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 프리랜서 김지은(30·여) 씨는 연일 계속되는 한증막 더위에 에어 서큘레이터를 장만했다. 집 거실에 스탠드 에어컨이 있지만 김 씨가 주로 머무는 서재까지는 바람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벽걸이 에어컨을 하나 더 살까 고민했지만, 실외기 설치 문제가 복잡한 데다 배송까지 2~3주가 걸린다고 해 에어 서큘레이터를 샀다"고 말했다.
#. 서울 강서구에 사는 이일환(32·남) 씨는 15평 벽걸이 에어컨보다 최근 산 냉풍기를 자주 이용한다. 보름 이상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밤새도록 에어컨을 켜놓는 일이 잦다보니 전기 누진세가 염려된 탓이다. 이 씨는 "하루에 에어컨을 10시간 이상 틀어놓는데, 에어컨이 예전 모델이다 보니 전기세 폭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낮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소형 냉방가전을 찾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에어컨 대비 소비전력이 낮은 데다 공간도 적게 차지하고 설치도 쉬워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추세다. 특히 이들 제품은 가전양판점이나 대형마트가 주력 판매채널인 에어컨과 달리 온라인과 홈쇼핑의 새로운 매출 견인차로 주목받고 있다.
6일 CJ몰에 따르면 지난달 15~26일 상품 검색어 톱10 중 에어컨, 휴대용선풍기 등 냉방용품 관련 검색어가 7개에 달했다. 7월 초만 해도 주요 검색 상품이 여름 휴가를 대비한 패션·뷰티·잡화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 주 만에 분위기가 바뀐 셈이다. 당시 19위였던 에어컨은 2위로, 휴대용 선풍기는 339위에서 3위로 단숨에 급상승했다.
이 같은 고객 니즈는 TV홈쇼핑으로도 이어졌다. 지난달 22일 낮 2시 50분에 방송된 '신일 무빙(이동형) 에어컨'은 3천500세트 가까이 팔리며 주문금액이 13억원을 기록했다. 더위가 가장 심하다는 대서(8월23일)에 판매된 '보국 에어젯 에어컨' 역시 방송 59분만에 목표 대비 218%의 달성률을 기록하며 준비 수량이 모두 매진됐다.
이커머스에서도 소형 냉방가전의 인기가 뜨겁다. 지난달 12~25일 2주간 위메프의 계절 가전 매출은 전월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이동식 에어컨, 냉풍기, 써큘레이터 등 소형 냉방가전이 많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제품은 이동식 에어컨으로 1천135% 급증했고, 냉풍기 253%, 에어컨 164%, 선풍기 135%, 써큘레이터는 116% 증가했다.
티몬에선 공기청정기, 서큘레이터 등의 공기 순환 가전 매출이 급상승했다. 7월 1~27일까지 공기청정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9%, 서큘레이터는 110% 증가했다. 특히 이들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간대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밤 10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쇼핑몰 Qoo10(큐텐)은 50만원대 이하 중저가 해외 브랜드 제품들이 선보이기도 했다. ▲창문의 한 면을 활용해 별도의 실외기가 필요 없는 일본의 '코로나 창문형 에어컨' ▲30만원 대인 미국의 'TER 이동식 스탠드형 에어컨' ▲냉방·난방·송풍·제습·공기청정 기능을 모두 담은 'Trentions 이동식 에어컨'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치 못했던 폭염에 에어컨 구매가 급증하면서 설치 지연 등의 문제로 소형 냉방 가전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 제품의 장점은 여닫이창에 배관을 끼우거나, 특별한 설치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 실외기 설치가 어려운 장소나, 부분적으로 냉방이 필요한 장소에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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