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중국의 매서운 추격이 가시화되자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열린 반도체 전시회에서 설립된지 4년 된 스타트업이 30종 이상의 첨단 장비를 전시하면서다. 이 업체는 세계적으로 네덜란드 ASML만 생산할 수 있는 극자외선(EUV) 장비급 성능을 내는 특허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미콘 차이나'의 사이캐리어 부스 앞에 관람객이 가득 몰려 있다. [사진=링크드인 계정 'Stanley Lim' 캡처]](https://image.inews24.com/v1/3fcaa6e948bc70.jpg)
3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장비사 사이캐리어(SiCarrier)는 지난 26~2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미콘 차이나'에서 30종 이상의 첨단 장비를 전시했다.
사이캐리어가 공개한 장비들 가운데 핵심은 중국의 명산(名山) 이름을 붙인 5개의 플래그십 웨이퍼 제조 시스템이다.
이들은 △어메이산(고급 노드용) △울릉원(에칭 공정) △백두산(CVD, 28~5㎚ 로직 및 메모리 박막용) △저우산(PVD, 금속화 및 재료 레이어링) △알리산(ALD, 5㎚ 미만 노드에서 원자 수준 증착을 돕는 공정) 등으로 명명됐다.
반도체 업계에선 사이캐리어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일본 도쿄 일렉트론, 네덜란드 ASML 등 글로벌 장비사들의 첨단 제품을 쓸 수 없는 중국에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중국 정부가 사이캐리어를 '반도체 굴기' 전략의 일환으로 육성하고 있어서다. 2022년 설립된 스타트업이 첨단 장비 30개 이상을 공개할 수 있었던 이유도 국가적 지원이 대거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사이캐리어는 중국 심천(선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다이 쥔(Dai Jun)은 SMIC와 중국 반도체펀드의 고위직을 맡고 있다.
스탠리 림 중국 광대역 반도체 연구 센터 설립자는 "ASML과 TSMC 같은 거대 기업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지배하고 있지만, 덜 알려진 심천의 이 회사가 최첨단 장비와 독점 기술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며 "거인을 상대로 성공할 수 있을 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이캐리어는 지난 2023년 EUV 노광장비 없이 DUV 장비로 5㎚ 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특허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선 화웨이가 '메이트60 프로' 스마트폰에 탑재한 7㎚ 칩을 생산할 때 사이캐리어의 장비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SMIC가 연내 5나노미터(㎚) 공정에 웨이퍼를 투입할 수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미국 IT매체 Wccf테크는 지난 28일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SMIC가 올해 5㎚ 공정 개발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 매체는 "SMIC가 공정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5㎚ 공정에서 칩을 생산하는 비용이 TSMC보다 최대 50% 더 높을 수 있다"며 "결국은 사이캐리어처럼 EUV 장비를 쓰지 않고 미세회로를 새길 수 있는 대안을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사이캐리어 관계자는 다음달 3일 상하이 무역행사에서 '반도체 장비 시장의 기회와 과제'에 대해 20분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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