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지난 연말 SK그룹 인사에서 SK하이닉스 대표이사(CEO)로 발탁된 이석희 사업총괄 사장이 취임 첫해부터 녹록하지 않은 경영 환경과 맞닥뜨렸다. 반도체 시황 악화로 당장 실적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취임 첫해부터 시험대에 올라서다.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수장에 오른 이석희 대표가 올해 혹독한 신고식을 예고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8년 연말인사에서 박성욱 부회장의 후임으로 이 사장을 발탁했다. 예상을 깨고 최 회장이 지난 6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던 박성욱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이 사장을 전격 발탁하는 승부수를 띄운 것.
하지만 이 대표 취임 후 반도체 업황 악화라는 복병을 만나게 되면서 그늘이 길게 드리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바통을 넘기기 전인 박 부회장 시절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릴 만큼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지난 2015년 4분기부터 2016년 3분기를 제외하면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크게 넘기는 성과를 냈다.
특히 2017년 4분기(4조4천억원)에는 영업이익 4조원을 넘긴 뒤 2018년 1분기(4조3천억원), 2분기(5조5천억원), 3분기(6조4천억원), 4분기(4조4천억원)까지 내리 5분기 연속 4조원대 이상의 영업이익 기록을 세웠다. 이 중 2분기와 3분기는 영업이익 첫 5조원대, 6조원대를 올리며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SK하이닉스의 기여도는 SK그룹 내에서도 절대적이다. SK그룹 전체 영업이익에서 80%이상을 SK하이닉스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연간 영업이익 규모는 20조8천억원이다. SK그룹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 2조1천억원의 10배 수준이고, SK텔레콤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 1조2천억원의 20배에 달하는 수치다.
순항하던 이전까지와 달리 올해의 상황은 크게 다른 분위기다. 당장 올해 1분기 실적부터 비상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지면서 1조원대 중반까지 예상되고 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평균전망치) 2조원대 초반보다 크게 낮은 액수다. 8분기 연속 2조원을 웃돌았던 기록도 깨진다.
2분기에는 더 암울하다. 2016년 4분기(1조5천억원)에 1조원대 영업이익 회복 후 처음으로 하회할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어서다. SK그룹 내 비중이 커진 SK하이닉스의 부진은 그룹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는 시각도 나온다.
올해 들어 핵심 임원들이 참석하는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숨가쁘게 돌아가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올해 처음 닻을 올린 이석희 호(號)의 항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창균 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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