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주요 교역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핵심 생산기지인 베트남에 46%의 고(高) 관세가 부과돼 산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25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베트남은 미국 제품에 대해 90%의 관세를 부과한다. 우리는 이들에게 46%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상호관세는 오는 9일부터 적용된다"고 밝혔다.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전자, LG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1만개 이상의 중소기업들까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에 있는 박닌, 타잉응우옌 등 두 곳에서 '갤럭시' 스마트폰 생산량의 약 50%를 소화해왔다.
한국 구미, 베트남, 브라질, 인도 등에 운영 중인 스마트폰 공장 가운데 베트남 규모가 가장 크다. 미국 수출 물량의 상당수도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스마트폰 공장을 중심으로 함께 진출한 중견·중소 부품사들도 수백 곳에 이른다.
LG그룹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 핵심 계열사들이 베트남에 주요 생산기지를 뒀다.
물론 LG전자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가전과 TV를 멕시코에서 주로 생산해왔지만, 베트남도 일정부분 미국 수출용 제품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은 베트남에 46% 상호관세가 유지되면, 한국이나 관세 부담이 적은 다른 나라로 미국 수출용 제품의 생산을 일부 옮겨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원자재 수급, 완제품의 물류비용, 각 국가의 치안과 세금 제도, 전력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생산 품목을 조율했는데 이제는 관세라는 복잡한 고려사항이 더 생긴 것"이라며 "잘 대응해봐야지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캄보디아(49%) 다음으로 높은 관세를 받은 베트남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에 성공할지도 관건이다.
미국은 오는 9일부터 상호관세를 부과할 계획인데, 그 전에 국가 간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여러 국가로부터 전화가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베트남의 호득퍽 부총리도 주말에 직접 미국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팜 민 찐 총리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하루 종일 골프를 칠 의향이 있다"고 언급하며 적극적 협상 의지를 내비쳤다.
베트남은 최근 산업무역부 장관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록히드마틴 군 수송기 도입, 보잉 737 맥스 200대 구매 이행,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약속하며 무역 불균형 해소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캄보디아(49%) △베트남(46%) △스리랑카(44%) △방글라데시(37%) △태국(36%) △중국(34%) △대만(32%) △인도네시아(32%) △스위스(31%) 순으로 높은 관세를 매겼다.
기본 관세 10%를 받은 국가들은 브라질·영국·싱가포르·칠레·호주·튀르키예·콜롬비아 등이다. 한국은 25%, 일본은 24%의 '중간값'에 가까운 관세를 통보받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로 떠오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ASEAN) 소속 국가들에 더욱 엄혹한 관세를 매긴 이유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싱가포르 아세안 전문 연구기관인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의 시와게 다르마 네가라 수석연구원은 가디언에 "미 정부는 동남아 국가 수입품에 고관세를 부과하면 이들 국가에 대한 중국의 수출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며 "실제 표적은 중국이지만 중국이 동남아 국가에 투자해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르마네가라 연구원은 "다만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는 미국에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미국이 첨단기술 관련 협상을 이끌어낼 게 없다는 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이유로 꼽힌다.
백악관은 상호관세 발표 직후 '팩트시트'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이 보복할 경우 관세를 더 인상할 수 있고, 무역 상대국이 비상호적 무역협정을 시정하기 위해 상당한 조치를 취한다면 관세를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 및 국가안보 문제에서 미국의 이익과 일치할 경우 관세를 인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 및 국가안보에 이익이 될 수 있는 반도체, 우주항공, 양자컴퓨터, 6G 등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술 선진국' 일 수록 협상의 여지가 더욱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싯다르트 모한다스 전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는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좌담회에서 "발표된 관세 내용이 최후 통첩은 아니다"라며 "미국과 안보 등 현안을 논의해온 동맹국들은 (관세 협상에서) 카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모한다스 전 부차관보는 "반도체 영역에서 대중국 기술 경쟁, 바이오 기술, 군사와 민간 모두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 우주 기술 등 영역에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처럼 기술 선진국과 협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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