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확대 재지정하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책 실패를 자인하며 고개를 숙였다.
5년 만에 해제된 강남3구의 토허구역을 한 달여 지난 시점에 다시 묶게 된 것은 그만큼 휘발성 강한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잦은 정책변수로 인해 신뢰도에 흠집이 생기고 시장 혼란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확대 재지정으로 단기적으로 거래가 줄어든다 해도 촉발된 가격 상승세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토허구역 재지정은 24일부터⋯23일까지 '갭투자' 가능?
정부가 19일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은 강남3구와 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 40만가구에 대해 오는 24일부터 오는 9월30일까지 약 6개월간 토허구역으로 지정하는 게 핵심이다.
서울시가 5년여 묶어놨던 강남3구의 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 일대 토허구역을 지난달 13일에 해제한 이후 약 1개월여 만에 다시 재지정하는 셈이다. 토허구역에서는 주택을 매입할 경우 2년간 실거주 해야 하는 등 실거주 목적의 매매만 가능하다.
토허구역 해제 후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엘·리·트)를 비롯해 강남발 집값 상승세가 거세지며 재지정하기에 이르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으로 엘·리·트 아파트가 위치한 서울 송파구 아파트값은 한 주새 0.72%나 올라 전 주(0.68%)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누적 기준으로 송파구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2.82%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다. 이어 강남구 2.0%, 서초구 1.81% 순으로 가격 상승 폭이 크다.
그런데 오는 24일부터 체결되는 신규 매매 계약분부터 토허제가 적용되기에 오는 23일까지 체결되는 계약은 전세를 끼고 매수가 가능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미 이들 지역에서 매매계약을 진행하고 있던 매도·매수자라면 3월 23일까지 거래계약서 작성을 마쳐야 전세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거래규제를 받지 않을 전망"이라며 "거래 취소나 거래 시점을 앞당기는 등 시장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개 숙인 오세훈 시장...전문가들 "정책 신뢰 추락"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대책을 발표하며 "토허구역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정책 실패를 자인했다.
전문가들은 토허구역 해제 및 재지정을 두고 낙제점을 줬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오는 24일 토허구역 확대 재지정은 '최악의 한 수'"라고 일갈했다. 김그는 "정책 신뢰는 떨어졌는데 재지정으로 강남권 거래량이 줄더라도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 고착화될 것"이라며 "토허구역에 포함되지 않는 마포구, 성동구, 동작구, 강동구 등으로 가격상승 '풍선효과'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지정이 바람직하진 않다. 일관되고 예측 가능해야 좋은 정책이기 때문에 단기간 번복 행태로 비칠 수 있다"며 "재지정으로 인해 당장 지금의 거래가 억제되더라도 상승세가 꺾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전히 금리보다는 대출 규제가 더 중요하고, 그보다는 구매력을 갖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에 비교하면 토허제 지정 여부는 지엽적인 사안 중 하나로, 토허구역이 적용·해제된 지역, 인접지역을 중심으로 영향있을 것으로 보이며 그로 인한 시장 영향은 국지적·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기존보다 토허구역이 확대되며 '충격' 요법이 예상되니 단기간 과열되던 부분은 일부 완화되는 효과가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압구정, 여의도 등 기존 토허구역 지역에서 보듯이 단기간의 상승폭 둔화 이후에는 자금력을 갖는 수요들은 지속적으로 해당 지역에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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