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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자기모순' '인과응보'에 빠진 보험사들 [지금은 기후위기]


기후변화 원인 화석연료에 투자·보험→기후재난 보상으로 손실 급증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화석연료에 자금(투자 등)과 보험을 제공하면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기후재난 보상을 떠안아야 하는 보험사들의 ‘자기모순’이 깊어지고 있다. 인과응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3월 ‘은행·보험사에 대한 하향식(Top-down)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은행과 보험이 기후변화에 무대응으로 나섰을 때 큰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기후위기에 무대응할 경우 고온과 강수 피해 확대로 2100년까지 발생할 금융권의 예상 손실 규모는 45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3월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거센 화염이 마을까지 위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3월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거센 화염이 마을까지 위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기후재난 보상으로 막대한 손실과 마주하면서도 정작 그 재난의 원인인 화석연료에 자금을 대고 보험까지 제공하는 자기모순에 빠져있는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삼성화재는 탈석탄 정책이 신규 사업 규율에 집중돼 있고 이미 보유한 자산과 기존 보험계약에 대해서는 명확한 철수 시한을 두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025년 여름 유럽 854개 도시에서 발생한 폭염 관련 초과 사망자 2만4400명 중 약 68%가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도 2025년 3월 영남 산불이 약 10만4000헥타르(ha)를 태우고 32명의 목숨을 앗아가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극단적 기상현상이 잦아지고 피해가 커질수록 이를 보상하는 보험사가 정작 그 원인에 자본을 대는 구조의 모순도 함께 커지고 있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국내 주요 보험사 8개(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의 탈석탄 정책을 해외 선도 보험사 5개(Generali, AXA, QBE, Aviva, AXIS Capital)의 기준과 비교한 보고서 ‘국내 보험사 탈석탄 정책 진단 2026’을 발간했다.

보험사는 기후재난의 손실을 보상하는 주체이다. 동시에 대규모 자산 운용과 화석연료 사업 인수를 통해 그 손실의 원인을 뒷받침한다. 두 역할은 서로 부딪히는 영역이다. 보험사가 화석연료 산업의 존속을 뒷받침할수록 자신이 보상해야 할 손실의 규모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재난 청구서를 받는 회사가 그 재난의 원인에 자금을 대고 보험까지 제공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모순은 재무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2025년 7월 대규모 차량 침수 당시 자동차보험 점유율 상위 4개 손해보험사의 평균 손해율은 92.1%까지 치솟았다. 같은 해 연간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전년보다 3.7%포인트 오른 87.5%를 기록했다. 자동차보험 손익은 7080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업계는 2026년 누적 적자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과 직결된 리스크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국내 보험사들은 기후 정책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화석연료 매출 비중 기준을 명문화한 국내 3개(삼성화재, 삼성생명, 현대해상)는 모두 30% 기준을 채택했는데 이는 Generali 15~20%, AXA 10%, QBE·Aviva 5% 등 해외 선도사의 임계값을 크게 웃돌았다.

손해보험 부문에서 탈석탄에 가장 적극적이라 평가받는 삼성화재조차 책임투자 정책에서 ‘에너지 전환계획 보유 기업’과 ‘국내 공공기관 등 공적 성격의 업체’를 예외로 두고 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한 예외는 정부가 필요성을 인정하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운영에까지 삼성화재가 보험을 제공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해외 선도업체들은 예외는 인정하면서 그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Generali는 ‘SBTi의 약정·검증을 받은 탈탄소화 전략’을, AXIS Capital은 ‘OECD·EU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040년까지 모든 화석연료 관련 활동을 종료할 전환계획’을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석탄 관련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폐쇄하겠다는 실질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전환계획(Transition Plan)을 제출하고 이행하는 기업에 한해서만 거래를 허용하거나 한시적 유예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이에 대응하는 검증 주체나 종료 시한이 없다. 국내 8개 보험사 중 기존 보유 자산의 철수 시한을 제시한 곳은 삼성생명(2030년 석탄 채권 단계적 폐지) 한 곳뿐이다. 나머지는 정책 효력을 신규 거래에 한정한다. 기존에 투자한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거다.

정책과 실제 성과의 괴리도 확인된다. KB손해보험은 그룹 차원의 탈석탄 금융과 2050년 넷제로를 선언하고도 금융배출량이 2024년 490만톤에서 2025년 590만톤으로 20.2% 증가했다. 투자 대비 배출량인 탄소집약도까지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손해보험 빅5 중 유일하게 명시적 탈석탄 선언이 없는 보험사다. 모회사인 메리츠금융그룹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금융배출량 지표조차 “산정 중이지 않다”고 답해 정책과 공시가 모두 부재했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보험사들은 앞으로 ‘탈석탄 정책의 즉시 채택과 보험 인수 기준의 명문화’와 광산·발전 신규 확장 기업을 자동 배제하고 ‘에너지 전환계획’ 예외에 외부 검증·종료 시한 등 검증할 수 있는 기준을 도입하고 ‘공공기관’ 예외는 폐지하거나 일몰 기한을 규정하라고 촉구했다.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기민우 연구원은 “업계를 선도한다는 기업의 정책조차 예외 조항에 검증 기준이 없다는 것은 일부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업계 전반의 구조적 미비”라며 “최근 폭염과 폭우 등 기후재난이 빈번해지면서 보험사의 기후위기 영향이 커지고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책임 요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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