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제조업 강국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부흥시키는 데 휴머노이드 로봇이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고 싶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경기 안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창업보육센터에서 진행된 <아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가 12일 진행된 아이뉴스24와 인터뷰에 앞서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832b74c925f1e.jpg)
한 교수는 "1969년, 1970년, 1971년만 해도 한 해에 아이가 100만 명 이상 태어났지만, 지금은 23만 명 정도 태어난다"며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산업 현장, 농업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이로봇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엘리스'다. 한 교수는 지난 3~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에 엘리스와 참가했다. 엘리스가 내는 퀴즈를 방문객이 맞추면 물을 선물했는데, 하루에만 500여 명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엘리스는 동글동글한 눈매(사실은 스테레오 카메라)가 특징인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키 160㎝, 몸무게는 45㎏으로 연구실 한쪽에 우뚝 서 있었다. 한 교수는 올해 엘리스를 산업 현장에 투입해 여러 동작을 학습할 계획이라고 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인 인공지능(AI)은 엔비디아의 코스모스 플랫폼을 테스트 중이다. 한 교수는 "오는 5월 엔비디아가 대만에서 여는 AI 서밋에 참가할 예정인데, 엘리스에 코스모스AI를 탑재해 여러 학습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최근 첨단전략산업기금 50조원 조성을 발표하며 반도체, 이차전지, AI 다음으로 로봇에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교수는 "AI와 로봇을 함께 보고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결국 로봇은 스크린, 모니터에 갇혀있는 AI가 실현되는 최종 플랫폼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주국방에도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로봇공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국방에 활용하는 시점이 오면 우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실력을 갈고 닦아 국방에 적용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 교수와 일문일답.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가 12일 진행된 아이뉴스24와 인터뷰에 앞서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4c492d97289de0.jpg)
MWC 2025에 엘리스와 함께 참석했는데, 어떤 인상을 받았나.
"확실히 AI 시대가 왔다고 생각했다. AI 에이전트 서비스뿐만 아니라 로봇에 적용된 피지컬AI까지 여러 기업들이 보여줬다. 우리는 LG유플러스와 협업해 엘리스를 전시했다."
로봇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첫 직장은 20년전 삼성탈레스였다. 당시 K1, K2 전차를 설계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꿈이 있어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로보티즈에 합류했다. 그 후에 미국 유학을 떠났고 다시 돌아와 로보티즈에서 일하다 한양대로 옮기게 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항상 제 꿈이었다."
에이로봇 CTO이기도 하지만 한양대에서 로봇공학도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에게 평소 강조하는 바가 있다면.
"팀웍이 1번이라고 항상 강조하고 있다. 로봇은 넓은 분야를 다루다보니 혼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제일 중요한 게 사람들 간의 협동이다. 좋은 팀웍을 가진 팀이 좋은 로봇을 만들 수 있으니까.(웃음)"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도 얼마전 컨퍼런스에서 '로봇은 혼자할 수 없으니 대기업, 학계, 정부가 모인 태릉선수촌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더라.
"대한민국 원팀이 만들어져야 한다. 기업은 상품을 만드는 걸 잘하고, 학교는 새로운 연구를 통해 막힌 (기술적) 벽을 뚫어주는 역할을 한다. 국책연구소는 장기적 관점의 연구를 맡아줘야 한다. 정부가 펀딩(금융지원)도 좋지만, 리더십을 발휘해 기업·학계·국책연구소를 하나의 울타리 안에 모으는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세계 무대에서 미국, 중국을 추격할 수 있다. 빠르게 추격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CES 2025에서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플랫폼 '코스모스'가 한국 로봇에도 기회가 될까?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의 움직임을 학습하려면 수없이 많은 '토큰'(행동 데이터)이 필요한데, 이를 다 생성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젠슨황이 발표한 코스모스 플랫폼은 이런 행동 데이터를 증폭시켜 AI 모델까지 만들어주겠다는거다. 저희도 엔비디아의 코스모스 플랫폼으로 엘리스를 학습시키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가 12일 진행된 아이뉴스24와 인터뷰에 앞서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4aac087ea8ea6a.jpg)
정부에서 한국산업은행에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조성하고 반도체, 이차전지, AI 다음으로 로봇을 지원하겠다고 꼽았다. 어떤 분야에 가장 먼저 투자가 이뤄져야 할까.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별개로 볼 게 아니라, 하나로 봐야 한다. 투자도 AI와 로봇이 별개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AI를 실현시킬 도구로서 로봇을 보고 진행시켜야 한다고 본다."
테슬라는 올해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 생산해 자신들의 자동차공장인 기가팩토리에 투입하겠다고 하더라. 우리나라는 언제쯤 가능할까.
"우리나라도 최대한 빨리 산업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해야 한다. 테슬라가 자동차 공장에 로봇을 투입한다고 하니, 다들 자동차를 생각하지만 조선업도 있다. 지금 우리의 인력이 어느 산업에 가장 부족한가 살펴보고 투입해야 한다. 농업 분야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에 도움 요청(SOS)을 보내고 있다."
엘리스도 올해 산업현장 투입을 검토하고 있나.
"엘리스도 올해 실제 필드에 나가 공부를 시작할 것이다. 현재 여러 산업체와 접촉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막상 라인에 투입된다는 건 그 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많은 배려도 필요하다. 그래서 뜻과 의지가 있는 현장이 있다면 거기부터 시작하려 한다. 연구실에서 익힌 기술이 현장에서 통하는지, 통하지 않는지 보려고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적용 범위가 상업용-산업용-가정용으로 넓어질거라고 예상하더라. 산업용에서 가정용으로 한단계 이동하려면 어떤 기술적 진보가 더 필요할까.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현장에서 실력을 키워서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 고도화시킨 다음에 가정에서 쓸 수 있을거라고 보고있다. 하지만 기술공학보다 더 중요한건 사회적 이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안전한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안전 이슈가 해소돼야 한다. 안전은 곧 규제와도 연결된다. 안전을 담보해야 규제의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로봇 기업들은 기술로 이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가 12일 진행된 아이뉴스24와 인터뷰에 앞서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38b677d4fef2c3.jpg)
휴머노이드 로봇을 국방 분야에 투입할 시점도 올까.
"민감한 얘기지만, 결국은 그렇게 될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산업현장과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쓰이게 되면, 누군가는 시작할 것이다. 미국·중국이 가장 먼저 휴머노이드 로봇을 국방에 활용할거라고 본다. 그때 우리는 미국 로봇, 중국 로봇을 수입해서 쓸 것인가? 우리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건 자주국방의 영역이고, 우리가 꼭 달성해야 하는 분야다. 미국과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언젠간 군대를 만들거라는 예상을 하고 우리도 기술적 대비를 해야 한다. 산업 영역에서 실력을 키우다가 그들이 할 때 우리도 같이 하면 된다. 이런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MWC 다음으로 엘리스를 보여줄 무대는 어디인가.
"5월에 대만에서 하는 엔비디아의 AI 서밋에 참가하려 한다. 시험공부를 하듯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려 열심히 준비 중이다. CES 때 젠슨 황 CEO 뒤에 한국로봇은 하나도 없지 않았나. 반성 많이했다.(웃음)"
로봇공학자로서 올해 목표가 있다면.
"전 로봇을 만드는게 취미, 특기, 직업인 사람이다. 그래서 저희가 만드는 로봇이 대한민국의 희망의 불씨가 됐으면 한다. 특히 인력난으로 어려워하는 제조업 현장이 많다. 다시 한 번 제조업 강국으로 대한민국을 부흥시키는 데 휴머노이드 로봇이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고 싶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 주요 경력]
△고려대 기계공학과 학사·동대학원 석사 △삼성탈레스 △로보티즈 △버지니아공대 대학원 기계공학과 박사 △로보티즈 수석연구원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로봇공학과 부교수·에이로봇 CTO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