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김현영 인턴 기자] 운전자가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핸들이 스스로 돌아갔다. 차선을 따라 달리던 버스는 정류장을 인식하자 속도를 줄이고 브레이크를 작동했다.
그러나 정류장 주변에 다른 차량이 나타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안전운전자가 자율주행 모드를 해제하고 직접 핸들을 잡았다. 도로 위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개입이었다.
고양시 자율주행버스 ‘달릴고양’에서는 차량이 스스로 달리는 기술과 주변 상황을 살피는 사람의 판단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A01 고양 자율주행버스가 21일 오전 출발지점인 대화역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앞문을 개방하고 있다. [사진=김현영 인턴기자]](https://image.inews24.com/v1/621b824fdb3332.jpg)
고양시는 지난 20일 달릴고양의 정식 운행을 시작했다. 지난 6월부터 주간 1개 노선에서 진행한 시범운행을 주간 2개와 야간 1개 노선으로 확대했다. 정식 운행 이튿날인 21일 직접 버스에 올라 자율주행 대중교통의 현재 모습을 살펴봤다.
운전석 오른쪽에는 차량의 주행 정보를 표시하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었다. 사전에 입력된 운행 경로와 차선, 주변 차량·장애물 등 자율주행 시스템이 인식하는 정보를 보여주는 화면이다.
버스는 정해진 속도를 지키며 도로를 달렸다. 앞차와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감지해 속도를 조절했고 조건이 갖춰지면 차로도 변경했다. 운전자는 핸들에서 손을 뗀 채 전방과 모니터를 번갈아 살폈다.
승객도 차내 스크린을 통해 자율주행 상태와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버스 왼쪽 전방에 설치된 별도 화면에는 운전석과 전방 도로 상황이 실시간으로 비쳤다.
고양시 자율주행버스 담당자는 "안전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고 있다"며 "고속으로 주행할 수 없도록 설정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A01 고양 자율주행버스가 21일 오전 출발지점인 대화역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앞문을 개방하고 있다. [사진=김현영 인턴기자]](https://image.inews24.com/v1/4f25172ec3c17e.jpg)
운행 중 가장 눈에 띈 장면은 자율주행과 수동 운전이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버스가 정류장에 접근하던 중 주변에 다른 차량이 나타났다. 안전운전자는 자율주행 모드를 해제한 뒤 직접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며 정류장으로 들어갔다. 차량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스스로 움직이더라도 교통 상황에 따라 사람이 즉시 개입할 수 있는 구조였다.
안전운전자는 “주변 차량이 갑자기 차로를 변경하거나 버스의 차로 변경으로 정체가 발생할 수 있을 때 수동 운전으로 전환한다”며 “승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해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개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운행 방식은 모든 상황을 차량에 맡기는 완전자율주행이 아니라 전문 운전자가 시스템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필요할 때 통제권을 넘겨받는 형태다.
실제 도로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과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승용차, 보행자 등 사전에 정해진 경로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다. 달릴고양은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자율주행을 유지하기보다 운전자가 개입하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달릴고양의 주간 노선은 대화역을 중심으로 일산서구 일대를 순환한다. A01은 대화역에서 출발해 킨텍스와 고양종합운동장 등을 거쳐 다시 대화역으로 돌아오는 약 4㎞ 구간이다.
A02는 대화역에서 킨텍스역과 킨텍스캠핑장 등을 연결한 뒤 대화역으로 돌아오는 약 6㎞ 순환 노선이다. 야간 노선 A03은 대화역에서 백석역과 대곡역을 거쳐 화정역까지 편도 약 11㎞를 운행한다.
![A01 고양 자율주행버스가 21일 오전 출발지점인 대화역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앞문을 개방하고 있다. [사진=김현영 인턴기자]](https://image.inews24.com/v1/c8e51e3227d786.gif)
고양시는 자율주행버스 2대를 활용해 주·야간 노선을 운영한다. 차량 정기 점검과 전문 운전자 배치, 안전교육, 비상 대응 매뉴얼 등을 통해 돌발상황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차량의 실시간 위치와 운행 상태, 승하차 정보는 고양시 관제시스템과 연계해 관리한다. 올해 운행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이용자 의견을 분석해 노선과 운행 횟수, 기술 개선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내년에는 주간 노선도 화정역과 구파발역 방향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운행 거리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자체는 비교적 차분하게 이뤄졌지만 승객에게 운행 정보를 전달하는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드러났다.
운행 도중 승객 안내용 스크린이 멈췄고 별도의 음성 안내도 나오지 않았다. 승객이 현재 위치와 다음 정류장을 확인하려면 차창에 붙은 노선 안내도와 외부 정류장 이름을 직접 대조해야 했다.
버스는 경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었지만 승객에게 어디를 지나고 있고 언제 내려야 하는지 알려주는 기본적인 안내 기능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고양시 담당자는 화면 오류에 대해 "운행 중 발생하는 오류도 데이터로 축적해 지속해서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01 고양 자율주행버스가 21일 오전 출발지점인 대화역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앞문을 개방하고 있다. [사진=김현영 인턴기자]](https://image.inews24.com/v1/fba45d38cf1150.jpg)
탑승 전에 운행 정보를 확인하는 데도 제약이 있었다. 달릴고양의 실시간 위치와 도착 정보는 아직 일반 지도 애플리케이션이나 기존 버스정보시스템(BIS)에서 확인할 수 없다.
고양시는 올해 안에 애플리케이션 연동에 필요한 면허를 취득하고 BIS에 노선과 운행 정보를 등록할 계획이다. 등록이 완료되면 이용자가 스마트폰과 정류장 안내 화면에서 버스 위치와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 담당자는 "시범운행 당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안정성을 높였다"며 "정식 운행 과정에서도 계속 데이터를 축적하고 학습시켜 서비스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차와 추가 기술 개발 계획도 올해 운행 결과를 토대로 마련한다. 담당자는 "버스 운행 횟수와 기술 개발 계획은 올해 데이터를 분석한 뒤 내년에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타본 달릴고양은 자율주행 기술이 연구시설을 벗어나 실제 대중교통 노선으로 들어왔다는 점을 보여줬다. 차량은 스스로 핸들을 돌리고 속도를 조절했으며 정류장에 맞춰 멈췄다.
동시에 정류장 주변의 차량이나 예상하기 어려운 교통 상황에서는 사람의 판단과 개입이 필요했다. 승객에게는 멈춘 안내 화면과 제공되지 않는 실시간 도착 정보도 남아 있었다.
달릴고양의 첫 운행은 자율주행버스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뿐 아니라 대중교통으로 자리 잡기 위해 무엇을 더 갖춰야 하는지도 함께 보여줬다.
/고양=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김현영 인턴 기자(inewshy4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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