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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땅 내 땅이 어딨나"⋯영역 무한확장 시대


경기 불황 속 수익성에 방점 찍으며 판매업종 경계 파괴
편의점서도 뷰티제품⋯선택의 폭 넓어진 소비자는 '환영'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양모(30)씨는 이달 가계부를 정리하다 지출 내역에서 특이점을 발견했다. 카드를 긁은 가맹점 명칭과 구매한 상품 카테고리가 기존의 생각과는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를테면 의류 플랫폼에서 건강기능식품을, 다이소에서 화장품을 구매한 내역이 찍혀 있는 것이다.

그는 "과거처럼 과일을 살 땐 마트, 뷰티 제품을 살 땐 화장품 가게에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며 "생각하지 못했던 카테고리를 파는 채널들이 많아지며 가성비 상품도 늘어난 것 같다. 나쁘지 않은 현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다이소 뷰티 코너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고 있다.

'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경기 불황 속 생존을 위해 새로운 카테고리를 들여오면서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소비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편의점·버티컬 플랫폼 등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신선한 발상'을 시도하고 있다. 본업과 다소 거리가 먼 상품이라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 거침없이 영역을 확장한다.

특히 다이소가 뷰티 시장의 불을 지피면서 '초저가 화장품' 취급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화장품은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데다,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LG생활건강 뷰티 브랜드 '비욘드'의 스킨케어 라인 8종을 단독으로 선보였다. 대형마트에서 뷰티 브랜드가 입점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브랜드와 상품을 개발해 내놓은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서울의 한 다이소 뷰티 코너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고 있다.
모델이 GS25 매장 '무신사' 매대에서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 상품을 고르는 모습. [사진=GS25]

담배와 주류, 간편식이 주를 이루던 편의점 매대도 바뀌고 있다. 다이소와 함께 초저가 화장품을 내놓더니 최근에는 패션, 문화 콘텐츠까지 영역을 무한 확장 중이다. GS25는 지난달부터 무신사와 협업해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 제품을 일부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세븐일레븐도 EPL(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토트넘 훗스퍼·맨체스터 시티 패션 아이템들을 선보였다.

온라인에서는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한 전문 쇼핑 채널인 버티컬 플랫폼들이 종합몰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당초 패션·명품·인테리어 등 특정 영역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웠지만, 소비 패턴이 변화하며 단일 카테고리로 살아남기 어려워지면서다. 명품 버티컬 플랫폼 발란의 경우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반면 여성 패션 버티컬로 인식되던 29CM는 뷰티, 라이프스타일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 패션과 다른 카테고리 간 교차 구매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이구뷰티위크 기간 뷰티 카테고리 첫 구매 비중이 하루 평균 70%를 기록했다.

비슷한 포지션인 지그재그도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패션이 아닌 뷰티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며 영역 확장의 이유를 증명했다.

지난 11일 성수 XYZ SEOUL에사 열린 '직잭뷰티'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들이 뷰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경쟁사와 손까지 잡는 것을 마다 하지 않을 정도의 환경이 만들어진 때문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갑을 잘 열지 않는 소비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잡기 위한 자구책이란 것이다. 내수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판국에 기존의 생각만으로는 성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4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0.4%p 오르는데 그친 93.8를 기록했다. 5개월째 기준선(100)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당장 추세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걸기 어려운 수준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철저히 판매 영역이 구분돼 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인식도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채널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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