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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전력 '밀리초 경쟁'⋯K배터리 3사, 저장 넘어 제어·안전


美 연구진, ESS의 전력 변동 완화 가능성 확인⋯계통형성 기술 주목
LG엔솔 전력제어·삼성SDI 고출력·SK온 배터리 진단⋯기술 경쟁 확대

[아이뉴스24 황세웅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쟁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많은 전기를 저장하는 데서 나아가 급격한 전력 수요 변화에 대응하고 정전 시 전력을 즉시 공급하며 배터리의 이상 징후까지 관리하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전력제어 기능을 결합하고 있으며 삼성SDI는 데이터센터용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배터리백업유닛(BBU)용 고출력 배터리를 강화하고 있다. SK온은 전력망용 ESS에 배터리 상태진단과 화재 예방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건물 전경. [사진=각 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건물 전경. [사진=각 사]

AI 서버는 짧은 순간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만큼 배터리의 빠른 충·방전 성능과 전력제어, 안전진단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 산하 퍼시픽노스웨스트국립연구소(PNNL)는 최근 계통형성(Grid-Forming) 에너지저장장치(ESS)가 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전력 사용량 변화를 완화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다.

AI 서버 전력 급변⋯ESS가 완충 역할

AI 데이터센터에서는 많은 GPU가 병렬로 연산하면서 전력 사용량이 빠르게 늘거나 줄 수 있다. 연구진은 AI 학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16㎐와 25.6㎐ 주기의 전력 변동 등을 시뮬레이션해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전력 수요가 갑자기 달라지면 데이터센터가 연결된 지점의 전력 흐름과 전력망 주파수가 흔들릴 수 있다. 인근 발전기에도 기계적인 진동이 전달돼 설비 안정성과 수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때 ESS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줄어들면 전기를 저장하고 사용량이 늘면 저장한 전기를 내보내 변동 폭을 줄인다. 자동차가 급가속하거나 급제동할 때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장치와 비슷한 역할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건물 전경. [사진=각 사]
미국 퍼시픽노스웨스트국립연구소(PNNL) 연구진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전력 사용량 변화에 대응해 계통형성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효과를 분석한 시뮬레이션 결과, 800MW 규모의 ESS를 적용했을 때 전력과 주파수 변동이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PNNL]

특히 주목받는 기술은 계통형성 ESS다. 일반적인 계통추종형 ESS는 기존 전력망의 전압과 주파수를 감지해 이에 맞춰 작동한다. 계통형성 ESS는 PCS와 제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전압과 주파수의 기준을 능동적으로 만들고 전력망의 안정 회복을 돕는다.

계통형성 기능은 배터리 셀만으로 구현되는 기술은 아니다. 배터리가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PCS와 제어 알고리즘이 전력을 내보내는 시점과 규모를 조정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용 ESS에서는 배터리와 PCS, 에너지관리시스템을 통합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PNNL 연구진은 800MW 규모의 계통형성 ESS를 적용한 시나리오에서 AI 학습 부하로 발생한 전력과 주파수 변동이 완화되고 발전기의 축 진동도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는 실제 데이터센터에 800MW ESS를 설치해 실증한 결과가 아니라 컴퓨터 모델을 활용한 전자기 과도현상 시뮬레이션이다. 연구에 사용된 용량도 모든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표준이나 권장 규모가 아니다. 실제 적용 용량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와 계통 조건, 비상발전기 구성 등에 따라 달라진다.

LG엔솔 전력제어⋯삼성SDI·SK온도 기술 강화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전력제어 기술을 결합한 ESS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 엔비디아의 'DSX 레디' 요건을 충족한 'JF2 AC 링크'가 대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건물 전경. [사진=각 사]
LG에너지솔루션 JF2 AC 링크 제품.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 제품은 AI 서버의 전력 사용량이 갑자기 늘어나거나 줄어들 때 배터리의 충전과 방전을 조절해 전력 변동을 완화한다. 전력망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압과 주파수의 안정을 돕는 계통형성 기능도 지원한다.

삼성SDI는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고출력 배터리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정전이 발생했을 때 전기를 공급하는 무정전전원장치(UPS)용 각형 배터리와 서버 가까이에서 순간적인 전력 수요 증가나 공급 이상에 대응하는 배터리백업유닛(BBU)용 원통형 배터리다.

AI 기반 ESS 화재 예방 소프트웨어 '삼성배터리인텔리전스(SBI)'도 개발해 선보였다. SBI는 배터리의 상태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수명 변화를 예측하는 기능을 갖췄다.

SK온은 배터리 내부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는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을 차별화 기술로 내세우고 있다.

EIS는 배터리에 작은 교류 전기 신호를 보내 내부 저항과 반응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사람이 건강검진을 통해 몸의 이상을 확인하듯 배터리의 노후화와 이상 징후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건물 전경. [사진=각 사]
삼성SDI의 UPS용 배터리 제품. [사진=삼성SDI]

SK온은 이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ESS '그리드온 젠 2'를 2027년 3분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저장 용량 넘어 전력 안정성 경쟁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설치 위치와 목적에 따라 요구되는 성능이 다르다.

서버 가까이에 설치하는 BBU는 갑작스러운 전력 공급 이상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높은 출력과 빠른 반응속도가 중요하다. 제한된 서버 공간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에너지밀도와 열관리 능력도 필요하다.

UPS는 정전이나 전압 저하가 발생했을 때 비상발전기가 가동되거나 전력 공급이 복구될 때까지 데이터센터의 핵심 설비가 멈추지 않도록 전력을 공급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내보내는 성능과 높은 신뢰성이 요구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건물 전경. [사진=각 사]
SK온 인터배터리 2026 전시관 내 ESS 제품 [사진=권서아 기자]

데이터센터 외부나 전력망 연결 지점에 설치하는 대규모 ESS는 역할이 다르다. 전력요금이 낮거나 수요가 적은 시간에 전기를 저장해 피크 시간에 공급하는 기능뿐 아니라 AI 연산으로 발생하는 급격한 전력 변동을 조절해야 한다.

계통형성 기능을 적용하면 정전이나 전력망 이상이 발생했을 때 전압과 주파수 회복을 지원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셀의 충·방전 성능과 함께 PCS의 출력, 제어 소프트웨어의 반응속도, 냉각·소화 시스템의 안전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배터리 3사가 데이터센터 전력시장에 접근하는 방식도 서로 다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대규모 ESS와 전력제어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에, 삼성SDI는 UPS·BBU용 고출력 배터리와 ESS 안전진단에, SK온은 전력망용 ESS의 용량 확대와 상태진단 기술에 각각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배터리 경쟁은 단순한 저장용량 비교에서 벗어나 필요한 순간 얼마나 빠르게 전력을 공급하고 반복적인 충·방전을 견디며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지를 겨루는 방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조재필 전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배터리가 순간적으로 많은 전류를 내보내면 고려해야 할 점이 상당히 많다"며 "무엇보다 안전성이 중요하고, 사용 시간과 고속 충·방전 성능도 핵심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황세웅 기자(hseewoong8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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