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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대 로봇, 수명 다하면 어디로?…폐기 통계조차 없다


산업용 로봇 교체 주기 도래…폐로봇 독립 분류 없어 발생량 파악 난항
휴머노이드는 배터리·희토류·저장장치까지 결합…안전·보안 위험 확대
중고 유통부터 재제조·폐기까지 ‘로봇 순환경제’ 제도화 필요

[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로봇 양산 시대를 앞두고 수명을 다한 로봇의 폐기 및 재활용 문제가 로봇 산업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산업용 로봇이 약 40만대 수준으로 추산되지만 폐기 단계에서는 로봇으로 별도 집계되지 않는다. 어떤 부품이 재사용되고 얼마나 많은 금속이 재활용되는지 파악할 기초 통계도 부족하다.

앞으로 휴머노이드와 지능형 서비스 로봇이 대량 보급되면 배터리와 희토류 자석, 센서, 데이터저장장치까지 함께 처리해야 한다. 제품 개발과 보급 정책뿐 아니라 수리와 중고 유통, 재제조, 폐기까지 고려한 전주기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 앤 엑스포2026(AISE 2026)'에서 화인로보틱스 부스에서 관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 앤 엑스포2026(AISE 2026)'에서 화인로보틱스 부스에서 관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4일 로봇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폐기물 관리 체계상 '폐로봇'만을 별도로 집계하거나 규제하는 독립된 폐기물 분류 코드가 없다.

공장에서 사용을 마친 로봇은 해체된 뒤 폐모터와 폐전선, 전자부품, 고철·비철금속 등 구성품과 재질에 따라 처리된다. 폐기물 자체는 기존 법령에 따라 관리되지만 '로봇 한 대가 폐기됐다'는 이력은 남지 않는 구조다.

이 때문에 폐로봇 발생량과 재사용률, 재활용률을 별도로 산출하기 어렵다. 로봇에서 회수된 모터와 감속기가 다른 장비에 다시 사용됐는지, 프레임과 전선이 원료로 재활용됐는지 등을 로봇산업 통계로 연결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로봇은 형태와 용도, 구성부품이 다양해 유통부터 폐기까지 하나의 분류로 통계를 잡기 어렵다"며 "폐기 단계에서도 독립적인 분류가 없어 수명이 다한 로봇의 발생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로봇에 별도의 품목분류 코드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관세 품목분류에는 산업용 로봇이 HS 제8479.50호로 분류되며, 적재용 로봇과 무인운반로봇 등 일부 제품에도 별도 세번이 존재한다.

문제는 협동로봇과 물류로봇, 서비스로봇, 휴머노이드처럼 제품 형태와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하나의 코드만으로 전체 로봇의 수출입과 국내 유통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폐기 단계에서는 이런 통계가 더욱 분절된다.

고가 부품 회수하지만…'로봇'의 재활용률은 모른다

산업 현장에서는 사용 연한이 지난 로봇을 분해해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 케이블 등 사용 가능한 부품을 확보하거나 알루미늄·철강 프레임을 고철로 처리한다.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 앤 엑스포2026(AISE 2026)'에서 화인로보틱스 부스에서 관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국내 누적 보급 로봇 대수가 40만 대를 넘어섰지만, 수명을 다한 로봇의 폐기 및 재활용을 관리할 관련 제도나 통계는 전무한 상황이다. 사진은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제미나이]

HL로보틱스 연구실에서도 수명을 다한 시험용 로봇을 수작업으로 분해해 부품과 금속류를 종류별로 처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는 로봇 전용 회수·폐기 시스템이 아니라 개별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기존 사업장 폐기물 처리체계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부품의 상태를 평가하는 공통 기준이나 재제조 부품의 성능·안전을 인증하는 제도도 부족하다.

기존 원고처럼 대다수 폐로봇이 매립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금속 프레임과 전선, 모터 등은 일반적인 금속·전자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회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발생량과 처리 경로를 보여주는 통계가 없어 재사용·재활용과 소각·매립 비중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핵심 문제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로봇 밀도는 2023년 근로자 1만명당 1012대로 세계 1위였다. 최신 집계에서는 1만명당 1220대까지 높아졌다.

2024년 신규 설치된 산업용 로봇도 3만600대에 달했다. 설치 후 7~10년가량 사용한 로봇들이 순차적으로 교체된다고 보면 2010년대 중후반 보급된 장비의 중고 매각과 폐기가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휴머노이드는 배터리·희토류·데이터까지 처리해야

휴머노이드와 지능형 로봇은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폐기 과정이 복잡하다. 모터와 감속기, 금속 프레임뿐 아니라 배터리와 카메라·라이다 등 센서, 고성능 컴퓨터와 통신장치가 하나의 제품에 결합되기 때문이다.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 앤 엑스포2026(AISE 2026)'에서 화인로보틱스 부스에서 관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폐기된 휴머노이드 모습들 [사진=리텍(Re-tek)]

배터리는 잔존 전력과 손상 여부를 확인한 뒤 안전하게 분리해야 한다. 충격을 받거나 내부가 손상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운송과 보관 과정에서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 일반 금속부품과 같은 방식으로 다룰 수 없다.

관절 구동용 모터에 들어가는 네오디뮴 영구자석도 회수 가치가 높은 자원이다. 희토류 자석이 다른 금속이나 복합소재와 섞인 채 파쇄되면 분리·정제 비용이 커져 경제성이 떨어진다. 강한 자력과 분진·산화 가능성 때문에 해체 작업의 안전 기준도 필요하다.

다만 휴머노이드 한 대에 사용되는 네오디뮴 자석이 3.5~4㎏이라는 수치는 제품의 크기와 관절 수, 모터 설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산업 전체의 일반값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제조사별 부품 구성과 소재 정보를 토대로 별도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데이터 보안도 새로운 폐기 과제다. 지능형 로봇의 저장장치에는 공장 내부 지도와 생산공정 영상, 작업자 얼굴·음성, 사용자 행동 데이터 등이 남을 수 있다.

로봇을 중고로 판매하거나 해체하기 전에 데이터를 암호학적으로 삭제하거나 저장장치를 물리적으로 파기하지 않으면 영업기밀과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에는 로봇의 기능을 멈추는 것뿐 아니라 데이터 삭제까지 폐기 절차에 포함해야 한다.

중고 로봇 지원 끝나자 플랫폼도 종료

폐기보다 우선할 수 있는 방법은 사용 가능한 로봇을 수리해 다시 쓰거나 부품을 재제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중고 로봇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산업용 로봇은 장비만 옮긴다고 곧바로 다시 사용할 수 없다. 새 공정에 맞춰 시스템통합(SI) 작업을 하고 안전펜스와 제어 프로그램, 주변 장비를 다시 설치해야 한다. 운송과 해체·재설치 비용까지 더하면 새 로봇을 구매하는 것과 비용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있다.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 앤 엑스포2026(AISE 2026)'에서 화인로보틱스 부스에서 관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CJ대한통운 휴머노이드 로봇이 양지 올리브영 물류센터에서 상품 포장 공정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 CJ대한통운]

로봇사용자협회(KARU)는 2021년부터 3년 동안 사용 연한이 지난 산업용 로봇의 진단·평가 기준과 리퍼비시 기술을 지원하고 중고 로봇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을 수행했다.

하지만 지원 기간이 끝난 뒤 시장 규모와 거래량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고 지속적인 예산도 확보되지 않으면서 전용 사업단 운영과 플랫폼 관리가 종료됐다. 일회성 지원만으로는 회수부터 재판매까지 이어지는 시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한 업계 전문가는 “새 로봇의 보급 규모가 커지고 일정한 물량의 중고 제품이 나와야 진단과 수리, 부품 회수 사업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현재는 제품 상태를 평가할 기준과 거래 기반부터 마련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자동차처럼 수리부터 폐기까지 이력 관리해야

업계에서는 자동차 산업처럼 로봇도 수리와 중고 유통, 해체, 부품 재사용, 소재 재활용을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자동차는 전국적인 정비망과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 부품 공급망, 폐차장 체계를 갖추고 있다. 폐차 단계에서는 중량 기준 재활용·에너지 회수 목표도 적용한다.

다만 자동차가 희토류를 포함한 모든 핵심 부품을 95% 이상 의무적으로 회수한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95%는 자동차 전체 중량을 기준으로 한 재활용·에너지 회수 목표 개념으로, 희토류 개별 소재의 회수율을 뜻하지 않는다.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 앤 엑스포2026(AISE 2026)'에서 화인로보틱스 부스에서 관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엑스펑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 [사진=엑스펑 홈페이지 캡처]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 앤 엑스포2026(AISE 2026)'에서 화인로보틱스 부스에서 관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가 신규 로봇 핸드로 드릴 비트를 장착하고, 드릴을 조작하는 모습.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공구 활용 능력을 시연 [사진=보스턴다이나믹스]

로봇에는 자동차와 같은 전용 등록·말소 체계가 없고 작동시간과 부하, 정비 이력, 관절별 마모도를 반영한 표준 잔존가치 평가 기준도 부족하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역시 로봇 완제품을 독립적인 의무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우선 로봇의 제조번호와 설치일, 정비·부품 교체 이력을 기록하고 중고 거래 때 배터리와 구동부, 안전장치의 상태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폐기 단계에서는 데이터 삭제 여부와 배터리 분리, 재사용 가능한 부품, 소재별 회수량을 기록해야 한다.

제조사가 해체를 고려해 제품을 설계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배터리와 저장장치, 희토류 자석을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부품·소재 정보를 제공하면 재활용 비용과 작업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박광현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는 “당장 폐로봇이 사회적 문제가 된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대량 양산 시대에 대비해 자동차 업계의 자원순환 체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봇산업은 보급 대수와 기술 수준을 높이는 경쟁을 넘어 제품의 마지막 단계까지 책임지는 시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폐로봇 전용 통계를 먼저 구축하고 재사용·재제조·재활용 기준을 단계적으로 마련해야 로봇 양산 확대가 새로운 폐기물 문제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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