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장기불황으로 몸살을 앓던 패션업계가 화장품사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단순 해외 화장품 브랜드를 국내에 전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해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추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F는 연내 자체 남성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이고 내년 초에 여성화장품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LF는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불리(BULY)1803'와 네덜란드 화장품 브랜드 '그린랜드' 등을 국내에 전개하고 있지만 직접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최근 '부띠크케이(BOUTIQUE.K)' 상표권을 출원하고 화장품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제조부문이 주도하는 사업으로 패션부문(코오롱FnC)과의 협업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코오롱이 화장품사업에 도전할 경우 패션사업부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패션업계의 외도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그룹에 매각된 '스타일난다' 역시 2005년 패션 쇼핑몰로 시작했으나, 4년 뒤인 2009년에 색조화장품 브랜드 '쓰리컨셉아이즈(3CE)'를 론칭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3CE는 스타일난다 전체 매출액의 69%를 차지하며 기업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자리매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비디비치'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비디비치는 지난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인수된 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올해는 3월 한 달 매출액(131억원)이 작년 전체 매출(229억원)의 절반을 넘어서며 1천억원 브랜드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한 프랑스 명품 패션 브랜드 '폴 푸아레' 역시 화장품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올 초 '푸아레 보떼(POIRET BEAUTE)' 상표권도 출원했다. 업계에서는 옛 폴 푸아레가 샤넬보다 10년이나 앞서 세계 최초의 향수 라인을 선보인 만큼, 신세계인터내셔날도 푸아레 보떼 향수를 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패션업계의 화장품 사업진출이 느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장품사업은 겨울시즌에 대부분의 매출이 창출되는 패션사업과 달리 사시사철 판매가 고른 데다, 국내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업자개발생산) 사업 발달로 초기 진입장벽이 낮아서다. 기존의 패션 유통망을 활용하면 초기 판로 확대에 대한 부담도 적다.
즉, 패션업계에 화장품은 비용이 적게 들면서 성공 가능성은 높은 사업인 셈이다.
브랜드 론칭 후 패션·뷰티 사업부간 시너지를 내기도 쉽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 화보를 찍으며 그에 알맞은 메이크업을 제시하거나 리넨 제품을 출시하며 코튼 향의 향수 등을 함께 선보이는 등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협업할 여지가 많다"며 "자체 패션 편집숍에 내놓을 상품군이 느는 것도 장점"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H&B스토어나 온라인 등 신유통채널의 등장으로 기존 화장품업체도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패션·식음료 등 다양한 사업자들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면서 업계 긴장감이 높아졌다"며 "사실상 화장품사업은 아이디어 싸움이어서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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