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은 성공방정식"⋯'팝업' 전쟁터를 가다 [현장]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저쪽에도 팝업스토어 열었다는데, 가볼까?"

8일 찾은 서울 성수동 일대는 평일임에도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메인 스트리트 연무장길로 진입하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층이었다. 한 팝업스토어 매장 입구에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고, 외국인 관광객은 신기한 듯 사진을 찍었다. 팝업을 돌며 받은 증정품이나 구매한 굿즈들을 담은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골목 곳곳에 '팝업 문의'라고 써 붙인 부동산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성수동 일대에서 이달 패션·뷰티를 비롯한 기업들의 팝업이 잇따라 열린다. 먼저 이랜드월드에서 전개하는 글로벌 브랜드 뉴발란스는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992 팝업'을 통해 특별 전시를 선보였다. 뉴발란스 100주년을 기념하며, 992 모델의 재론칭을 기념하는 이벤트다.

코오롱FnC가 전개하는 골프웨어 브랜드 '왁'도 골프 용품 전문 브랜드 존스(JONES)와 협업 컬렉션을 공개하는 단독 오프라인 팝업을 운영한다. 왁은 브랜드 경험을 중요시하는 MZ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고 신규 고객층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처음 팝업을 여는 기업들도 성수동을 선택했다. 홈쇼핑 CJ온스타일은 모바일, TV 밖으로 나와 처음으로 오프라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7일에는 모바일 라이브쇼를 현장에서 촬영했고, 체험형 요소를 곳곳에 가미해 오프라인 쇼핑의 재미를 더했다.

지그재그도 사상 첫 '온오프라인 뷰티페스타'를 맞아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성수동에서 팝업을 진행한다. 온라인에서 할 수 없는 피부 상태 진단부터 커스텀 파우치 만들기, 샘플 스쿠핑 이벤트 등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성수동에 본사를 둔 무신사도 오는 10일부터 13일까지 '무신사 스퀘어 성수 4'에서 슈즈 페스티벌 팝업스토어를 연다.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닥터마틴 △레드윙 △킨치 △로스트가든 등 부츠, 구두, 로퍼 등을 전개하는 제화 브랜드가 참여한다.

성수동에서 기업들이 앞다퉈 팝업을 여는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움츠렸던 체험형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고, 그 중심에 길거리 팝업이 용이한 성수동이 급부상했다. 이곳을 찾으면 유통업계 트렌드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만 공간 수요가 늘어나며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소비자들도 비슷한 팝업으로 피로감을 호소해왔다. 현재 약 100평 규모 팝업의 하루 임대료는 1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백화점과 쇼핑몰 등으로 팝업의 무게 중심이 옮겨가며 '탈성수' 조짐도 보였다.

그럼에도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을 맞아 기업들은 유동인구가 풍부한 성수동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수역은 하루 평균 8만859명이 이용해 7년 전과 비교해 57% 급증했다. 트렌디한 이미지를 얻고, 젊은 고객 유입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성수동 팝업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성수동 팝업은 온라인에서 예약을 받으면 모든 일정이 금방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한번 팝업을 여는데 억 단위를 넘기는 경우도 있지만, 홍보 효과 측면에서는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