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직원에게 압박을 가해 의원면직(본인 의사에 따른 사직) 형식으로 사직서를 받은 행위는 부당해고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뒤늦게 밝혀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불복해 항소, 2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행정법원은 K씨가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의 선고공판에서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신청 기각 판정을 취소하고, 피고인 중노위와 피고보조참가인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지난 3월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4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판결문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앞서 2017년 7월 직원 K씨에 대해 업무교범 위반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8월 말 인사소위원회를 통해 정직 2개월을 의결했다. 징계사유는 비즈니스석 기물 무단 폐기, 비상탈출구 주변 화물서류 방치, 항공기 이착륙 시 보조 좌석 착석 위치 임의 변경 등이다.
이후 징계안을 인사본위원회에 회부했는데, 소위원회에서 심의하지 않은 과거 사건과 소위원회 후 발생한 사건 등이 징계안건으로 추가됐다. 본위원회는 결국 K씨의 비행근무 정지 판정을 내렸다.
K씨는 이에 대해 사직을 종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2017년 10월 퇴사하겠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곧바로 사직서를 수리하고 퇴직자 인사발령을 냈다.
K씨는 이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지만 노동위원회는 양측의 합의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으로 판단해 기각했다. 지난해 1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지만 동일한 이유로 3월 기각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이 주장한 K씨의 업무교범 위반을 근거로 한 소위원회의 정직 2개월 처분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본위원회에서 징계사유를 추가한 것은 내부 규정과 어긋나며, 이를 통해 원고에게 사직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K씨는 경미한 사유들로 정직 2개월의 중징계가 의결된 것에 더해 본위원회 상정 과정에 징계사유들이 대폭 추가된 상황으로 상당한 수준의 사직 압력을 받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해고에 기인한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과 원고 사이의 근로관계가 합의해지를 통해 종료됐다는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법무부와 협의 후 법원판결에 승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보조참가인 아시아나항공은 대형 로펌 세종을 통해 올해 4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요청에 따라 항소 기간 동안 피고의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K씨 측은 탄원서를 통해 유동성 부족으로 채권단에서 자금지원을 받고 매각까지 앞둔 상황에서 로펌을 선임, 항소를 진행하려는 아시아나항공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K씨는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부실경영으로 회사를 매각상태로 몰고 간 책임당사자들이 지원받은 국비 중 거액을 적합하지 않은 용도로 전용함으로써 배임과 불법부당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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