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현장] 삼성전자 '사죄 주총'…주주들 "미워도 다시 한 번"


제56기 삼성전자 주주총회 주주 900여명 찾아
한종희·전영현·노태문 등 경영진 거듭 사과
진솔한 사과에 주주들도 화 누그러뜨리는 분위기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변화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주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부회장)

"삼성전자 주가의 많은 부분을 저희 반도체 부문의 성과가 좌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주가 부진으로 주주님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진과 주주와의 대화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9일 경기 광교 수원컨벤션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는 주가 부진과 기술 경쟁력 저하에 대해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연신 사과하는 '사죄의 장'에 가까웠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주총 1부 개회사에서 "AI 반도체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사과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2부 '주주와의 대화' 무대에 오른 전영현 부회장은 DS부문의 사업전략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3번이나 거듭 사과했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3E 제품을 곧 엔비디아에 납품한다는 소식에 경쟁사(SK하이닉스) 주식을 팔고 삼성전자를 샀다'는 주주가 엔비디아 퀄 테스트(품질시험) 상황을 묻자 "저희가 실망을 안겼다. 다시는 이와 같은 실망을 안기지 않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사장은 '갤럭시 스마트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 반등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지 AI 업체들과 협업한 특화 제품을 선보이고 중국만의 특수한 유통채널에 대해서도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통해 개선하겠다"면서도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시장점유율 성장을 이루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의 거듭된 사과에 주주들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질문을 마쳤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장에 마련된 컴패니언 로봇 '볼리' 전시관을 찾은 이사회 멤버들. [사진=박지은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장에 전시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을 살펴보는 주주들. [사진=박지은 기자]

지난 2023년 주총에서는 경영진의 '동문서답' 답변을 주주들이 지적해 사과하는 장면이 연출됐다면, 이날은 진솔한 경영진의 태도에 주주들도 낮은 주가에 대한 화를 누그러뜨리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서울에서 온 대학생 주주 이모씨는 주총을 마친 후 "7층 주주인데(7만원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했다는 의미) 한동안 화가 많이 났는데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에서 온 한 주주는 "미워도 삼성전자니까 믿어본다"며 "그래도 D램이 하반기엔 좋다고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백발이 성성한 80대 주주는 "지금도 주가가 오르고 있고 얼마 전에 5%나 올라서 위안"이라며 "주총에서 말한대로 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단 2대 값'의 손해를 보고 있다는 한 중년 여성 주주도 "요즘 올라서 다행인데 더 올라야 한다. 아직도 손해가 막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2부 주주와의 대화 코너를 마치며 자리에 일어서서 주주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이때 박수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 주주가 "파이팅~ 힘내라"고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 연주 중인 미니 오케스트라. [사진=박지은 기자]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장에 하만의 전장부품과 오디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 초대형 스크린 마이크로LED, 컴패니언 로봇 볼리, 스마트싱스 AI홈 솔루션을 전시했다.

특히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이 주총장을 이리저리 활보해 주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올초 자회사로 편입하고 주요 생산공장에 협동로봇, 조리로봇 등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주총장을 찾은 900여 명의 주주들 외에도 김한조 사외이사 등 이사회 멤버들이 제품들을 살펴보기도 했다.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과 1부와 2부 사이엔 미니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펼쳐졌다.

한편 삼성전자 제56기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이었던 전영현 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의 이사 선임,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현장] 삼성전자 '사죄 주총'…주주들 "미워도 다시 한 번"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