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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8시간 일을 2시간으로…기업에 남은 '6시간의 숙제'


메일·보고서 넘어 일상까지 AI 활용…사람마다 쓰는 수준은 '천차만별'
기업은 AX 평가까지 속도전…줄어든 업무시간에 '혁신·도전'은 새 숙제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이번 추석 인사도 AI한테 물어봤어요."

거래처와 지인에게 보낼 명절 인사말을 고민하던 직장인들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AI로 특정 업무의 시간은 줄었지만, 줄어든 시간에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지가 AX를 추진하는 기업들에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챗GPT]
AI로 특정 업무의 시간은 줄었지만, 줄어든 시간에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지가 AX를 추진하는 기업들에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챗GPT]

직접 문구를 만들거나 비서에게 부탁했던 인사말부터 간단한 이메일, 회의록 작성까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맡긴다. 보고서에 필요한 자료를 찾고 정리하거나 초안을 만드는 데 AI를 활용하는 것도 익숙한 일이 됐다.

다만 AI를 쓰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간단한 검색이나 문장 작성에 그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료 분석부터 보고서 작성, 반복 업무 자동화까지 맡기기도 한다.

대기업 임원들 사이에서는 단순 업무라면 AI가 '대리급이나 신입사원 티를 갓 벗어난 사원급' 역할은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여러 이해관계를 살펴야 하거나 세밀한 분석이 필요한 업무는 아직 사람이 직접 판단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실제 AI를 활용하면서 업무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임금근로자 약 3000명을 조사한 결과 56%가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었다.

AI를 활용하면서 줄어든 업무시간은 평균 17.6%였다. 반면 상황과 목적에 맞게 AI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사람은 13.6%에 그쳤다.

추석 인사부터 보고서까지…AI 실력은 '천차만별'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기업들도 직원들의 AI 활용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지난 7~8월 전 그룹사 임원 2300여명을 대상으로 'AX 캠프'를 열었다. 각 임원에게 자신이 맡은 조직의 업무를 AI로 바꾸는 과제도 줬다. 이 과제의 성과는 임원 목표관리(MBO) 평가의 20%를 차지한다.

LG전자도 지난해부터 임원 핵심성과지표(KPI)에 AX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 직원이 "이 업무를 AI로 바꾸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면, 공모를 통해 실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주는 전담 조직도 운영한다.

구광모 LG 대표도 지난 16일 사장단 회의에서 AI 시대의 투자 전략을 논의하며 경영진에 빠른 실행을 주문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서 열린 '2026 테크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회사가 속도를 내는 만큼 모든 직원이 AI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SDS가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 재직자 1750명을 조사한 결과 업무용 생성형 AI 사용시간은 하루 평균 3.25시간이었다. 활용 방식은 문서 작성·번역 같은 단순 업무부터 데이터 분석·사업기획까지 다양했다.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해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도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해외에서 제품이 얼마나 팔릴지 예측하고 생산량과 국가별 공급량을 정하는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각 조직이 오랜 기간 쌓은 경험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AI를 도입한다고 기존 업무가 곧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8시간이 2시간으로 줄어든 업무…'남은 6시간'은 숙제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는 모습.[사진=픽셀스]

AI가 특정 업무시간을 줄이는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업들은 'AI 덕분에 아낀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라는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경희대 경영대학원 AI 비즈니스 전공 김상균 교수는 한 대기업 계열사의 사례를 소개했다.

한 직원이 8시간가량 하던 업무가 AI를 활용하면서 2시간 수준으로 줄었다. 회사는 남은 시간을 새로운 시도와 혁신에 쓰길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직원은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 교수는 "국내 기업은 상명하복식 문화가 강하다 보니 AX도 KPI를 걸고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며 "임원들은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은 받는데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AI로 기존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과 새로운 일을 찾아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얘기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김 교수는 "그동안 기업에서 혁신과 도전이라고 했던 것들도 실제로는 성공 가능성이 어느 정도 보이는 과제가 많았다"며 "진짜 자율성을 주고 새로운 것을 해보라고 하니 임원부터 구성원까지 당황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고민도 이제 '어떤 AI를 도입할까'에서 '사람과 조직을 어떻게 바꿀까'로 넓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이제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부족한 문제가 아니라 기업 문화와 리더십을 어떻게 재편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기술은 돈을 주고 살 수 있지만 문화와 사람은 그렇게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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