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성지은 기자] "리눅스는 암덩어리"라며 오픈소스 활동을 격렬하게 비판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세계 최대 오픈소스 커뮤니티 '깃허브'를 인수한다.
오픈소스 생태계를 이끌고 생태계 내 개발자를 우군으로 확보, 플랫폼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MS라는 특정 기업에 종속될 것을 우려한다. '종속되지 않고 억압되지 않는다'는 오픈소스 정신과 상반된다는 시각도 내놓는다.
그러나 이는 MS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 거시적인 관점에서 '오픈소스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에 주목하고 각 기업이 오픈소스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티 오픈소스 외치던 MS, 오픈소스에 구애하는 사연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MS는 깃허브와 인수계약을 맺고 조만간 이를 정식 발표할 예정이다.
깃허브는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소스코드를 개발하고 공유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개발자는 소스코드를 깃허브에 저장하고 공유한다. 상호평가를 통해 소스코드를 개선하며 아이디어를 추가해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나간다.
오픈소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깃허브가 가지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애플·아마존·구글 등 다수 기업이 깃허브를 사용하고 있다. 2017년 10월 기준 깃허브 사용자 수는 2천400만명, 조직수는 1천500만개, 저장소 수는 6천700만개에 달한다.
오픈소스 사랑을 외치며 깃허브를 인수하는 MS의 모습은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스티브 발머 전임 MS 최고경영자(CEO)는 오픈소스의 대명사 리눅스를 암덩어리라고 비판하며 '안티 오픈소스'를 자처하기까지 했다. 오픈소스 모델이 MS에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해서다.
MS는 독자적인 소스코드로 만든 SW를 라이선스 방식으로 판매해 수익을 창출해왔는데, 이는 SW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사용자와 공유하는 오픈소스와 상반된다. 이에 MS는 오픈소스 활동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클라우드·AI 등 신기술이 확산되면서 MS는 점차 오픈소스 진영에 구애를 보내왔다. 소스코드 공유를 통한 빠른 개발, 기술 고도화 등 오픈소스가 제공하는 이점이 증가하면서 MS의 오픈소스 사랑도 커졌다.
급기야 2016년에는 'MS는 리눅스를 사랑한다(Microsoft love Linux)'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오픈소스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하며 기여를 확대하고 있다. MS는 1천명 이상의 직원들이 깃허브 저장소에 코딩작업을 하고 사업 여러 부분에 오픈소스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깃허브 인수 통해 개발자 생태계 주도·플랫폼 경쟁력 강화
MS는 깃허브 인수로 오픈소스 진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차세대 기술을 선점할 수 있을 거로 보인다. 특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개발자 생태계 또한 강화할 수 있을 거로 기대된다.
최근 IT 기업들은 플랫폼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자 잡기'에 공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빌드(MS), 구글I/O(구글), F8(페이스북) 같은 각종 개발자 행사를 개최한다. 개발자들에게 자사 신기술을 알리고 이를 적용한 서비스를 확대해 플랫폼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깃허브를 인수할 경우 MS는 차세대 기술 확보에서도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오픈소스 커뮤니티에는 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빠르게 공유되는데, 커뮤니티를 분석해 새롭게 각광받는 기술이 뭔지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오픈소스 진영에서는 이번 인수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MS가 오픈소스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투자하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한 기업이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장악해 생태계를 망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 같은 판단은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오픈소스 생태계를 조화롭게 가꿔가는 일은 장기적으로 MS와 커뮤니티 구성원이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란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우려하기보다 오픈소스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똑똑한 오픈소스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번 인수를 통해) 오픈소스가 대세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만큼 이제는 오픈소스를 사용하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 각 기업이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성지은기자 buildcast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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