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1세대 명품 플랫폼 발란으로서는 경영위기를 극복할 반전 카드가 마땅찮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주일여간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결국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최후의 카드를 내밀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기업회생 의혹에 흔들리지 말라고 당부했던 발란이지만, 이 역시 시간을 벌기 위한 차원에 불과했다는 점만 재확인됐다.
![1세대 명품 플랫폼 발란이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사진=발란]](https://image.inews24.com/v1/3ae9ee29c5023d.jpg)
최형록 발란 대표는 31일 "발란은 올 1분기 계획했던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당초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지게 됐다"며 "파트너 여러분의 상거래 채권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발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발란은 지난 24일 입점사들에 정산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28일 입점사별 확정 금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알린 바 있다. 하지만 정산금 대신 다른 내용을 전했다.
최 대표는 당시 입장문을 통해 "정산 문제 해소와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저를 포함한 경영진과 주주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외부 자금 유입을 포함한 구조적인 변화까지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복원 시나리오를 실현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기업회생절차 신청 의혹에 대해 "외부의 추측성 정보에 흔들리는 것은 불필요한 불안만 키울 뿐 아니라 실질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의 공언이 헛된 희망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번 주에 실행안을 확정하고 향후 계획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하는 자리를 갖겠다는 말은 결국 희망적인 내용이 아닌 기업회생절차를 설명하는 것에 불과한 상황이 됐다.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 발란. 그러나 이번에도 최 대표는 교묘한 말로 본질 흐리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 대표는 "발란은 일반 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게 하지 않았으며 현재 미지급된 상거래 채권 규모도 발란의 월 거래액보다 적은 수준"이라며 "지난 3월부터는 쿠폰 및 각종 비용을 구조적으로 절감해 흑자 기반을 확보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발란은 이번 회생절차를 통해 단기적인 자금 유동성 문제만 해소된다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의 말을 풀이하면 이번 정산금 지급 때만 회사가 힘들 뿐 앞으로의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기본적인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다면 더더욱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유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세대 명품 플랫폼 발란이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사진=발란]](https://image.inews24.com/v1/cacdb980fa9dc9.jpg)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2023년 발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발란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77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2021년 186억원, 2022년 374억원, 2023년 100억원 등 3년 연속 1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사실상 자생 능력을 상실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아직 공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역시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발란은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온라인 명품 시장 성장세 둔화 등 여건이 악화할대로 악화한 상태라 인수기업이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최 대표는 "발란은 회생절차와 함께 M&A를 병행하기 위해 금주 중 매각 주관사를 지정해 본격적으로 실행에 나설 예정"이라며 "이는 회생계획안 인가 전에 외부 인수자를 유치해 향후 현금흐름을 대폭 개선함으로써 사업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빠르게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설사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더라도 일련의 과정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거듭된 식언으로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진품, 가품 여부가 핵심인 명품 시장에서 거짓말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잃은 플랫폼은 다시 일어서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명품의 경우 신뢰는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기에 발란의 이번 행보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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