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지난 1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22대 집행부(이하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기를 시작하면서, 2년째 이어지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상이 연내 타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사 모두 공식적으로는 연내 타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간 이어져 온 노사 간 간극이 20여일 남짓한 기간 동안 극적으로 좁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임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7일 울산 본사 사내체육관에서 새 집행부 출범을 알리는 노조위원장 이·취임식과 함께 임단협 '연내타결 선포식'을 개최한다. 지난해 5월부터 노사 간 교섭이 계속됐지만 1년 반이 넘도록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노조는 반드시 연내타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각오다. 만일 해를 넘겨 내년 4월까지 타결에 실패하면 5월부터는 3년치 협상을 한꺼번에 논의해야 한다.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박근태 신임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등 회사 경영진들과 함께 정주영 현대 창업자의 흉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길이 없으면 찾아라, 그래도 없으면 만들라'는 창업자의 말처럼 함께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달 29일 신임 단체교섭위원 선임을 발표하면서도 "2016년 5월 10일 상견례로 시작된 단체교섭은 2017년까지 두 해 동안 마무리되지 못해 3만여명의 노동자들은 물론 지역경제까지 얼어 붙어 있다"며 연내 타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내타결을 바라는 것은 회사 측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측은 지난 30일 발간된 사보에서 "견해와 방법은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으로 회사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고, 똘똘 뭉쳐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 동안 노사 간 입장 차가 너무 컸다는 점이다. 핵심은 기본급 인상 여부와 상여금 지급 문제인데, 전임 집행부는 좀처럼 사측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현 집행부가 전임 집행부와 같은 현장노동조직인 '분과동지연대회의' 소속으로 강성노선으로 평가받는 만큼, 전임 집행부가 내세웠던 요구안을 쉽게 거둬들일지는 미지수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2월 금속노조에 12년 만에 재가입했다. 이후 지난 5월 2017년 임금 인상 요구안(월 기본급 15만4천883원 인상)도 내놓았다. 당시 노사는 아직 지난해 임금협상에서의 기본급 9만6천712원 인상안에도 합의하지 못했는데 또 다른 인상안이 나온 것이다. 반면 사측은 일관되게 2만3천원 정액 인상을 제시해 왔다. 그마저도 호봉 승급분에 따른 인상이기 때문에 사실상 동결이다.
여기에 사측은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기본급 20% 반납도 제시했지만 노조의 반발로 이를 철회했다. 그 대신 지난 9월부터 조선사업부 등을 대상으로 5주간의 순환휴직 및 직무교육에 돌입했다. 물론 노조는 사측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상여금 문제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측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연간 800%의 상여금 중 두 달에 한 번씩 지급되는 100%(연 600%, 나머지 100%는 명절, 100%는 연말 지급)의 상여금을 매달 50%씩 나눠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법상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 임금체계가 지속된다면 현대중공업 일부 근로자들은 최저임금법 미만으로 기본급을 받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이 최저임금 문제를 상여금 체계 조정으로 면피하려 한다며 맞서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8월 말 노조 소식지를 통해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여금 분할을 하겠다는 기업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며 "낮은 기본급 인상과 최저임금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상여금 분할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생산직 노동자들의 총임금 대비 기본급 비중이 30% 남짓인 반면 상여금 비중이 30%에 이른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처럼 노사 간 입장이 팽팽한 것은, 근본적으로 현 상황을 보는 노사 간 시각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강조하지만 노조는 최근 수주 회복세를 근거로 현대중공업이 노조 처우를 개선할 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지난 10월 31일 소식지에서 "회사는 이미 올해 수주 목표치를 충분히 달성했다는 분석이다"라며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은 휴업과 교육에 내몰렸는데, 그 빈자리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잔업과 특근으로 공정을 맞춰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아직도 위기설을 강조하며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글로벌 위기 이후 조선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을 부정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 1일 '제14회 조선해양의 날' 행사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막연하게 상대방이 능력이 있을 것, 부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요구만 해서는 답이 없으니 이번에는 사정을 알아달라고 했다"며 "그러나 노조원들은 이해를 못한다. 회사 보고 어렵다는 소리 그만 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개회사에서도 강 사장은 "최근 몇 년 간 조선산업이 극심한 불황 속에서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가 어렵다면 정부의 조선업 특별고용지원 신청을 하면 되는데, 사측이 이를 거부했다는 점도 문제삼고 있다. 지난 2월 현대중공업 등 조선3사는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돼, 고용유지 지원금이 기존 휴업수당의 3분의 2로 확대됐고 1인당 1일 지원한도액도 4만6천원에서 6만원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회사가 조선업 특별고용지원 휴업지원 내용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이를 신청하지 않고 지난 9월부터 순환휴직을 단행했다.
노조 측은 회사가 휴업 요건을 증명하려면 정부에 잔업, 특근 등 전체 노동시간과 임금대장, 선박건조 일정표에 따른 인력 운용현황 등 각종 정보들을 정부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고 특별고용지원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본급 20% 반납 건에 대한 협상이 안 된 상황에서 실제 유휴인력이 발생했고, 이에 더 이상 특별고용지원 신청만으로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서 이를 보류하고 순환휴직에 돌입했다"며 "다만 추후 시장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뎌서 일감이 계속 줄어간다면 유휴인력 규모도 커질 것이고, 이 경우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현대중공업 노조의 새 집행부 선거 기간 중 일시적으로 본교섭을 중단하고 실무교섭을 통해 관련 내용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조만간 본교섭을 재개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신속하게 노사 간 타결이 돼야 회사 내부 분위기도 다잡고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다"며 "타결이 미뤄져서 내년에 3년치를 한꺼번에 하게 되면 회사든 노조든 부담감이 커진다"고 말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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