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해가 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대구 북구 동화천이 거대한 야외 영화관으로 변한다.
돗자리를 펴고 물가에 앉아 가족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고, 산책로를 걸으며 미션을 수행하고 공연과 체험까지 즐긴다.

평소 걷고 운동하던 동네 하천에 영화와 문화라는 옷을 입히는 대구 북구의 ‘수변공간 문화실험’이 늦여름 밤 다시 시작된다.
대구 북구청은 오는 9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동화천 광장 일원에서 수변문화행사 ‘수상한 여름 X 북구’의 첫 프로그램인 ‘수상한 시네마 in 동화천’을 개최한다고 31일 밝혔다.
올해로 4회째다.
처음에는 하루짜리 행사였지만 올해는 이틀로 늘었다.
그동안 주민 만족도와 콘텐츠의 차별성을 인정받아 ‘2026년 대구시 지역특화 문화행사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시비 지원까지 받게 됐다.
동네 하천에서 시작한 작은 영화행사가 4년 만에 대구시가 지원하는 지역특화 문화콘텐츠로 한 단계 몸집을 키운 셈이다.
행사의 중심에는 역시 야외영화관이 있다.
첫날인 5일에는 ‘주토피아 1’, 둘째 날인 6일에는 ‘코코’를 상영한다.
아이들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부모 세대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배치해 가족 단위 주민들이 늦여름 저녁을 함께 보내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 행사는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동화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퀴즈와 미션으로 풀어가는 ‘동화천 한바퀴 미션’이 마련된다.
각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수상한 스크린’과 아기자기한 소품을 직접 만드는 ‘수상한 소품실’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영화 한 편’에서 ‘동화천에서 보내는 몇 시간’으로 행사의 개념을 넓힌 것이다.
북구가 주목하는 것은 영화 자체보다 영화가 상영되는 ‘공간’이다.
동화천은 금호강으로 이어지는 북구의 대표적인 수변공간 가운데 하나다.
평상시 주민들의 산책과 운동 공간으로 이용되는 하천을 문화행사 기간에는 사람들이 만나고 머물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도심 하천을 단순한 치수·환경 공간이나 산책로로 바라보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주민의 일상과 문화가 만나는 장소로 바꾸려는 시도다.
동화천에서 끝나지도 않는다.
북구는 이번 행사를 ‘수상한 여름 X 북구’라는 하나의 수변문화 브랜드로 묶었다.
동화천에서 5~6일 ‘수상한 시네마’를 연 뒤 다음 주말인 12~13일에는 팔거천에서 ‘수상한 피크닉’을 이어간다.
동화천에는 영화, 팔거천에는 피크닉이라는 서로 다른 콘텐츠를 입혀 북구의 하천을 하나의 문화축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근수 북구청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주민들이 일상 속 작은 여유와 즐거움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4년째 이어지는 ‘수상한 시네마’의 다음 과제도 분명하다.
행사 기간에만 사람이 몰리는 이벤트를 넘어 동화천과 팔거천 자체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머물고 즐기는 북구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만드는 것이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집 가까운 동화천에 앉아 가족과 영화 한 편을 보는 것만으로도 늦여름 밤은 달라질 수 있다.
오는 주말, 늘 걷던 동화천 산책로가 이틀 동안 ‘별빛 아래 영화관’으로 변한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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