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오미 기자] 매년 '계획된 적자'를 주장하고 있는 쿠팡이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사상 최대 매출과 적자를 기록했다.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전국 물류센터를 2배 확장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적잖은 투자를 한 탓에 적자 규모는 업계 최대 규모인 1조 원을 훌쩍 넘겼다. 이에 업계에서는 쿠팡의 사업 구조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 4조4천227억 원을 기록,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온라인 유통 업체 평균 성장률 15.9%보다 무려 4배가량 높은 성장세다. 매출액 규모는 경쟁사인 티몬(4천972억 원), 위메프(4천294억 원)보다 10배 크다.
그러나 쿠팡은 지난해 1조97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6천388억 원 대비 72% 증가한 것으로, 업계 최대치다.
이 같은 적자를 기록하게 된 것은 지난해 전국 12개 지역의 물류센터를 24개로 확장하는 등 인프라 확충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한 탓이 크다. 물류센터 규모는 37만평(122만3천140㎡)으로, 축구장 167개 넓이와 맞먹는다. 물류 인프라는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되는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의 핵심 시설이다.
쿠팡 관계자는 "물류 인프라 확충에 많은 비용이 들었다"며 "지난해 2만4천 명을 직·간접 고용해 9천866억 원의 인건비가 지출됐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쿠팡의 최근 5년 영업손실은 3조 원에 육박했다. 쿠팡은 2014년 1천215억 원, 2015년 5천470억 원, 2016년 5천652억 원, 2017년 6천388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적자 규모를 줄이려는 티몬‧위메프 등 경쟁사와 다른 행보다. 실제로 티몬의 지난해 적자 규모는 전년 대비 7% 증가한 1천254억 원, 위메프는 전년대비 6.4% 감소한 390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에 업계는 예상을 넘어선 적자를 기록한 쿠팡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일단 대규모 투자를 통해 외형을 키워놓은 상태지만, 적자가 지금처럼 계속 불어나면 2년 후에는 버티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적자를 8천억 원 정도로 예상했는데, 1조 원이 넘는 금액은 시장 컨센서스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며 "향후 2년 정도는 버티겠지만 그 안에 수익 창출을 하지 못하면 추가 투자를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켓배송이 없는 쿠팡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쿠팡은 물류센터 확충 등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태이기 때문에 내릴 수도 없어 성공하든 망하든 끝까지 갈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쿠팡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쿠팡은 당장의 흑자 전환을 목표로 두는 것보다 장기적 투자를 통해 몸집을 더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신세계‧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아마존‧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어 경쟁력 강화가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쿠팡 관계자는 "당장의 흑자 전환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 여력이 있기 때문에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향후 매출을 더 키우고, 자연스레 적자를 상쇄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자가 발생한 것은 투자비용으로 인한 것이고, 투자는 고객을 위한 것"이라며 "물류 인프라 확충과 쿠팡 시스템 개발 등에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쿠팡은 과감한 인프라 확대를 발판으로 로켓배송이 시작된 2014년 5만8천여 종에 불과하던 상품 품목 수를 2018년에는 500만 종으로 늘렸다. 대형마트의 상품 품목 수 5만 종에 비해 100배 더 많은 셈이다. 또 고객이 상품을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받아볼 수 있도록 물류 경쟁력을 강화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가전 및 디지털 제품 판매 신장률이 두드러졌다. 가전 및 디지털 제품 카테고리 상품 품목 수는 전년 대비 8배 늘어난 약 38만 종으로 성장했고, 매출도 2배 증가했다.
자정까지 주문한 신선식품을 오전 7시 전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 로켓프레시는 론칭 12주 만에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됐다. 이 외에도 쿠팡은 와우배송을 통해 200만 종 이상의 상품을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으로 전달한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며 "쿠팡은 앞으로도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하게 될 때까지 고객 감동을 위한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송오미 기자 ironman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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