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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인허가·보상·설계 동시에…13개 규제 개선 추진


산단 조성부터 생산·수출까지 대기·중복 절차 줄이기로
공사용 외국 장비 세금 납부 유예…수리 부품 사전 보관 허용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정부가 반도체 공장을 짓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산업단지 인허가와 토지 보상, 설계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사에 쓰는 외국산 장비는 세금 납부를 미뤄주고, 생산 장비가 고장 났을 때 쓸 수리 부품은 미리 들여놓을 수 있도록 한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건설중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팹.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산업통상부는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반도체 규제 개선 13개 과제를 발표했다.

반도체는 공장 건설과 기술개발 속도가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다. 정부는 기업이 행정절차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 연구와 시험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도록 제도를 손볼 계획이다. 다만 이번 자료에 구체적인 기간 단축 목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인허가 끝나야 다음 절차…기다리지 않고 함께 진행

반도체 공장은 건물만 완성됐다고 가동할 수 없다. 전력과 용수 등 기반시설도 함께 갖춰야 한다. 어느 한 절차가 늦어지면 공장 전체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순서대로 진행하던 절차를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반도체 산업단지의 인허가·보상·설계를 병행하는 신속처리 절차를 도입한다. 이를 위한 산업입지법 개정안은 지난 7월30일 발의됐다.

반도체클러스터가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로 지정되면 기반시설 관련 인허가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범위도 넓힌다. 반도체특별법에 따른 인허가 의제 외에 추가로 묶어 처리할 항목을 초광역특구법에 반영할 계획이다.

여러 부처와 지방정부에 걸친 현안은 대통령 주재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에서 조정한다. 지난 20일 출범한 산업부 반도체혁신성장지원단은 기업별 공장 건설 계획부터 착공·가동까지 일정을 살피며 현장 애로를 지원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후보지인 전남광주 서구 군공항을 방문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공군,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관계기관과 군공항 임시배치, 산단지정 및 부지 조성, 전력·용수 공급계획 등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연합뉴스]

공사용 장비 세금은 나중에…고장 대비 부품은 미리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2025.10.12 [사진=연합뉴스]

공장을 짓고 제품을 수출하는 과정의 보세·통관 절차도 줄인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수출의 95%는 보세공장에서 제조·가공된다. 보세공장은 수입 원재료 등의 관세 납부를 미룬 상태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곳이다.

정부는 첨단산업이 모인 산업단지 전체를 종합보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확대한다. 지금은 공장마다 보세공장 특허를 받고 5~10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산단 안에서 물품을 옮길 때도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산단 전체를 하나의 구역으로 묶어 장비와 원재료를 들여오고 이동하는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보세건설장에서 사용하는 외국산 공사용 장비도 세금 납부 유예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는 공장에 설치할 기계·설비와 달리 공사에 쓰는 분석용 장비·측정기기 등은 세금을 낸 뒤 사용해야 한다. 납세 시점을 늦춰 공장 건설 초기의 자금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해외 법인에서 생산한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리 부품은 국내 보세공장에 미리 보관할 수 있도록 한다. 장비가 고장 난 뒤 부품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느라 생산이 지연되는 일을 줄이기 위해서다.

공항·항만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의 우수 보세공장은 일정 요건을 갖추면 사전 승인된 품목을 먼저 운송하고, 이동 중 수출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선한다.

중복된 승인·신고 절차도 손본다. 유해화학물질 취급 작업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승인을 받으면 화학물질관리법상 도급신고도 한 것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고압가스는 반도체 생산 현장에 맞춘 별도 안전기준을 마련한다. 가스를 보관하는 여러 실린더캐비닛의 기술검토와 변경허가를 한꺼번에 처리하고, 서로 반응하지 않는 가스는 함께 보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연구인력 근로시간 특례 검토…신기술 시험 기회 확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곽영래 기자]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초광역특구 내 반도체 핵심 연구인력의 근로시간 특례를 검토한다. 기술개발이 집중되는 시기에 연구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도입 방식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적절한 보상과 건강권 보호를 전제로 노동계·경영계와 협의할 계획이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실제 생산환경에서 시험할 기회도 늘린다. 공공성을 갖춘 비영리 반도체 시험시설 운영법인이 기업으로부터 시설·장비를 무상으로 받으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특례를 도입한다. 기업의 장비 기증을 유도해 시험·검증에 쓸 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우수 보세공장 등의 연구개발 시제품 반출입 절차도 간소화한다. 지금은 시제품을 외부에서 검사·시험하려면 건별로 사전 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자율관리 역량을 갖춘 공장에는 절차를 줄여 신제품 개발을 지원한다.

이번 과제들은 법률 개정과 관련 규정 정비 등을 거쳐 추진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경쟁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기업이 기다리는 시간은 줄이고, 연구와 실증에 필요한 시간은 확보하며, 정부가 기업의 투자일정에 맞춰 움직여 시간을 효율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전과 근로자의 권리는 지키면서도 현장에 맞지 않는 절차는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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