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가 열압착장비(TC본더) 관련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물밑 조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두 회사 모두 최근 불거진 갈등에 대해서는 공식입장을 자제하면서, SK하이닉스 측이 한미반도체를 찾아가 이견 조율을 시도한 것이다.
갈등 중에도 두 회사는 서로 '핵심 파트너'라는 공감대를 깨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 찾아간 SK하이닉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측이 최근 불거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한미반도체 본사를 찾아 이견 조율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TC본더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장비로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에 지난 8년 간 공급해왔다. 그런데 한화세미텍이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SK하이닉스로부터 TC본더 410억원어치를 수주하자 두 회사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형성됐다.
한미반도체가 8년만에 처음으로 SK하이닉스에 TC본더 납품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전담 애프터서비스(AS) 팀을 유료로 전환한 것이다.
업계에선 한화세미텍이 수주한 TC본더 1대당 가격이 한미반도체보다 높았던 점이, 한미 측을 자극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세미텍이 두 차례에 걸쳐 수주한 장비는 410억원 어치, 12대로 알려졌다. 1대당 가격은 35억원으로 추정되는데, 한미반도체가 8년간 공급한 가격보다 20%이상 비쌌다는 것이다.
한미반도체가 지난해 12월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기술유출 및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한화 제품을 구매한 점도 갈등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반도체가 지난 8년간 SK하이닉스에 공급하는 TC본더의 가격을 한 차례도 올리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장비 사업 키우는 한화 삼남
TC본더 시장에서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의 경쟁구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로서는 품질만 보장된다면 장비 공급사가 한 곳인 것보다 복수인 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화세미텍이 이미 두 차례나 SK하이닉스에 장비를 공급한 만큼 한미반도체로서는 한화세미텍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한화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나서 반도체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한화세미텍의 미래비전총괄을 맡으며 "신기술 투자에 비용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며 "반도체 제조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겠다"고 한 바 있다.
한화세미텍이 지난 4일 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금을 마련한 것도 반도체를 강화하려는 김 부사장 의지로 풀이된다.
한미반도체로서는 SK만 바라볼 수 없게 된 상황이다. 공급처를 넓혀야 한다. 이미 SK하이닉스에 이어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도 TC본더를 공급 중이다.
이번 갈등이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상황으로 갈 지도 관전 포인트다.
한미반도체 내부적으론 "삼성전자와 협력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한미반도체는 2011년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는데, 이후 10년가량 삼성 측과 거래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삼성전기 등 일부 삼성 계열사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HBM에서 어려움을 겪어온 만큼 한미반도체와 협력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HBM 시장은 AI 수요 급증에 따라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만계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HBM 시장 규모가 지난해 182억 달러(약 25조8731억원)에서 467억 달러(66조3887억원)로 15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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