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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공영홈쇼핑…'부실 경영'에 사상 초유 '방송사고'


방만한 경영 탓에 실적도 악화…"조직 관리 체계 구멍 여실히 드러내"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방송 사고를 낸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인 공영홈쇼핑의 관리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방만한 경영 탓에 매년 적자 폭이 늘어 기업의 영속성도 위협받고 있다.

19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18년 공영홈쇼핑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하거나, 법인카드 사용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인사 관리를 부실하게 해 직원들의 불만이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공영홈쇼핑은 2017년 3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경력 연차 재산정을 진행하며 내부 불만을 키웠다. 관련 직무 연관성이 부족한 경력을 인정한 사례가 167건, 91명에 달했고, 부서별 경력인정 기준이 부서장의 재량으로 이뤄진 탓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도 않았다. 승진심사를 위한 인사위원회 운영도 허점 투성이였다.

또 사내에 설치한 공영신문고에 성희롱 제보도 접수됐지만 가해자에게 구두경고만 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감사실이 제보의 사실관계를 조사해 혐의가 인정될 수 있음을 확인했지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더불어 공영홈쇼핑은 법인카드도 예산목적과 정해진 시간에 사용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해 문제로 지적받았다. 지침상 카드 사용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원칙적으로 밤 11시부터 새벽 6시까지 사용할 수 없음에도 1천여 건(7천만 원 이상)이 이 시간대에 사용됐고, 주로 호프집·횟집 등 식대와 주류 사용비로 빠져나갔다.

또 이 시간대에 사용한 것 중 50만 원 이상 금액, 동일 장소 반복 사용, 일반음식점을 벗어나는 곳에서 사용된 금액은 2천277만 원에 달했고, 개인별로 30회 이상 심야 시간대에 사용한 임직원들도 있었다.

공영홈쇼핑은 임직원들의 무분별한 비용 지출, 방만한 경영,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 등의 영향으로 실적마저 타격을 입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전년 대비 20억 원 가량 늘어난 65억 원, 당기순손실은 35억 원 늘어난 52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당기순손실은 2015년 -190억 원, 2016년 -94억 원, 2017년 -35억 원, 지난해 -52억 원을 기록하며 4년간 400억 원 가까이 누적됐다. 이는 설립 자본금 800억 원의 절반이다. 하지만 공영홈쇼핑은 올해도 적자 경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이사회에서 적자 목표를 '50억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의결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계속 운영이 되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공영홈쇼핑이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인 만큼 자본잠식에 빠지면 국민의 혈세가 추가로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 [사진=공영홈쇼핑]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 [사진=공영홈쇼핑]

공영홈쇼핑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필 전 공영홈쇼핑 대표는 내부자정보 이용 주식거래 등을 이유로 지난 2017년 12월 중도 해임됐고, 최근에는 '미신고 축산물 판매'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문재인 캠프 인사'로 지난해 7월 공영홈쇼핑 수장이 된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 역시 여러 논란에 휘말렸다. 회사 상임감사로 측근을 임명해 부정인사 의혹을 받고 있고, 공영쇼핑의 로고 변경 용역 입찰을 진행할 때도 특정업체를 이미 정해놨다는 의혹을 받았다. 여기에 최 대표가 일방적으로 방송 편성을 바꾸라고 지시한 것이 드러나 '구두주의' 처분을 받았다.

공영홈쇼핑의 부정인사 의혹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공영홈쇼핑 인사비리를 전수조사해서 엄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청원인은 "직원 340명 중 88명 정도가 부정청탁 인사"라며 "대표와 감사, 실장 등 간부 직원들은 낙하산 인사인 데다, 전문성 없는 이들이 평생 일해 온 직원들을 면직하고 부당징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관리 부실은 사상 초유의 방송사고도 유발했다. 공영홈쇼핑은 지난 17일 저녁 7시 20분부터 8시 15분까지 전력 문제가 발생하면서 방송 송출이 중단됐다. 이날 방송은 이미용 제품인 '제시카 헤어큐' 정수리 가발과 신선수산 '반건조 가자미'가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전력 문제가 발생하면서 송출이 모두 중단됐다.

이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 송출이 중단된 공영홈쇼핑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규정 55조의2 방송사고' 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이를 방송심의소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키로 했다. 위원회는 심의를 거친 후 법정제재가 필요할 경우 전체회의에 올릴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홈쇼핑 시장이 열린 지 24년만에 처음 생긴 일로, 약 1시간 동안 '방송 사고'가 발생한 만큼 제재 수위는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서는 '과실송출이나 일시적인 방송중단 등의 사고가 발생한 때에는 시청자에게 그 사실을 지체 없이 고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의 정도가 중대할 경우에는 법정제재 또는 과징금 제재를 받게 되며, 소위원회의 상정에 따라 심의위원 전원으로 구성되는 전체회의에 의결된다. 지상파, 보도·종편·홈쇼핑 PP 등이 과징금 또는 법정제재를 받는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매년 수행하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공영홈쇼핑은 이들 업체들의 방송을 재편성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일에 따른 피해액 산정, 관리 부실에 대한 관련자 징계 수위 결정 등 후속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공영홈쇼핑은 현재까지 사고 원인을 예비전력 배터리 방전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건물을 임대해서 쓰다 보니 전기 관리 부분은 건물주 때문에 마음대로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며 "처음으로 생긴 큰 사고라 대응이 미흡했던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치 못한 장비의 문제가 있어 (이번에) 점검하고 있는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기기를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일에 대해 홈쇼핑 업계는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공영홈쇼핑의 관리 부실이 이번에 명확히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홈쇼핑 업체들은 건물이 침수 피해를 입었을 때도 이 같은 방송 중단 사고를 낸 적이 없다"며 "각 업체들이 사고 방지를 위해 예비 전력을 구축해 놓고 있고, 평소 관리를 꼼꼼하게 하는데 공영홈쇼핑은 방전이 됐는지 조차 파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관리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난 일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일은 내부 조직 운영 부실로 발생한 일로 보인다"며 "위기 관리 체계에 구멍이 드러난 대형 사고"라고 지적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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