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신약 개발 이후 상용화 과정에서 국내가 아닌 해외에 먼저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글로벌 신약으로 인정받으면 국내 기준치보다 약가를 높게 책정받을 수 있어 전략적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HLB그룹의 담관암 신약 '리픽투(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는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 '캄렐리주맙' 병용요법도 FDA 승인에 도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허가 절차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항서제약은 이 병용요법으로 중국에서 허가를 받아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신약을 개발하고 해외에서 먼저 승인을 받은 사례는 많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는 2019년 미국 FDA 허가를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지난해 2월 품목허가를 신청해 11월에야 허가를 받았다. FDA 승인 후 약 6년 만이다.
2014년 동아에스티가 기술수출한 항생제 '시벡스트로(성분명 테디졸리드포스페이트)'도 FDA 승인을 먼저 받고 이후 국내 허가를 받았다. 다만 국내에서는 낮은 약가 등을 이유로 허가를 취하했다.
이처럼 최근 몇 년 새 해외에서 먼저 허가를 받고 국내에서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해외에서 먼저 FDA 승인을 받는 배경에는 국내 약가 정책의 영향이 크다. 국내에서 먼저 약가가 정해지면 그 가격이 공개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약가를 책정할 때 국내 약가가 기준이 된다.
식약처는 안전성·유효성만 심사해 허가해준 뒤 건강보험 급여 등재 과정에서 약가가 정해진다. 그럼에도 제약사들이 허가 신청 시점부터 늦추는 것은 이후 책정될 가격을 미리 고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의약품은 시장 규모가 큰 해외에서 먼저 승인을 받아 '글로벌 신약' 타이틀을 거머쥔 뒤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우리나라에서 먼저 허가를 받을 때는 경제성 평가 등도 함께 하기 때문에 약가가 낮게 책정된다"며 "처음 허가를 받은 국가가 다른 나라에서 허가를 받을 때 '참고 국가(reference country)'로 허가 여부와 약가 책정 고려하기 때문에 첫 번째 허가 국가를 해외로 정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의약품이라면 국내 기록도 중요하지만, 해외에서 임상 단계부터 진행해 '글로벌 신약'으로 먼저 인정받은 후 국내에 들어오려는 전략적 판단을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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