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미국과 중국 통상마찰로 불거진 화웨이 제재 여파가 확산되는 조짐이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우방국에 화웨이 제재 동참 또는 불참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한국도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사실상 선택을 강요받는 형국이다.
주한 미 대사가 화웨이 장비 보안문제를 직접 언급하고 나설 정도. 청와대가 "문제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해당 장비 등을 활용하고 있는 통신업계로서는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은 영향이 제한적이나 압박이 더 거세지거나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어 차선책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눈치. 일각에서는 장비 가격 상승으로 인한 설비투자(CAPEX) 부담 증가 등 우려도 제기된다.
9일 장비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장비는 채택여부를 떠나 경쟁사에는 충분히 위협적인 협상카드였다"며, "화웨이 제재를 통해 특정 지역에서의 장비 가격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잎서 국내 이동통신 3사 5G 장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에도 화웨이 장비 채택을 둘러싸고 각 장비업체들의 블러핑(거짓베팅) 등 견제가 극심했다.
이통3사는 무선장비 측면에서 삼성전자 외 기존 외산업체들에도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어서, 가격 협상 면에서 불리한 위치다. 한때 협상 우위를 점하기위해 화웨이 도입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 것. 최근의 사태로 장비 교체 등이 발생하면 이에 따른 비용은 물론, 협상력 하락에 따른 구매 비용 증가 등 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당장의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단 화웨이 무선 장비를 도입한 곳은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이 역시 LG유플러스가 기지국 장비 물량을 선확보한 상태여서 큰 문제는 없다는 설명이다. 화웨이 역시 필요 부품을 확보, 3~6개월 가량 현 상태 유지는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유선 쪽의 경우 화웨이뿐만 아니라 시스코나 시에나, 노키아 등 더 다양한 벤더사가 있어 영향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통신사업 특성상 고정된 벤더사와 계약을 유지하는 경향이 크고, 기존 장비와의 연동 등 문제로 상황이 장기화되거나 악화될 경우 이에 따른 장비 교체 등 비용 부담은 물론 서비스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현실적으로 장비 교체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 유선의 경우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모두 망 전송장비로 화웨이를 채택하고 있다. 또 망 전송장비는 일종의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화웨이가 고질적으로 겪고 있는 보안 이슈에서도 자유롭다. LG유플러스 역시 이미 선제적으로 화웨이 장비를 배치한 상태여서 이를 교체할 경우 막대한 비용 증가 등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이 미국 제재에 맞서 화웨이 살리기 및 반대 압박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 변수. 최근 한국 부품업체에 화웨이 제재 불참을 요구하는 등 대응수위를 높이고 나선 것. 또 중국 5G 영업 허가증 발급을 서두르는 등 화웨이 지원에도 나섰다. 이에 따라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모바일 등 3대 통신사의 조기 5G 상용화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앞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 5일 한 컨퍼런스에서 5G 통신 장비는 보안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를 선택해야 한다며, 사실상 한국에 화웨이 장비 교체 요구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의 화웨이 관련 요구가 거세지면서 청와대는 비공식적이나마 화웨이 장비 관련 군사보안 등 문제가 없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정부차원에서 명확한 입장 정리 등이 필요다하는 지적도 나온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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