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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골관절염 악화…연결고리 찾아, 새 치료법 나올까 [지금은 과학]


전남대·인제대 공동연구팀, 골관절염 새로운 치료 전략 내놓아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나이가 들면서 흔히 겪는 두 가지 대표적 질환인 고혈압과 골관절염이 서로 무관하지 않고 전신의 혈압 신호가 관절 연골의 파괴를 직접 촉진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팀이 알아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배경훈)는 전남대 류제황 교수와 인제대 전장수 교수 공동연구팀이 고혈압이 골관절염(퇴행성관절염)을 악화시키는 구체적 분자 원리를 규명했다고 2일 발표했다.

골관절염과 고혈압은 고령층에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두 질환은 각각 관절과 뼈와 관절, 혈관에 나타나는 관련 없는 질환으로 보이는 흐름이 있다. 오래전부터 고혈압이 있는 환자에게서 관절염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관찰됐다. 두 질환이 함께 악화하는 근본적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고혈압 환자에서 골관절염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고혈압 생쥐 모델에서도 고혈압이 골관절염의 진행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과기정통부]
고혈압 환자에서 골관절염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고혈압 생쥐 모델에서도 고혈압이 골관절염의 진행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과기정통부]

연구팀은 먼저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고혈압이 있는 사람일수록 골관절염 유병률이 높고 관절염이 심할수록 고혈압과 관련성도 뚜렷해짐을 확인했다. 두 종류의 고혈압 생쥐 모델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고혈압이 실제로 골관절염을 가속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핵심은 뇌에서 분비돼 혈압을 조절하는 호르몬 바소프레신(AVP, 체내 수분 조절과 혈압 상승에 관여하는 신경호르몬)과 이를 받아들이는 바소프레신 수용체 1A(AVPR1A)였다. 고혈압 상태에서는 혈중 바소프레신 농도가 높아지고 건강한 연골에는 거의 없는 바소프레신 수용체는 관절이 손상되거나 노화되면 많이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고혈압으로 혈중 바소프레신(AVP)이 많아지고 노화와 손상으로 인해 수용체(AVPR1A)까지 늘어나 두 요소가 결합하면 연골을 분해하는 신호는 켜지고 반대로 연골을 유지하는 신호는 꺼지면서 연골 파괴가 촉진되는 것이다.

실제로 생쥐 모델에서 이 수용체를 유전자 수준으로 없애거나 억제하자 고혈압에 의한 연골 손상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관절염은 관절만의 병’이라는 오랜 통념을 깨고 뇌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이 관절 건강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실제 증거로 보여준 첫 사례이다. 학술적 의미가 크다. 뇌에서 분비된 혈압 호르몬(바소프레신)이 혈액을 타고 관절까지 원격으로 작용해 연골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은 그동안 관절 안만 들여다보던 연구의 시야를 ‘뇌-호르몬-관절’을 잇는 온몸의 축으로 넓힌 발견이다.

앞으로 노화성 관절 질환을 전신 건강의 문제로 접근하게 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치료제가 없던 이유를 되짚고 새로운 치료의 방향을 여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를 이끈 전장수 인제대 석좌교수는 2014년 ‘셀(Cell)’, 2019년 ‘네이처(Nature)’에 이어 이번 ‘사이언스(Science)’까지 세계 3대 과학 학술지에 모두 교신저자로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류제황 전남대 교수는 “이번 성과는 골관절염 환자를 진료할 때 관절 국소 부위뿐 아니라 고혈압 같은 전신 건강 상태를 함께 관리해야 함을 시사한다”며 “앞으로 바소프레신 신호 체계를 표적으로 하는 근본적 관절염 치료제 개발로 후속 연구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경희대 의대 내분비대사내과・디지털헬스센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골관절염을 단순한 관절 마모를 넘어 전신 대사, 내분비 환경과 연결해 설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며 “동물 실험을 통해 유전, 약리학적 수용체 차단 실험으로 작동원리를 뒷받침한 점도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사람에서의 분석은 단면 관찰연구여서 인과관계를 확정하기 어렵고 혈압을 낮추는 치료가 골관절염을 예방하거나 개선한다고 입증한 것도 아니라고 전제했다. 심혈관, 대사 건강과 관절 건강을 함께 바라볼 근거는 제시됐는데 수용체 표적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은 앞으로 전향적 임상시험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성과는 질환의 발생과 진행 원리를 밝히는 기초연구가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기초연구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 성과(논문명: Hypertension fuels osteoarthritis through neuroendocrine signaling)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2일 자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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