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외식·식품·생필품 등의 가격이 연이어 인상돼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 초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인상 여파가 크지 않고 이에 편승한 가격 인상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지만 각 업체들은 정부 방침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함께 원재료 가격, 임대료 등의 이유로 앞 다퉈 가격을 올리고 있는 상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업체들은 세븐일레븐을 시작으로 미니스톱, GS25, CU 등이 자체 PB 상품이나 일부 간편식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1월 말부터 샌드위치, 햄버거 등 간편식 19종의 가격을 100~200원 올렸고, 지난달부터 군고구마 가격도 1천500원에서 1천700원으로 200원 인상했다. 지금까지 가격이 오른 상품 수는 총 49종으로, 이 외 다른 PB 상품 가격은 당분간 올리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미니스톱은 지난달 초부터 김밥, 샌드위치, 도시락 등 간편식 24종의 가격을 100~200원 인상했다. 미니스톱 관계자는 "상품 가격을 올린 후 아직까지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의 영향은 없었지만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상품 가격을 일괄적으로 올릴 계획은 없지만 거래처 요청이 있을 경우 제품 리뉴얼과 병행해 단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GS25는 다른 곳과 달리 중소 협력업체들의 요청에 따라 비식품류 가격까지 인상했다. 이곳은 이달부터 종이컵, 복사용지, 나무젓가락 등 60여 품목의 PB 상품 가격을 100~200원 올렸다. 다만 간편식 가격은 당분간 올릴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CU도 이달 1일부터 '오징어와땅콩', '리얼동해당일오징어' 등 오징어를 사용한 안주제품의 가격을 최대 27% 올렸다. 특히 썬푸드가 만든 '오징어와땅콩'은 5천500원에서 7천원으로, 정화식품이 만든 '리얼동해당일오징어'는 7천원에서 8천500원으로 각각 1천500원씩 올라 가장 인상폭이 컸다.
CU 관계자는 "오징어 어획량 감소 등으로 원가 부담을 느낀 협력사의 요청이 있어 올렸다"며 "자체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PB 상품과 간편식 제품의 가격 인상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계 외에도 주요 식품업체들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햇반과 스팸, 냉동만두, 어묵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6~9% 인상했고, 코카콜라음료도 지난달부터 코카콜라 250㎖ 캔 제품, 마테차 등의 출고가를 평균 4.8% 올렸다. 농심은 생수 제품인 백산수 출고가를 지난 1월부터 평균 7.8% 인상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제품 가격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커피 전문점인 커피빈코리아는 4년만에 일부 제품 가격을 200~300원씩 인상해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가 4천500원에서 4천800원, 라떼가 5천원에서 5천300원으로 올랐다. 뷔페식 식당인 애슐리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 동결 대신 서비스를 줄여 고객들이 직접 사용한 식기와 종이매트 등을 정리하도록 하는 '셀프 서비스'를 도입했다.
빵 가격도 줄줄이 가격이 인상된 상태다. 파리바게뜨는 일부 가맹점주들을 중심으로 올해 1월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했으며, 파리크라상 역시 지난해 연말부터 베이커리 가격을 약 4% 올렸다.
인건비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햄버거 업체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연이어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따라 세트류는 가격이 1만원대에 육박했다. 현재까지 가격을 올린 업체는 롯데리아, KFC, 모스버거, 맥도날드, 맘스터치, 버거킹 등이다.
이 외에도 하남돼지집, 홍콩반점, 김밥천국, 이삭토스트, 서브웨이, 놀부부대찌개 등 한식, 분식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이 가격을 올렸으며, 정부 눈치를 보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 역시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치킨 업계 관계자는 "본사가 정부 눈치로 가격 인상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운영에 어려움을 느낀 일부 가맹점주들이 배달료를 따로 받거나, 무료로 제공되던 콜라 등을 유료로 전환해 치킨 가격을 사실상 올렸다"며 "점주들이 가격을 조정하는 것에 대해 본사에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에서도 원칙적으로 가격 인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만큼 앞으로 이 같은 가격 인상 움직임은 식품, 외식,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2개월 정도 운영하며 어려움을 느끼게 된 업체들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서민 부담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올 초 최저임금 인상에 편승해 가격을 인상하는 것을 감시하겠다고 했지만 업체들은 보란듯이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며 "6일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지난달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정부의 대응력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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