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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 타협 국면에 접어든 미·중 무역전쟁


미국, 협상 위해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 초청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 500억 달러 상호교차 관세를 퍼부은 후 소강상태를 보여 온 미·중무역전쟁이 타협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화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냈고, 이를 받아 대중무역 교섭팀장인 스티븐 므누친 재무장관은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 류허에게 초청장을 보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석 경제보좌관인 래리 쿠드로가 지난 12일 미국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쿠드로는 “중국 정부의 고위 관리가 대화를 갖기를 원한다는 정보와 논의가 있었다”고 밝히고 “므누친 장관이 초청장을 보낸 것이 확실하다.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대화 시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2천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매기겠다고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서둘러 나온 것이다. 우선 무역전쟁으로 미국 기업들의 신음 소리가 높아져 가기 때문이고,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정치적 고려도 중요한 변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와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 익명의 칼럼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고, 이어 탄핵에 대한 여론도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11월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하원을 장악하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면초가의 처지가 된다.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칼끝이 트럼프 대통령의 목까지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탄핵 절차를 개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대화 추진 소식이 전해진 후 12일 각국의 금융시장은 긍정적인 신호를 일제히 보내왔다. 홍콩 항생지수는 1.5% 폭등했다. 이 같은 수치는 항생 지수가 지난 1월 이후 미·중무역전쟁에 대한 우려에 따라 20% 이상 폭락한데 이어 나온 가장 큰 상승폭이다. 항생 중국기업지수도 1.8% 올라 3주 최고의 상승폭을 보였다. 일본의 토픽스도 1.2%, 한국의 코스피는 0.1% 각각 올랐다.

미국이 타협으로 자세를 바꾼 데에는 우선 미국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쟁력 있는 IT 회사, 특히 창업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 홈’ 콘트롤러 창업 기업인 브릴리안트는 얼마 전 신상품을 50달러에 출시할 예정이었다. 창업한 지 3년 된 이 회사는 아마존의 알렉사와 통화할 수 있는 마이크와 음악 콘트롤러를 결합한 이 신상품을 앞세워 스마트 홈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생산하는 이 신상품의 가격을 출시 직전 299달러로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원가 상승이 원인이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일정한 수요가 확보되기 전까지는 이익을 내기 어렵고, 특히 마진이 짜기로는 악명이 높다.

블루투스 장치를 생산하는 트랙R의 유통담당인 네이트 켈리는 “하드웨어 시장에서 25%의 관세는 시장의 죽음을 알리는 조종”이라고 표현했다. “자금력이나 다양한 제품 라인이 없는 많은 기업들은 6개월이나 1년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2천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발표하고, 기업들의 의견 청취 기간이 종료된 지금 언제든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많은 소비가전 제품들의 목록이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돼 있는데, 그 중에는 스마트 홈 기기와 웨어러블 전자 기기 같은 첨단 시장의 제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추가 관세의 충격은 스타트 업 기업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애플은 에어파드 해드폰과 홈 스마트 스피커에 부과되는 추가 관세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의 생산 기지를 미국 내로 옮기라고 경고한 바 있는데, 애플이 이런 식으로 응답한 것이다.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에 있는 미국 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미·중무역전쟁에 따라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기업의 60%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430개 기업으로부터 받은 응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미 부과된 500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보다 앞으로 부과 예정인 2천억 달러로 인한 부정적인 충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 거의 절반이 앞으로 부과될 관세의 부정적 충격이 훨씬 더 강력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조사 결과는 또 30% 가량의 미국 기업이 무역전쟁으로 인해 생산기지를 중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 미국 상공회의소 에릭 정 의장은 “이번 조사는 우리의 우려가 사실임을 보여줬다. 관세가 이미 미국 기업에 부정적인 충격을 주고 있고, 2천억 달러의 추가 관세는 훨씬 더 큰 고통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미국 기업들은 대화 재개 소식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백악관 내에서 타협을 놓고 벌이는 주도권 다툼으로 인해 대화의 전망이 반드시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공회의소 국제문제담당 국장 마이론 브릴리안트는 “미국과 중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간다면 미국 기업들은 크게 환영할 것”이라며 “첫 술에 배부르지는 않겠지만, 올바른 방향으로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의회 외교위원회 무역 전문가인 에드워드 올든은 “미국 경제와 시장의 견고함과 함께 관세로 인해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 유리한 고지에서 중국과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올든은 “협상은 길고 어려운 길이 될 것이지만, 어쨌든 수개월 동안의 대화 없는 강경 대치 후 협상이 시작되게 됐다”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타협에 대해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지는 확실치 않다. 중국은 므누친 재무장관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므누친 장관은 때때로 트럼프 대통령,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 대표 등과 엇박자를 낼 때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과 라이트하우저 대표는 백악관 무역 보좌관 피터 나바로와 함께 중국에 대해 강경 입장을 취해왔다. 이 같은 불협화음에 대해 백악관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다.

미국과 중국 관리들은 올 들어 여러 차례에 걸쳐 무역전쟁의 긴장도를 낮추기 위해 협상을 벌여왔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지난 달 중국 상무부 왕수원 부부장과 미국 재무부 데이비드 맬패스 차관은 협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므누친 장관은 중국과 타협을 시도한 최고 관리인데, 지난 5월 중국과 고위급 회담을 벌였지만 미국 행정부 내 강경파들의 훼방으로 좌절된 적이 있다.

이 같은 정황으로 미뤄 미·중 간 타협이 시도되더라도 진행과 결과가 원만할지는 두고봐야할 것이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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