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유통 시장에서 힘의 균형이 온라인으로 더욱 기울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서비스를 앞세운 이커머스 성장으로 소비 패턴의 변화가 뚜렷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채널은 기존 매장을 활용한 '퀵커머스(짧은 시간 내 배달하는 서비스)' 사업으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했고, 오프라인은 7.7% 감소했다. 오프라인은 2020년 3월 이후 5년 만에 최대 감소를 기록한 반면, 온라인은 18개월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은 55.6%, 오프라인 비중은 44.4%로 집계됐다. 온·오프라인 매출 격차가 11.2%p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월간 기준 최대치인데, 액수로 환산하면 1조6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의 경우 약 5년 만에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기업형슈퍼마켓(SSM) 등 4개 업태가 모두 역성장했다. 보통 2월인 설 명절이 올해는 1월 말이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소비자들의 쇼핑 방식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온라인 매출을 부문별로 보면 내수 경기 침체로 패션·잡화(-9.7%)는 감소했지만, 식품 소비가 14.9% 뛰었다. 이커머스는 당일·주7일 배송 확대, 쿠폰 수요 증대로 오프라인이 강점으로 여겼던 식품 카테고리마저 위협하고 있다.
오프라인 채널들도 편리한 배송이 유통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현실을 고려해 관련 서비스 강화에 힘쓰고 있다. 기존 점포에서 빠르게 물건을 배달해주는 식이다.
이마트는 지난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퀵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선언했다. 2022년 서울 논현동 인근에 도심형 물류거점(MFC)를 구축하고 1시간 내 주문 물품을 배송하는 '쓱고우'를 시범 운영했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1년여 만에 서비스를 접은 바 있다.
이번에는 MFC가 아닌 기존 점포 자산을 활용하고, 배달앱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한다. 현재 이마트 왕십리점·구로점·동탄점은 배달의민족에 입점해 매장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빠르게 배달한다. 앞서 퀵커머스를 도입한 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의 시너지 효과도 꾀한다.
홈플러스는 온라인에서 오후 2시 전까지 상품을 주문하면 원하는 시간에 당일 배송이 가능한 '마트직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9일까지 해당 서비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GS리테일의 경우 편의점 GS25와 SSM GS더프레시 배송 강화를 목표로 플랫폼BU 산하 O4O 부문에 퀵커머스실을 승격했다.
다만, 오프라인 퀵커머스는 배달앱 등 외부 업체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MFC를 설치하기에는 막대한 투자 비용이 필요하고, 단기간 굳건한 선두인 쿠팡을 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쿠팡은 지난 10년간 물류망 구축을 위해 6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일각에서는 오프라인 유통에만 적용되는 규제도 온라인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 휴업과 함께 영업시간이 제한(오전 10시부터 자정)된다. 영업시간 외에는 배송도 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경우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끄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에 점점 더 익숙해지는 상황에서 지켜만 보고는 없을 것"이라며 "앞선 실패 사례들이 있는 만큼 시장에 정착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