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한국전기연구원(KERI) 극저온기기연구센터 하홍수·박인성 박사팀이 종이보다 얇고 길이가 수백 미터에 달하는 테이프 형태의 ‘고온초전도 선재’ 두께와 폭을 비접촉 방식으로 정밀하게 연속 측정하는 시스템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고온초전도 선재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된다. 큰 전류를 손실 없이 흘려보낼 수 있는 꿈의 소재다. 주로 핵융합 장치나 의료용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고효율 전력기기 등에 쓰이는 강력한 ‘초전도 자석’을 만드는 핵심 부품이다. 일반 A4 용지보다 얇은 수십 마이크로미터(μm) 두께에 폭은 4~12mm인 길고 얇은 테이프 형태를 띠고 있다.
초전도 자석은 이 얇은 선재를 수백 번 이상 촘촘하게 감아서 완성한다. 선재 한 가닥의 두께 차이는 수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데 수백 겹 쌓이면 자석 전체의 크기와 형태에 큰 오차를 불러온다.
![KERI 박인성·하홍수 박사(왼쪽부터)가 고온초전도 선재를 들고 3D 비접촉 초정밀 검사 장비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ERI]](https://image.inews24.com/v1/2d1d0e7430491b.jpg)
두루마리 휴지가 어긋나게 감길수록 한쪽으로 크게 쏠리고 일그러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렇게 누적된 오차는 자석 특정 부위에 힘을 집중시켜 파손을 일으키거나 자기장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장비 성능을 크게 떨어뜨린다.
선재의 정밀한 상태 검사가 필수적임에도 기존 방식은 한계가 뚜렷했다. 접촉식 센서는 선재 표면에 긁힘이나 오염을 일으켰고 비접촉식 방식은 선재가 이송 중 흔들리면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해 긴 선재 전체를 한 번에 검사하기 어려웠다.
정밀 검사를 위해서는 값비싼 선재를 일일이 잘라내 단면을 현미경으로 확인해야만 하는 비효율을 감수해야 했다.
KERI는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사기 필름처럼 선재를 한쪽 릴에서 다른 쪽 릴로 감아 넘기는 ‘릴투릴(Reel-to-Reel)’ 이송 장치에 ‘상하 대향형 색채 공초점 레이저 센서’를 결합했다.
잉크젯 프린터의 잉크 카트리지가 종이 위를 좌우로 왕복하듯, 위아래에 설치된 두 개의 레이저 센서가 선재 표면을 좌우로 빠르게 훑으며 양쪽 표면까지의 거리를 동시에 측정하는 방식이다.
빛을 보내고 받는 경로가 거의 같은 '공초점 레이저' 방식을 채택해 은이나 구리처럼 빛 반사가 강한 금속 표면도 안정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얇은 선재가 흔들림 없이 이동하도록 실시간 장력 제어와 속도 자동 보정 기술을 적용했다. 노이즈를 걸러내는 독자적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국내 기술로 구축해 시스템의 신뢰성을 극대화했다.
새롭게 개발된 시스템은 선재가 시간당 100미터(100m/h) 속도로 이동하며 진동하는 이송 환경에서도 측정 오차를 초미세먼지보다도 작은 ±1.5μm(마이크로미터, 1mm의 1,000분의 1) 이하로 억제하는 정밀도를 자랑한다.
센서 이동 속도를 초당 4밀리미터(4mm/s) 이하로 정밀하게 제어할 경우, 반복 측정 오차는 머리카락 굵기의 수백 분의 1(0.2μm 이하) 수준까지 줄어든다. 소재를 일일이 자르지 않고 연속으로 검사하면서 어느 부위가 얇고 두꺼운지 혹은 가운데가 볼록하거나 오목한지 등 선재의 입체적 형상을 3차원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기술의 범용성도 매우 뛰어나다. 구리박·알루미늄박, 금속 압연재, 박막 태양전지, 전자소재용 정밀 필름 등 얇고 긴 형태로 연속 생산되는 다양한 첨단소재의 품질 검사에도 즉시 적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스마트 품질관리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관련 성과는 초전도 응용 분야의 국제 학술지 ‘IEEE Transactions on Applied Superconductivity’에 2024년부터 2026년에 걸쳐 총 3편의 논문으로 연이어 실렸다. 미국 특허 등록을 포함해 국내외 특허 출원까지 성공적으로 마쳐 확실한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KERI 하홍수 박사는 “고온초전도 선재의 미세한 두께 오차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데 수백 겹 쌓이면 거대한 초전도 자석의 전체 성능과 신뢰성을 좌우하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진다”며 “이번 기술은 보이지 않는 미세 오차를 생산 단계에서 조기에 찾아내 첨단소재의 품질을 스스로 관리하도록 돕는 스마트 제조 기술의 진정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과제는 KERI가 주관을 맡았고 서남, 삼동, 국립경국대, 서울과학기술대, 부산대가 함께 참여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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