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공짜라면 모를까..." KDB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이 싸늘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그간 KDB생명을 애물단지 취급해왔지만 최근 실적이 개선되자 호기롭게 네번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매각에 성공해야 한다는 산업은행의 의중과는 달리 업계에서는 무엇 하나 메리트가 없다며 공짜가 아닌 이상 쉽사리 인수에 나설 곳이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매각이 실패할 경우 이동걸 회장의 경영 능력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이번 매각 시도는 이전 세 차례와는 다르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KDB생명의 경영환경이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KDB생명은 지난 2016년 순손실 102억원, 2017년 순손실 767억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에 빠져 있었지만 이동걸 회장이 취임한 2017년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KDB생명의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이로 인해 KDB생명은 지난해 64억원, 올해 2분기 기준 33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개선됐다. 지급여력(RBC) 비율 역시 2017년 말 108%에서 올해 상반기 232%까지 상승했다.
산은의 매각 의지도 확고하다. 매각 성공시 이례적으로 경영진 인센티브까지 내걸었다. 산은은 반드시 이번에 매각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1조원이 넘는 거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본확충은 산은에겐 부담이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이동걸 회장은 KDB생명을 두고 “애초에 인수하지 말았어야 하는 회사다”라며 버린 자식 취급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산은의 매각가격이 최대 6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금까지 투입된 금액(1조25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인수 후보군으로 우리금융그룹, KB금융그룹, BNK금융그룹이 거론되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윤종규 회장이 최우선 인수합병 매물로 생보사를 눈여겨보고 있다. BNK금융은 비은행 계열사들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에 인수합병에 눈을 돌릴 수 있어 후보에 올랐다. 또한 우리금융도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DB생명은 그간 고금리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해온데다 2022년 도입될 IFRS17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향후 자본확충이 필수적이다. 생보업계가 구조적인 불황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이와 같은 대규모 자금 투입은 인수기업 입장에서는 커다란 부담이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악화된 영업 경쟁력도 약점이다. 보험업 경험이 없는 산은이 구조조정을 명목으로 대리점·설계사 조직을 축소하면서 KDB생명의 영업 기반은 급속도로 축소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산은이 KDB생명을 아예 망쳐버렸다는 말까지 있다. 보험사의 영업조직이 약하다면 인수할 만한 메리트는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반드시 매각에 성공해야 한다는 이동걸 회장의 강한 의중이 반영돼 KDB생명이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나왔지만 잠재부채가 워낙 심한데다 지나친 슬림화로 영업조직도 약해 인수할 만한 메리트가 전혀 없다"며 "금융지주나 사모펀드도 공짜가 아니라면 인수할 가능성이 적고, 그나마 정부의 입김이 작용되는 유관기관 정도가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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