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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소비자, 日 불매 운동 확산…“이번엔 다르다”


여행·유통 이어 항공 자동차·전자업계 불매 운동 확산 조짐

[아이뉴스24 양창균·장유미·한상연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에서 촉발된 일본산 불매 운동이 심상치 않다. 불매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품목도 넓어지는 추세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까지 작심하고 경고하면서 일본산 불매 운동은 더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간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일본산 유통제품뿐만 아니라 자동차, 여행까지 불매 운동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사의 진정한 반성 없이 한국을 정치 도구화로 일삼은 아베 총리의 행태에 분개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회사원 김태형(38)씨는 “일본 아베의 이유없는 보복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분노해야 한다”며 “우리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일시적일 것이란 일본 측의 예상을 빗나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0대 회사원 나원진(40)씨도 분개했다.

그는 “아베의 말도 안 되는 경제 보복에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며 “일본 내에서는 우리나라 국민성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얘기했는데, 이번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행업계, 일본 여행 자제령 직격탄…日 유통제품도 유탄

지난 15일 불매운동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진=뉴시스]
지난 15일 불매운동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진=뉴시스]

특히 여행업계는 ‘일본 여행 자제령’ 여파로 직격탄을 받았다. 실제로 하나투어는 지난 8~10일 신규 예약 인원수가 일본 여행을 새로 예약하는 신규 건 수가 평균 대비 400건 가량 줄었다. 일본 수출 규제 강화 조치 직후엔 1천200~1천300건으로 이전과 다른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일주일가량 지나면서 800건으로 급속히 감소했다. 8~14일 기준 신규 예약자 수는 예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

모두투어 역시 일본의 보복조치가 본격화한 5일부터 약 열흘 동안 일본 여행상품을 구매한 신규 예약자 수가 평소보다 50~70% 가량 감소했다. AM투어는 지난 13일부터 50석짜리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전세기'를 이용해 일본 시마네현 여행 상품을 판매하려 했지만 잠정 중단했다. 이베이코리아에서도 최근 한 달 기준 일본 여행상품 판매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호텔 -6%, 패키지 -13%로 감소세를 보였다.

주요 홈쇼핑 업체들은 일본 여행 상품 판매 편성 일정을 취소하거나 변경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2주일 전쯤 일본 여행 상품 판매 방송을 준비했지만, 최근 수출 규제 문제로 중단했다. 이달에는 홋카이도와 규슈·오사카 등 일본 여행상품 편성을 내놨지만 모두 취소했다. GS홈쇼핑도 5일 이후 일본 오사카 여행상품 편성을 취소하고 미용상품 방송을 송출했다. 이 외 다른 홈쇼핑 업체들도 6월 말부터 일본 여행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NS홈쇼핑, KTH 등 일부 홈쇼핑 업체들은 여행 외 일본산 제품 방송 편성을 잇따라 보류하거나 취소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일부 이커머스 업체들은 프로모션에서 일본 브랜드를 제외시키고 있다.

일본 맥주 업체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본 맥주가 불매운동의 대표 품목으로 지목되면서 최근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일 정도로 치명타를 입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수입맥주는 1.9%, 국산 맥주는 6.9% 매출이 증가한 반면, 일본 맥주는 24.6%나 급감했다.

편의점에서도 맥주 매출 감소세는 이어졌다. CU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전체 맥주 매출은 2.3% 늘었지만, 일본 맥주는 23%나 감소했다. GS25에서도 전체 맥주와 국산 맥주 매출은 각각 1.6%, 4.5% 오름세를 보였지만, 일본 맥주는 24.4%나 급감했다.

일부 편의점주와 소상공인들은 일본산 제품 판매를 거부하며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담배·맥주에 이어 최근에는 음료·스낵·소스류를 비롯해 일본산 골프용품, 자동차 정비제품도 불매운동 대상 품목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유니클로' 등 일본 기업과 합작해 사업을 벌이고 있는 롯데의 제품들도 판매 중단을 검토 중이다.

농협 하나로마트도 대형마트 최초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선 상태다. 다만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거래처와의 계약 관계로 인해 이 같은 움직임에 나서지 않았다.

일본 대표 브랜드로 지목된 ‘유니클로’도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 매출이나 고객 감소에 대한 공식적인 수치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현장에선 최근 세일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지난해보다 고객 수가 확연히 감소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도 최근 진행한 결산 설명회에서 한국 불매운동이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해 일부 일본 업체들은 서둘러 국내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일본 맞춤 시계 브랜드 '놋토' 수입원인 아이벨은 지난달 말 예정됐던 한국 진출 관련 기자간담회를 취소했고, 소니코리아와 담배업체 JTI도 최근 신제품 발표회를 모두 취소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불매운동이 대체재가 있는 품목을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객 충성도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로 담배의 경우 메비우스, 카멜 등 일본산 담배의 7월 매출이 전월 대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H&B스토어에서도 키스미, 오르비스, 시세이도, 슈에무라 등 일본산 화장품 판매량이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또 피규어 등 마니아 층이 확실한 일본 상품들은 오히려 판매량이 꾸준히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들은 정치적인 이슈보다 자신의 가치에 맞게 소비하는 경향이 커 이 같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제품 구매에 나서고 있다”며 “맥주처럼 대체재가 많은 제품들은 불매운동의 집중 타격 대상이 되고 있지만, 담배나 화장품, 피규어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만 사용하려는 구매층이 많은 곳은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車업계, 불매 운동에 좌불안석…전자업계 일부 영향권

일본 자동차브랜드 로고 [각사]
일본 자동차브랜드 로고 [각사]

자동차 업계도 불매운동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다. 현재 국내에는 혼다, 토요타, 렉서스 등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판매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후 불매운동이 벌어지며 일본산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의식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양상이다.

실제 한국닛산의 경우 신형 알티마의 출시행사를 16일 열기로 했지만 국내에서 일본산 불매운동 등 일본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것을 의식해 취소하기도 했다. 한국닛산 측은 “브랜드 내부 문제로 행사가 취소된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일본산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재 사태가 민감하다 보니 일본산 자동차업계 전반에서 홍보성 활동은 대체로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일본산 자동차업계는 향후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딜러점으로부터 판매가 급감했다는 얘기가 들린 것은 아직 없는 등 구체적으로 피해가 발생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그래도 상황을 유의 깊게 보고는 있다”고 전했다.

일본 불매 운동과 관련해서 전자업계도 영향권에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는 ‘일본 제품 불매 목록’에는 소니·파나소닉·도시바·샤프·발뮤다 등을 비롯해 캐논·니콘·올림푸스·후지 등 카메라 업체들도 대거 올라와 있다.

한때 국내에서 전자제품을 많이 판매했던 소니·파나소닉·샤프 등은 한국 시장에서 TV 등 가전제품 판매를 이미 수 년 전 중단했다. 시장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일본 가전의 매출 규모가 워낙 작다 보니,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해 이들 제품의 매출이나 판매량이 눈에 띄게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복수의 가전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언급했다.

전자제품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제품으로는 디지털카메라가 꼽힌다. 캐논·니콘·소니 등 일본 업체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들어 매출이 감소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디지털카메라의 7월 둘째주 판매량은 전 주 대비 14%, 전월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최근 3주간 연속해서 감소 추세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것이 꼭 일본 불매운동 여파는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매니아 시장이라 일반 소비자들이 대상인 불매운동과는 궤를 달리할 수 있다”며 “또 7월이 성수기라고는 하지만, 주간으로 따지면 날씨에 따라 판매량이 들쑥날쑥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물론 현 상황을 의식해 적극적인 제품 홍보에는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소니는 지난 11일 출시한 노이즈 캔슬링 무선이어폰 출시행사 및 기자간담회를 3일 전 돌연 취소했다. 제품 출시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았지만 ‘일본 불매운동’ 국면에서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업계도 현재까지는 불매운동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지만, 장기화에 우려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LCC의 경우 일본 노선 매출이 대략 30%를 차지하고 여름철 성수기가 다가오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실질적인 타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가령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서울의 경우 현재 18개 노선 주 121회를 운항 중인데, 이 중 일본 노선이 12개, 주 82회로 전체 운항 횟수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해 일본 노선 고객유입 속도가 조금 더뎌진 상태”라며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전반적인 일본 시장 침체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양창균 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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