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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너무 빨랐던 '레버리지 ETF'


. [사진=박지은 기자]
. [사진=박지은 기자]

[아이뉴스24 윤희성 기자] "나와서는 안 됐던 상품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증권업계 관계자가 했던 말이다.

올해 국내 증권시장에는 기념비적인 사건들이 많았다. 그 중심부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있었다. 지금은 인기가 한풀 꺾였지만 출시 직후에는 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에 가까웠다.

시장 참여자가 늘어난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진입 장벽이 지나치게 낮았다는 데 있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구조여서 가격이 반대로 움직일 경우 손실도 급격히 커진다.

파생상품 등을 활용해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임에도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기 지나치게 쉬웠다. 투자하지 않으면 뒤쳐질 것 같은 조바심, '빨리빨리' 자산을 불리고 싶은 욕구가 상품의 몸집을 순식간에 키웠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나오는 과정도 지나치게 빨랐다. 지난 1월 김용범 전 정책실장이 레버리지 ETF 도입 의사를 밝힌 후 금융위원회는 곧바로 제도 논의에 착수했다. 4월에는 도입 근거를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리고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들이 시장에 등장했다. 상장까지 반 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충분히 거쳤는지 묻는 질의에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증권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검토 없이 상품이 출시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국은 빠르게 수습에 나섰다. 상장 두 달여 만인 7월 31일 첫 규제가 시행됐다. 거래량은 유의미하게 줄었다. 7월 한 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목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1조원을 웃돌았지만 규제 시행 후 8월엔 858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빠른 수습엔 또 다른 의문이 남는다. 규제의 부작용을 충분히 따져봤는지에 대한 것이다.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린 방식은 투자자를 자산 규모로 가른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를 남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예탁금 상향이 투자자를 극단으로 가르는 것 같다"고 했다.

대용자금을 뺀 순수 현금 3000만원을 보유한 투자자만 레버리지 상품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돈이 많은 투자자에게는 위험을 감수할 선택지를 남겨둔 반면 자금이 적은 투자자에게는 선택지 자체를 제한한 셈이다.

보유자산의 일정 비율만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도록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투자자별 자금 규모와 관계없이 일정한 수준의 위험 노출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형평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자본시장의 체질을 바꾸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방향성은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시장 참여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일수록 왜 필요한지 충분히 설명하고, 문제가 드러났을 때 그에 걸맞게 교정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레버리지 ETF는 아쉬움이 큰 사례로 기억된다. 도입도, 흥행도, 규제도 빨랐다.

빨리 뛰면 자주 넘어진다. 지금 우리 자본시장에 필요한 것은 더 빠르게 달리는 일이 아니라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단단한 체력을 갖추는 일인지도 모른다.

/윤희성 기자(heeh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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