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혜경기자] 애플의 아이폰X가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마트기기) 시대로 가기 위한 교두보 제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메리츠종금증권의 김선우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시각과 함께 "향후 3년 내 모바일 기기가 '정보획득' 기기에서 '정보생성' 기기로 진화하며 PC의 기능을 흡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애플이 아이폰 X를 공개하며 내걸었던 소개 문구인 '미래와의 조우'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고 풀이했다.
그는 20014년 발매된 아이폰6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외형이 바뀐 아이폰X를 국내 출시일(11월24일)에 앞서 사용해보고 아이폰X와 관련한 시장의 궁금증을 둘러싼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아이폰X에 최초로 도입된 페이스ID에 대해서는 "3만개의 적외선 점이 순간적으로 얼굴의 등고차를 인식하고 잠금상태를 풀어주며, 인식률도 꽤나 정확하고 빠르다"며 "안면 움직임에 캐릭터를 입힌 '애니모지'를 사용해본 결과, 사용자 얼굴 인식 수준을 넘어 해당 기술은 감정 및 상태 해석도 가능한 수준까지 진화가 가능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러한 카메라를 통한 3차원 인식기술은 향후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안면인식 페이스ID 채택 대신 홈버튼 지문인식을 뺀 배경에 대해서는 "애플의 아이폰X 웹페이지를 방문해보면 제품 개발 목표 부분을 '앞면 전체가 화면으로 채워진 아이폰' '물리적 실체는 사라지고 경험만 남는 몰입감'으로 묘사됐다"며 "아마도 화면 확장이라는 우선과제 하에 지문인식을 위한 홈버튼 공간은 디스플레이에 일체화되지 않는 한 허용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문인식의 디스플레이 일체화를 위한 제조 단계의 수율 개선은 상당부분 이뤄졌지만 인식률 만족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며 "내년 하반기에 출시되는 2018년 차기 모델 도입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바뀐 아이폰 X 디자인과 관련해서는 처음 구동해보면 Notch 디자인에서 오는 독특함보다 마치 스티커를 붙인 듯한 고품질의 OLED 화면이 더욱 눈에 띈다는 소감이다. 최근 아이폰 X 디스플레이는 평가업체 디스플레이메이트(Displaymate)에서 명암비, 색상관리, 밝기 측면 등에서 극찬을 받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아이폰X 가격, 250~550달러 인상될 듯…스마트폰의 PC화 과정
아이폰X의 소비자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250~550달러의 인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기본 사양 변화에 따른 인상수준이 전 모델 대비 최소 150달러에서 250달러에 이르며, 아이폰 X에 최초로 도입된 고속충전과 무선충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100~300달러를 사용해 29W 충전기와 케이블, 그리고 에어파워 (2018년 초 출시)를 별도 구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하이엔드 스마트폰 소비자 입장에서는 250~550달러의 소비성향 확대가 요구된다고 풀이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판가 인상폭이 크긴 하지만 애플이기에 가격 마찰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로 인해 차세대 모바일 기기 판가도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그는 스마트폰의 판가 인상은 필연적이라고 보고 있다. '스마트폰의 PC화' 과정에서 차기 폴더블 제품가격은 아이폰 X 판가 영역 이상에서 출발하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전했다.
'기능의 통합(컨버전스)'을 통해 과거 피처폰 가격이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며 3~4배 상승한 것처럼 현 스마트폰도 폴더블 대화면을 갖추며 'PC화'가 발생하면 가격이 지금보다 2~3배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과거 피처폰/디지털카메라/MP3/PMP/전자사전/내비게이션 등이 기능적으로 합쳐지며 스마트폰 가격 상승이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레 용인된 것처럼, 향후 스마트폰과 PC의 기능적 통합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폴더블 제품의 강한 판가 상승도 용납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패드의 OLED 채용은 2019년 모델부터 예상
김 애널리스트는 아이폰 X 이후 아이패드 라인업에도 OLED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채용 시점이 문제라고 봤다. 아이폰의 OLED 채용은 모든 애플 모바일 기기 탑재의 초석이며, 이후 아이패드의 플렉서블 OLED 채용이 발생한 뒤에야 10인치가량의 폴더블 기기 탄생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그 과정에서 애플이 2018년과 2019년 아이패드에 OLED 채용을 검토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현실적인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패드 프로 등 10인치 이상 라인업에 플렉서블 OLED를 채용할 경우 디스플레이 부품가가 최소 300달러 이상으로 치솟기 때문에 판가를 상승시키지 않는 이상 수익성 개선이 불가능하고, 비용 때문에 글래스 OLED를 사용할 경우 경량화와 베젤리스 등 디자인 차별화를 생략한 제품은 굳이 필요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더불어 "OLED 독점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A3 건립 시에 겪었던 완공 후 주문 부족 사태를 피하고 싶기에 애플에 주문량 개런티를 요구할 것"이라며 "하지만 애플은 최근 공개한 10-K 사업보고서에서 2017년말 기준 구매 계약액수(Purchase obligation)가 376억달러로 전년의 286억달러에서 31% 증가했다고 전한 바 있어, 이러한 부품 구매 보증 증가가 사업 안정성에 부정적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기능적인 관점에서 아이패드의 OLED 채용은 플렉서블 OLED로 가면서도, OLED 생산 능력이 확대된 이후 2019년 모델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또 아이패드에 OLED가 채용되면 OLED 수요가 급증해 장비와 소재 업종에도 긍정적일 수 있겠지만,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진정한 폴더블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OLED 생산설비(capa)의 공급과잉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그는 "기존의 플렉서블 OLED 면적이 크게 잠식되며 폴더블 생산설비로 전환되기 때문에 전환 전 기준으로는 공급과잉 수준까지 마련이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10인치 가량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해서는 기존의 5인치 플렉서블 생산능력의 5배가량이 잠식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순간적 공급과잉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은 해당 리스크의 부담 주체끼리 힘 겨루는 시기로, 디스플레이업체와 세트업체의 줄다리기가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김 애널리스트는 아이폰 X와 관련해 향후 애플e 제품에서의 D램/낸드 채용량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했다.
내년 OLED 아이폰은 디스플레이의 경우 기존 5.85인치(아이폰 X)에서 6.05인치와 6.46인치 등 다양한 크기로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내년 아이폰은 4GB D램 채용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다양한 신규 기능 탑재에도 불구하고 현재 3GB(아이폰 X, 아이폰 8 플러스)와 2GB(아이폰 8)에서 오는 한계점이 크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낸드 탑재량은 아이폰 X에 256GB 모델 수요가 64GB 모델보다 강한 것으로 관찰되는 만큼, 하이엔드 스마트폰의 고용량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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