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로 영업 중단과 청산 위기에 몰린 가운데 최대주주 측인 MBK파트너스가 미국에서 고려아연 투자 프로젝트를 주제로 한 대외 행사를 개최한 사실이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홈플러스 회생 작업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 관련 해외 행보를 이어간 것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MBK와 영풍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호텔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 관련 리셉션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윤종하 MBK 대표업무집행자 부회장을 비롯한 MBK·영풍 관계자와 미국 현지 로비업체 관계자, 테네시주 인사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MBK와 영풍은 초청장 등에서 자신들을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그룹'(Largest Shareholder Group)으로 소개하며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MBK의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와 투자 철학을 소개하는 홍보영상도 상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측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회사와 별도의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됐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고려아연이 현 경영진과 기술진을 중심으로 추진해온 미국 핵심 투자사업이다. 고려아연은 프로젝트 전담 사업부를 최윤범 회장 직속으로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과 협의하지 않은 채 해외에서 프로젝트의 지원 주체를 강조한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이번 행보는 MBK와 영풍의 앞선 대응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12월 고려아연이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자 신주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프로젝트 추진이라는 경영상 목적이 인정된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당시 MBK와 영풍은 사업 자체가 아니라 대주주를 배제한 유상증자 방식과 의사결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는 ‘최대주주 그룹’을 내세우며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MBK가 미국에서 복수의 로비업체를 선임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 등을 통해 스콰이어 패튼 보그스(Squire Patton Boggs), 더 매키언 그룹(The McKeon Group), 체크메이트 퍼블릭 어페어스(Checkmate Public Affairs) 등 미국 로비업체 세 곳을 선임했다.
미국 로비 등록자료 등에 따르면 이들 업체의 업무에는 테네시 제련소에 대한 외국인 투자,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관련 사안, 핵심광물 정책 등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리셉션도 MBK·영풍의 미국 내 대외 활동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홈플러스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회생계획을 수행할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운영자금이 고갈된 홈플러스는 지난 13일부터 본사와 현재 운영 중인 전국 67개 대형마트의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홈플러스가 오는 20일까지 즉시항고와 함께 실현 가능한 자금 조달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확정돼 파산 가능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
노사 간 대화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지난 14일 예정됐던 김광일 MBK 부회장과의 면담이 당일 연기됐다고 밝혔다. MBK 측은 법원의 회생절차 관련 일정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로 면담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긴급운영자금 조달과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등을 요구할 계획이었다.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운영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에는 MBK 관련 투자와 위탁운용사 자격 등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자금 지원 협상도 교착 상태다. 메리츠금융그룹은 MBK 법인과 김병주 회장의 보증 등을 조건으로 1000억원의 DIP 대출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했다. 그러나 추가 운영자금의 조달 주체와 보증 조건을 놓고 MBK와 메리츠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MBK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전략적 가치를 반대한 적은 없으며 가처분은 사업 자체가 아니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과 의사결정 절차를 문제 삼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와 고려아연은 성격과 주체가 다른 투자 사안으로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법적 절차 안에서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영업 중단과 청산 위기, 노조와의 면담 불발, 정치권의 청문회 추진 등 MBK가 해결해야 할 국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고려아연 프로젝트의 핵심 협력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행사를 개최했다"며 "정작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해 온 고려아연 경영진과 기술진과는 대립을 이어오면서 대외적으로는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메시지를 낸 것은 모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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