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 한화그룹이 지난해 영업이익 3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과의 빅딜을 주도한 김승연 회장의 승부수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석유화학과 방산부문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와 태양광 등 신성장 산업 육성 전략이 빛을 발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주)한화의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2천억원 규모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한화토탈의 영업이익은 1조5천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의 자산규모와 순이익은 이미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화그룹의 자산규모는 123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 160조원대로 30%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1천630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3분기 2천830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M&A 집중한 한화, 재계 입지 대폭 강화
업계에서는 이같은 성과의 배경으로 삼성의 석유화학과 방산부문 계열사 인수에서 찾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15년 기존사업과 시너지 창출을 위해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과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 삼성토탈(현 한화토탈) 등 삼성 계열사를 2조원에 사들였다.
특히 지난 2015년부터 글로벌 경기가 개선에 따른 화학제품 수요 증가로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개선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으로 화학계열사의 맏형격인 한화케미칼은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효과를 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연결기준 한화케미칼 영업이익이 1천413억원에서 지난해 8천73억원(에프엔가이드 추정치)으로 8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폴리에틸렌(PE), 가성소다,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 등 주력 제품 스프레드(원료와 제품가격 차이)가 모두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이다.
한화케미칼과 더불어 다른 화학계열사의 호실적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초화학물질 제조업체인 한화토탈의 영업이익이 매년 빠르게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8천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2016년에는 1조5천억원 수준으로 2배가량 늘었다.
아울러 방위사업 분야에서의 성장세도 돋보인다. 앞서 한화는 지난 2014년 두산그룹의 방위산업 계열사인 두산DST(현 한화디펜스)를 7천억원에 인수했다. 한화테크윈·시스템·디펜스 등 방산계열사를 통해 주력인 K9 자주포와 장갑차, 유도탄용 발사관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태양광 집중투자 성과…김승연 회장 실적에 날개
한화그룹은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정책전환 흐름에 맞춰 태양광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는 한화큐셀은 빠른 속도로 시장을 공략,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화큐셀은 지난 2016년 2천2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년 대비 226% 증가했다.
한화큐셀은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신흥시장에서도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중국 등지 거점에서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서 고른 성장을 거두고 있다. 또 18.3메가와트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을 건설하며 터키 태양광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앞서 재계에서는 지난 2014년 김 회장이 삼성 계열사 인수합병과 태양광 사업 추진 등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석유화학을 비롯해 태양광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괜히 부실 계열사를 떠안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석유화학과 방산업체, 태양광 계열사의 성과가 이어지면서 김 회장의 리더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1981년 선대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29세 젊은 나이에 회장으로 취임, IMF외환위기와 미국발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사업개편 성과를 거뒀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속적인 사업 재편과 함께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한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각 사마다 체질 개선을 이루고 글로벌 수준의 체력을 갖추자"며 "사업구조의 선진화부터 제품과 기술개발, 일하는 방식까지 구체적인 변화와 성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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