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헌법 84조의 딜레마]④2025 조기대선, '대통령 불소추 특권' 논란 끝낼 때다


대통령, 사법부·검찰 인사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
법조계 "판·검사 '코드 인사', 巨與 되면 견제도 불가"
"개헌으로 '佛 헌법 67조' 준용"…"정쟁 부를 것" 반론도
정치권 "대통령이 결심할 문제…정치적 이용 삼가야"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헌법 제84조(대통령 불소추 특권)를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사법부 인사권과도 맞닿아 있다. 이 문제는 과거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에도 불거졌다. 당시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 경력이 없음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의해 2017년 9월 임명됐고, 이후 일부 일선 법원장들이 2년 재임 규정을 어기고 유임되는 등의 '코드 인사' 논란이 있었다.

조희대 대법원장(가운데)과 노경필·박영재 신임 대법관이 지난 2024년 8월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가운데)과 노경필·박영재 신임 대법관이 지난 2024년 8월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8월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은 2027년 6월 5일 만 70세 정년으로 퇴임하게 된다. 법조계와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만약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대법원장 임명권 등을 통해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자신의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검찰 역시 대통령의 인사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청법 제34조 1항 전단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항은 '대통령이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에는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야 한다'고 정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일 경우, 사법적 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과거 특검팀에서 활동한 한 국민의힘 소속 법조인 출신 인사는 13일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대법원장이나 검찰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자신의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며 "만일의 가능성이라 해도 여당과 국회 다수당이 같은 상황에서는 이를 제도적으로 견제할 수단이 아예 없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에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이번 대선을 넘어 앞으로 반복될 수 있는 '재판받는 대통령' 상황에 대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이번 대선만 해도 이 전 대표 외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 중이고, 1심이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가운데)과 노경필·박영재 신임 대법관이 지난 2024년 8월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학계에선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소추의 범위와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프랑스의 사례를 들었다.

프랑스 헌법 67조는 '대통령은 재임 중에는 어떠한 프랑스 사법기관이나 행정기관에서도 증언을 요구받거나 소송, 수사, 기소 또는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법원에 출석해야 하는 만큼, 대통령으로 당선된 피고인은 재임 중 기소 뿐 아니라 재판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같은 조항에는 '모든 공소시효 및 제소기간은 대통령의 재임기간 동안 정지된다. 위와 같이 중단된 절차는 대통령의 직무 종료 후 1개월이 지나면 재개되거나 시작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차 교수는 "우리나라 헌법 84조의 취지도 결국은 대통령이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범죄자'라는 인식을 대내외적으로 받지 않게 하고, 직무에 전념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보수·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반복될 문제라면, 프랑스처럼 임기 중 직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헌법에 명문화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에선 이 같은 개헌 논의 자체가 정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 높은) 이 시점에서 '재판까지 중단된다'고 헌법에 못 박자는 주장이 나오면 국민의힘이, 반대로 '재판은 계속된다'고 할 것 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면서 "결국 헌법 해석의 문제이니 만큼, 지금의 헌법 84조 취지에 맞게 보면 될 문제"라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가운데)과 노경필·박영재 신임 대법관이 지난 2024년 8월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전 선포식 및 캠프 일정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사법부 인사권 문제는 대법원장 직선제 등 근본적인 제도 변화 없이 개헌만으로는 통제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누구든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으로 선출될 경우, 사법 인사에 개입하지 않고 퇴임 후 재판을 성실히 받겠다는 약속을 국민 앞에 명확히 밝히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만약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 이후 국민의힘에서 헌재에 헌법 84조에 대한 판단을 구해도, '국민주권의 위임'이라는 큰 문제가 있어 이를 흔들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이 전 대표에 의해) 결국 정치적으로 해결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치·법률적 쟁점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유권자들이 보다 이성적이고 책임 있는 선택을 해 논란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앞의 차 교수는 "정당들은 사법부 판결이 불리하면 정치판결, 유리하면 정당한 판결이라며 팬덤을 자극하는데, 유권자들이 이 정치공세에 휘둘리고 있는 것 같다"며 "재판 중인 후보가 대선 본선에 진출하는 상황 자체가 유권자의 선택이 낳은 결과일 수 있는 만큼, '피고인 신분의 대선 후보'에 대해 보다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헌법 84조의 딜레마]④2025 조기대선, '대통령 불소추 특권' 논란 끝낼 때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