 계산제 역시 비슷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탈플라스틱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환경 부담을 줄이자는 방향성 자체는 사회 전반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과제다. 다만 방향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현실성이다. 일관되지 않은 정책, 효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제도,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설계는 정책에 대한 피로감만 키울 뿐이다. 탈플라스틱이라는 명분 아래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동시에 부담을 떠안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환경 정책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카페가 또 하나의 정책 실험장이 되기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현실적인 로드맵이 먼저 마련돼야 할 때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자수첩] 컵값 200원에 脫플라스틱?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