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경환 기자] 1948년 10월, 그들은 제주로 향하라는 출동 명령을 거부했다. 그리고 역사의 거센 소용돌이 속에서 수많은 삶이 비극으로 이어졌다.
78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여순사건의 아픔은 여전히 우리 지역의 역사 속에 깊이 남아 있다.

누군가는 가족을 잃었고, 누군가는 그날의 기억을 가슴에 묻은 채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역사의 기록에서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잊힌 기억을 되살리는 다큐멘터리가 순천 시민들을 찾아온다.
순천시와 순천문화재단은 제78주년 여순 10·19사건 주간을 맞아 오는 17일 오후 3시 순천 메가박스 7층에서 다큐멘터리 **‘1948, 사라진 병사들 ep.2 – 동포의 학살을 거부한다’**를 무료 상영한다.
이번 상영회는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여순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지역사회가 함께 기억하기 위해 마련됐다.
■ “그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78년 전의 흔적을 찾아서
상영작은 허욱 감독이 제작한 여순 다큐멘터리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작품으로, 1948년 10월 제주 출동 명령을 거부했던 제14연대 군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후 계엄 상황에서 이어진 토벌 과정과 민간인 희생의 역사를 증언과 기록을 통해 되짚는다.
특히 공식 기록만으로는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운 제14연대 병사들의 행방을 일기장과 사진, 편지, 그리고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증언을 따라 추적한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쉽게 잊히기 쉬운 개인들의 삶과 기억을 다시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역사는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기록하고, 누군가 전하며, 또 누군가 귀 기울일 때 비로소 다음 세대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 스크린에 되살아나는 여순의 아픔…시민과 감독이 함께 나눈다
43분간의 상영이 끝난 뒤에는 허욱 감독과 시민들이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된다.
관객들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만난 기록과 증언, 그 안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감독에게 직접 듣고 질문할 수 있다.
이번 행사는 여순사건을 역사책 속 과거의 사건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함께 기억하고 성찰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여순사건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도 지역의 아픈 역사를 이해하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될 전망이다.
■ 78년의 세월이 흘러도…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
여순사건은 단순히 과거에 머무는 역사가 아니다.
그날의 아픔은 희생자와 유족들의 삶에 오랜 흔적을 남겼으며, 지역사회가 함께 기억하고 치유해야 할 역사적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다큐멘터리 상영은 기록에서 멀어져 간 사람들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희생자들의 삶을 돌아보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시민 100명을 사전신청으로 초대한다. 신청은 행사 포스터의 QR코드 또는 순천문화재단 홈페이지 알림 게시판을 통해 할 수 있다.
78년 전의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그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오는 17일 순천의 한 영화관에서 다시 펼쳐질 ‘사라진 병사들’의 이야기가 지역민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전하고, 여순사건의 진실과 평화·인권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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