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중국이 바이오 기술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도 대중국 바이오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K-바이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수출 통제가 모든 바이오 기술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어서 중국과 협업하는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미·중 간 상호 규제가 커지면 한국이 수혜를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16일 '수출 금지·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내달 15일까지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대상은 인공지능(AI), 바이오의약품, 태양광 등 3개 분야의 총 40개 기술이다.
이 중 바이오 분야에서는 △독자적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세포·유전자치료 공정 플랫폼 △고위험 병원성 미생물의 유전자 인공 합성 및 병원성 강화 변이 제어 기술 등 2개 기술이 수출 금지 대상으로 제안됐다.
또한 △세포·유전자치료용 신규 표적 발굴·검증 기술 △핵심 화학 변형 합성 공정과 지질나노입자(LNP) 전달체 제조 기술 △유전자 가위(CRISPR) 탑재용 벡터 대량 배양·정제 공정 기술 등 3개 기술은 수출 제한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지난 6월 시장에 유출된 방안보다 대상 범위가 오히려 좁아진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시장에 공개된 추가 수출규제 대상에는 △항체 기술 △저분자 표적 치료제 기술 △소형 핵산 치료제 기술 △세포 및 유전자 치료 기술 등 4대 첨단 분야가 포함됐다.
이 제도의 골자는 기술 소유권을 해외로 이전하지 않는 라이선스 계약이나 위탁 연구개발·생산 서비스에는 규제 예외를 두거나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면서도, 핵심 기술의 소유권 자체를 넘기는 거래는 금지하거나 당국 허가를 받도록 한다는 데 있다.
그사이 미국은 대중국 바이오 투자 규제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는 '포괄적 해외 투자 국가안보법(COINS Act)'이 통과됐다. AI, 반도체, 양자컴퓨팅에 대한 대외 투자를 우선 차단하되 재무부 장관 재량으로 규제 대상 기술을 추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법이다.
해당 법안 통과 후 올해 미국 의회에서는 해외 투자 규제 심사 대상에 바이오기술, 특히 제약 및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포함하도록 하는 '바이오기술 투자 국가안보법(BINSA)'이 발의됐다.
후속 법안은 중국 관련 외국인과의 미국 의약품 라이선스 계약, 합작투자 및 지분 투자를 미국 재무부의 검토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대중국 바이오 투자 규제가 당초 예상보다 강화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중국과 미국의 규제 변화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도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협업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씨셀은 지난해 10월 중국 이아소 바이오로부터 다발성골수종 치료용 CAR-T 치료제 '푸카소'를 도입해 올해 2월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베이징에 신약 R&D 센터를 설립하고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중국 프론트라인바이오파마와 항체약물접합체(ADC)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중국 법인이나 연구센터에서 수출 통제 분야의 연구를 수행했다면 그 성과를 한국 본사로 옮기는 것도 중국 기술의 해외 이전으로 볼 여지가 있다.
또한 중국 정부가 기술 수출의 장벽을 높여 절차를 까다롭게 만든 만큼 중국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에서 신약 후보물질이나 기술을 들여오는 국내 기업으로서는 계약 조건이 불리해지거나 도입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지난 6월 관련 내용이 시장에 유출됐을 당시 "제품 라이선스에 기반한 해외 라이선스 모델은 대체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다국적 기업들이 승인 절차의 불확실성 때문에 중국 기업에 대해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이미 협상력이 약한 (중국 내) 중소 바이오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중국 정부의 개입은 중국 바이오 기업들에게 협상에서 '국가적 지지'를 통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국 투자 규제까지 고려해 우리나라가 수혜를 볼지는 지켜봐야 한다.
미국 정부의 최종안에 의약품 라이선스 계약까지 심사 대상으로 포함된다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대신 다른 국가의 신약 후보물질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미국의 규제에 대응해 중국이 맞서는 모양새"라며 "우리나라가 각국의 달라지는 규정에 맞춰 대응해야 하는 부담은 생기겠지만 대중국 투자 제한 등으로 대체 기술 협력국으로 우리나라가 부상할 수 있어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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