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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24] 에이전트가 결제하는 시대, 승부는 표준에서 갈린다


황승익 아이오트러스트 최고정보보호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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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효진 기자] 지난 8월 21일 서울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구글 클라우드와 솔라나 재단이 공동주최한 AI 에이전틱 해커톤 데모데이가 열렸다. 예선을 통과한 10여 개 팀의 주제는 하나였다. 사람이 매번 승인하지 않아도 정해진 한도 안에서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주문하고 결제하고 정산하는 서비스다. 신한카드와 KG이니시스, KG파이낸셜, KSNET, 더즌이 기관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30일간 7,500만 건, 옮긴 돈은 2,400만 달러

에이전트 결제가 기존 카드망 대신 새 레일을 찾는 이유는 숫자에 있다. 코인베이스가 리눅스재단에 기여한 결제 프로토콜 x402는 지난 7월 14일 40개 회원사와 함께 재단으로 정식 출범했다. 출범 시점 공식 사이트 집계로 최근 30일 결제는 약 7,500만 건, 이동한 금액은 약 2,400만 달러였다. 건당 평균 32센트다. 초당 29건이 오가지만 건별로는 아주 적은 소액이다.

기존 카드 결제는 이 구간에서 성립하지 않는다. 고정 수수료가 결제액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아멕스, 스트라이프가 이 재단의 프리미어 회원으로 들어간 것은 카드망을 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 열리는 결제 레일에 자리를 잡기 위해서다.

표준은 여럿이지만 싸우는 자리는 다르다

경쟁 구도는 오픈AI와 스트라이프의 ACP, 구글이 쇼피파이와 함께 지난 1월 공개한 UCP, FIDO 얼라이언스로 넘어간 구글의 AP2, 스트라이프와 템포의 MPP, 그리고 x402로 정리된다. 구글과 스트라이프가 각각 두 번 등장하고, x402 재단 프리미어 회원 명단에도 둘 다 올라 있다. 어느 계층이 표준화를 차지하든 두 회사는 남는다.

ACP와 UCP는 에이전트와 판매자가 주문과 체크아웃을 주고받는 상거래 계층이다. AP2는 결제 권한의 위임을 서명으로 증명하는 권한 계층을 맡는다. x402와 MPP는 그 아래에서 값을 실제로 옮기는 전송 계층에서 맞붙는다. UCP 명세가 결제 권한 처리를 AP2에 위임하고, AP2에 x402 확장이 붙어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따라서 "어느 표준이 이기는가"라는 질문은 절반만 맞다. 실제로 갈리는 것은 각 계층에서 무엇이 기본값이 되느냐다.

에이전틱 커머스가 서울로 오는 까닭

에이전틱 커머스가 성립하려면 결제 단계에서 사람이 빠져야 한다. 그 실험을 가장 빨리 검증할 수 있는 시장이 한국이다. 한국은행 집계로 지난해 국내 전자지급결제대행(PG) 이용액은 하루 평균 1조5542억원이었다. 카드사와 PG, 밴이 촘촘히 짜인 데다 언어와 통화가 하나로 묶여 있어, 프로토콜을 붙여보면 곧바로 상용 데이터가 쌓인다.

국내 PG사들이 이 판에 뛰어든 이유는 조금 다르다. 지난해 국내 PG 이용액의 75%는 신용카드 결제대행이었다. 에이전트가 판매자와 직접 붙는 새 레일이 깔리면 역할이 흔들린다. 가만히 있기 어려운 이유다. x402 재단 회원 명단에 카카오페이와 헥토파이낸셜, 갤럭시아머니트리가 올라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표준화 이후 따라가는 것과 논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협상력이 다르다.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규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국내에서 AI가 직접 금융거래를 수행하는 구조가 현실적으로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전자금융거래법이 접근매체의 제3자 위임과 대여를 제한하고, 금융실명법이 본인 실명 거래를 원칙으로 두기 때문이다. 에이전트에게 결제를 맡긴다는 말은 법적으로 접근매체를 남에게 넘긴다는 뜻이 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6월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에이전트가 추천부터 결제까지 맡는 상황을 전제했지만, 전면 허용 대신 규제 샌드박스로 통제된 범위부터 검증하는 쪽을 택했다.

한국이 해야할 것들

어느 프로토콜을 택하든 남는 질문은 같다. 에이전트에게 얼마까지, 누구에게, 어떤 조건에서 쓰게 할 것인가. 그리고 어긋났을 때 무엇으로 멈추는가. 결국 안전은 모델의 판단력이 아니라 지갑에 걸린 정책에서 나온다.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루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도 있다. MIT 라이선스로 공개된 WAIaaS는 지갑을 자체 서버에서 돌리며 운영자와 자금 소유자, 에이전트의 권한을 분리한다. 거래는 금액대에 따라 즉시 실행, 알림, 시간 지연, 소유자 승인의 네 단계로 자동 분류되고 긴급 정지와 감사 로그가 붙는다. 지난 2월 깃허브가 열린 뒤 이달까지 191개 버전이 쌓였다. 이런 통제 장치를 표준이 대신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에이전트가 결제하는 시대의 사고는 카드 도난과 다른 모양일 것이다. 누군가 훔쳐 가는 것이 아니라, 권한을 받은 에이전트가 규정 안에서 잘못된 판단을 반복하는 쪽에 가깝다.

AI가 이미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 돈까지 맡기는 상상을 하다 보면, 중국 시청자들이 공인인증서에 막혀 천송이 코트를 사지 못하던 2014년이 격세지감으로 느껴진다.

다만 그때 한국을 늦춘 것도 기술이 아니라 규제였다.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 표준이 아직 굳지 않았고, 실험을 받아낼 결제 인프라는 이미 깔려 있다. 남은 것은 에이전트에게 넘길 권한의 한도를 어디에 그을지 먼저 정하는 일이다.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효진 기자(js6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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