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윤석헌 호(號) 금융감독원이 돛을 올리기도 전에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삼성증권 배당사고 처리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조치통보, 금융권 채용 비리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다. 혁신 못잖게 중요한 게 당면 현안을 처리하는 것이라지만 최근 금감원에 대한 비판은 점점 곁가지에 치중되는 듯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감원의 특별감리가 기존 판단을 뒤짚었단 지적이 대표적이다. 팩트는 앞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리를 금감원이 아닌 한국공인회계사협회가 단독으로 진행했단 점이다. 한공회가 감리를 실시한 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비상장사던 지난 2016년 8~10월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해 11월 상장했고 금감원은 이듬해 3월 특별감리에 착수했다. 상장사 감리는 금감원이, 비상장사는 한공회가 각각 담당한다는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의 입장을 '과거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로 보기 어려운 배경이다.
물론 금감원이 독립된 감시·감독 기구로서 일관성을 담보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무혐의' 결론을 내린 건 한공회지만, 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단 점에선 금감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마땅한 조치를 하는 것이다. 금감원에 대한 비판이 '번복'에만 맞춰져선 안 되는 이유다.
최근 금감원과 금융위를 대결구도로 보는 일부 시각도 사태의 본질과는 멀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조치 사전통보를 금융위와 조율 없이 단독으로 진행해 두 기관이 갈등을 겪는단 게 요지인데, 금감원은 앞서 지난달 25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리 결과의 사전통지에 대한 의견을 금융위에 알렸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가 금감원과 '선 긋기 한다'는 표현은 일부 언론에서 쓴 용어일 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금감원과 적극 공조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두 기관 모두 대결구도가 아님을 공식화한 것이다.
본질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다. 회사장부에 화장을 하는 건 범죄이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굴지 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이용됐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는 마당에 비판의 방점은 '분식 여부' 그 자체에 맞춰져야 한다. 그런데도 금감원만 집중포화하는 건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견지망월'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를 가리는 것만큼 중요한 건 앞으로 금감원이 감시·감독 기구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윤석헌 신임 금감원장이 취임사에서 '견제와 균형'을 들며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조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할 것이다. 산적한 비판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감독기관에겐 본말이 전도된 비판도 결국 외면해선 안 될 '비판'이라서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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